내집 마련은 보통 뉴질랜드인의 꿈이다. 보통 사람들이 일생에 한번 이루는 주택 소유가 앞으로 더 큰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정부가 새롭게 도입할 계획인 ‘국가적응체계(NAF, National Adaptation Framework)’와 관련이 있다.
기상 이변이 점점 잦아지고 강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앞으로 자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과거와 같은 보상 정책을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NAF가 시행되면 주택 소유주에게 더욱 많은 책임이 가해질 전망이다. 많은 뉴질랜드 주택들이 침수 지역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변화는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 영향 미칠 NAF
NAF는 정부가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작년 10월 발표한 뉴질랜드의 첫 광범위한 계획이다.
이 장기 전략은 홍수, 폭풍, 해수면 상승 등 증가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비용 분담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주택시장과 보험시장이 기후 위험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NAF는 4가지 주요한 부문으로 구성된다.
우선 새로운 국가홍수지도를 포함하여 기후 위험 자료에 대해 일반인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련 의무를 법 제정 등을 통해 명확하게 규정한다.
또 12억달러 규모의 지방인프라기금을 설정하여 기후 위험을 능동적으로 완화하는데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적응과 회복 비용 분담에 대한 공정한 방법을 개발하고 주택 시세에 기반한 지원에서 탈피한다.
NAF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첫 공개를 예정으로 국가홍수지도가 작업 중에 있다.
이 지도는 개별 부동산 단위까지 홍수에 대한 위험을 세밀하게 보여주게 된다.
또한 지방정부가 고위험 지역의 적응 계획을 이행하도록 기후변화대응법 등을 개정한다.
기후변화위원회가 NAF의 진전 사항을 점검하고 2년마다 평가한다.
NAF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주택 소유주들은 정부 보상 축소와 주택 가치 변동, 주택 보험료 상승 등 더욱 큰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2023년 오클랜드 홍수와 사이클론 가브리엘 때 정부는 피해를 입어 거주하기에 부적합한 주택들을 매입한 바이아웃(buyout) 보상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 NAF가 시행되면 더 이상 그같은 정부의 보상 정책을 기대할 수 없고 위험 지역 주택은 소유주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 위험을 인지하고 고위험 지역으로부터 떠날지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의 주택 가치에 변동이 생길 소지가 높다.
지난 2015년 오타고 지역 홍수 직후 해당 지역 주택가격이 약 15% 급락한 바 있다.
6개월이 지난 후 인프라 개선과 기대심리 회복 등으로 집값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격 변동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야당인 노동당도 NAF 시행 취지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다.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노동당 대표는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기본적인 보험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어디에 주택을 지을수 있는지와 같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두 차례의 커다란 수해 이후 뉴질랜드는 재보험 시장에서 세계 위험 상위 10위권에 포함되었고, 이는 보험료 급등과 일부 지역의 주택보험 가입 거부로 나타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구매 계약 시 ‘보험 가입 가능성’을 필수 조건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료가 급등하거나 보험 자체가 거절되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업계는 정부에 명확한 정책 지침과 재정 지원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위험 지역에서의 신규 개발 제한, 인프라 확충, 재난 대비 체계 강화가 주택 소유주를 보호하는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뉴질랜드 주택 22만채 위험지역에 위치
뉴질랜드에서는 많은 주택들이 홍수 지역이나 해안 침식 지역에 위치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환경부가 작년 10월 내놓은 해양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해안 침식 지역이나 내륙 홍수 지역에 위치한 주택들이 약 21만9,000채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세로 치면 1,800억달러에 달하는 주택들이 고위험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는 2060년까지 약 1,000채의 해안가 주택들이 극단적인 기상 이변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경고했다.
