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KNZ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는 해다. 이 협정은 2015년 3월 23일 서울에서 서명됐고, 2015년 12월 20일 발효됐다.
지난 10년 동안 KNZFTA는 관세 인하라는 “서류 속 약속”을 넘어, 양국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을 실제로 바꾸는 ‘시장 구조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최전선에는, 뉴질랜드 현장에서 매일 기업을 만나고 정보를 모으고 연결하는 KOTRA 오클랜드무역관이 있었다.
“무역이 두 배가 됐다”는 숫자, 그 안에 들어 있는 변화
뉴질랜드 외교통상부(MFAT)는 KNZFTA 발효 이후 양국 교역(재화+서비스)이 2배 이상 확대됐다고 정리한다. 2024/25 회계 연도기준 양국 교역액은 90억2천만 NZD, 뉴질랜드의 한국 수출은 30억 NZD, 한국으로부터 수입은 60억2천만 NZD로 집계됐다.
민간 싱크탱크 성격의 아시안즈(Asianz) 역시 같은 수치 흐름을 근거로 “10년은 협정 효과를 돌아볼 적기”라고 평가한다.
이 숫자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히 “늘었다”가 아니다.
• 뉴질랜드 입장에선 농축산•식품 중심의 전통 강점이 한국 시장에서 더 안정적인 발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관세•절차•경쟁 조건 측면).
• 한국 입장에선 자동차•기계•전기전자•정밀부품 등 제조 기반 품목과 더불어, 최근엔 뷰티•생활소비재•디지털 서비스형 제품 같은 ‘브랜드•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뉴질랜드 시장 접점이 더 넓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KOTRA의 역할이 커진다. FTA가 “시장을 열어주는 제도”라면, 실제로 새로운 시장에서 계약과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은 현장형 지원 조직이 맡기 때문이다.
KOTRA 오클랜드무역관: ‘수출지원’이 아니라 ‘경제외교의 실행부대’
KOTRA는 해외 여러 거점에서 무역•투자 촉진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 정부 산하기관이며, 뉴질랜드에서는 오클랜드 거점을 중심으로 기업 연결과 현장 지원을 수행해 왔다.
현장에서의 업무는 흔히 “행사 몇 개”로만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음 네 가지 축으로 움직인다.
1. 시장정보• 정책 정보의 현지 수집, 분석 및 전파
2. 바이어•파트너 발굴과 1:1 매칭(수출 상담)
3. 인재•고용•정착 지원(사람의 이동을 통한 경제 연결)
4. 네트워크 구축(기관•산업•커뮤니티 간 연결의 인프라화)
이 ‘사람•정보•연결’의 삼각형이, 협정 10년의 성과를 현장 실적으로 바꿔온 방식이다.
“정보가 돈이 되는 시장”- KOTRA의 ‘딥 리서치’가 작동하는 방식
뉴질랜드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대신 규정•표준•유통 구조•소비자 취향이 촘촘하고, 지역별로도 특성이 다르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보다 먼저 정확한 정보와 빠른 적응이 성패를 가른다.
KOTRA 오클랜드무역관은 이런 특성을 전제로, 뉴질랜드 현지 산업•전시•정책 변화를 꾸준히 정리해 왔다.
오클랜드무역관이 꾸준히 제공하고 있는 전시회참관 리뷰(예: 2025년 오클랜드 선물•가정용품 전시회 현장 자료)는 현지 유통 트렌드와 구매 포인트를 ‘한국 기업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주었다.
또 다른 예로는, 뉴질랜드 정부의 핵심 정책 변화(예: 뉴질랜드의 핵심 광물 전략 공개)를 다룬 해외 시장 뉴스가 있다. 무역관의 이런 뉴스 전파를 통해 ‘다음 계약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FTA가 관세를 낮춰도, 기업은 여전히 묻는다.
“지금 뉴질랜드에서 팔리는 건 뭔가?”
“어떤 규격과 인증이 필요한가?”
“누가 의사결정자이고, 어디서 만날 수 있나?”
이 질문에 답을 만드는 것이 바로 무역관의 첫 번째 임무다.
“거래는 결국 사람끼리 한다”- 1:1 매칭과 무역사절단의 실전
뉴질랜드에서 의미 있는 거래는, 이메일 몇 통만으로 성사되기 어렵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대화하고,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KOTRA의 핵심 전술은 오래전부터 ‘맞춤형 매칭’이었다.
2025년 11월 오클랜드에서 진행된 Korea Trade Delegation(무역사절단) 형태의 1:1 비즈니스 미팅은, 현지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과 직접 만나 제품•가치•가격•유통 조건을 논의하도록 설계된 전형적인 KOTRA 모델이다.
특히 뉴질랜드 소비 시장에서 성장성이 큰 클린 뷰티•비건•친환경 같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제품의 스펙”이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시장을 설계하려는 접근이다.
이런 행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상담 건수와 샘플 테스트로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
• 한국 기업 입장: 유통 구조(온라인/리테일/도매)와 가격대를 빠르게 학습
• 뉴질랜드 바이어 입장: 검증된 공급처를 한자리에서 비교
• 결과적으로: 거래 비용 감소(시간•여행•검증 비용) → 계약 가능성 상승
FTA가 문을 열었다면, 무역관은 그 문 앞에서 “누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를 설계해 준 셈이다.
‘사람의 이동’도 경제외교다 - K-Move•취업상담회•정착 세미나
FTA 10년을 돌아보면, 물건만 오간 게 아니다. 사람도 움직였다. 특히 뉴질랜드는 이민•유학•취업이 동시에 얽