또한 시세로 9억달러에 달하는 1,300채의 주택들이 올해부터 2060년 사이 1회 이상의 기상 이변으로 20% 이상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해양과 해안에 주는 압력이 증가하고 생태계와 지역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뉴질랜드 주변 해양이 세계 평균보다 34%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고 해양 열파는 더욱 빈번하고 강해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외래종 침입과 해양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스랜드의 작은 해안 마을인 블루클리프(Bluecliffs)는 2023년 9월 폭풍 이후 와이아우(Waiau)강과 바다가 만나는 어귀에서 5~30미터의 침식으로 급격한 토양 유실이 발생하면서 2024년초 지역 비상 사태가 내려지고 주민들이 임시 대피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해수면이 0.6미터 상승하면 수 천 킬로미터의 도로와 수도관, 건물 등 모두 260억달러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 홍수 위험지도 공개
‘어스 사이언스 뉴질랜드(Earth Sciences New Zealand, 구 NIWA)’가 5년의 연구 끝에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후에서 뉴질랜드 인구의 15%인 75만4,000명이 1년에 발생 확률 1%인 대형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대형 홍수 위험에 노출된 건물들은 그 가치로 2,350억달러이고 도로의 길이는 2만6,800킬로미터에 달한다.
‘어스 사이언스 뉴질랜드’가 전국홍수지도와 함께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형 홍수 위험 노출 인구는 81만명으로 늘고 위험 노출 건물 가치는 2,540억달러로 증가하며 위험 노출 도로의 길이는 2만8,200킬로미터로 늘어난다.
또한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하면 대형 홍수 위험 노출 인구는 90만2,000명으로, 위험 노출 건물 가치는 2,880억달러로, 그리고 위험 노출 도로의 길이는 3만800킬로미터로 각각 증가한다.
이번 전국 홍수 위험 데이터는 현재와 미래에 가장 위험에 처한 지역을 보여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우와 홍수가 더욱 강하고 빈번해지면서 일부 지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내륙 홍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사이클론 가브리엘으로 140억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 호크스베이 지역의 경우 1~2도 온도 상승만으로도 노출 인구 비율이 22%에서 31%로 증가하며, 온실 가스 배출이 통제되지 않으면 오는 2029년 쯤에는 그러한 경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뉴질랜드 평균 중간소득보다 소득이 낮고 납세자 수가 적은 웨스트 코스트(West Coast) 지역은 이미 인구의 34%가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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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역별 홍수 위험 노출 인구 비율 (자료: Earth Sciences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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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역별 홍수 위험 노출 건물 비율 (자료: Earth Sciences New Zealand
웨스트 코스트 지역 불러(Buller)의 제이미 클레인(Jamie Cleine) 전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상습적인 홍수로 카운슬은 지역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지역을 떠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어스 사이언스 뉴질랜드’의 라이언 폴릭(Ryan Paulik) 연구원도 비용이 일부 지역에서 기후 위험에 대한 적응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벽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연구 책임자인 에밀리 레인(Emily Lane) 박사는 “뉴질랜드 전체적으로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있다”며 “이번 모델은 전국 어디에서나 비교 가능한 통일된 정보를 제공해 위험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택 보험료 급등
보험회사들이 보다 세밀한 자연 재해 위험에 기초한 방법으로 보험료를 책정하면서 주택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주택 보험료는 56% 급등했고 가재도구 보험료는 55.3% 올랐다.
보험 비교 플랫폼인 ‘쿼시드(Quashed)’의 자료를 분석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주택보험 평균 견적과 가재도구보험 평균 견적은 각각 34% 상승했다.
주택 보험료 견적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주택보험 평균 견적이 60%나 올랐고 가재도구보험 견적은 33% 상승했다.
오클랜드의 경우 주택보험 평균 견적은 46%, 가재도구보험 견적은 30% 각각 증가했다.
보험 견적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웰링턴에서는 주택보험 평균 견적은 41% 증가했고 가재도구보험 견적은 58% 급등했다.
‘쿼시드’의 저스틴 림(Justin Lim) 대표는 “캔터베리는 주택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올랐고 웰링턴은 가재도구 보험료가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보험 카운슬은 주택 보험료는 그 주택에 노출된 위험도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보험 카운슬측은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자연 재해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며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복잡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경우 더욱 높은 지진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 상승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보험회사들은 더욱 세밀한 위험도에 기초한 보험료 책정 방법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고위험 지역의 보험료는 전국 평균보다 높다는 것이다.
또한 건축 및 수리비 상승, 더욱 빈번해진 극단 기후, 재보험 비용 상승, 정부 세금 등이 보험료 상승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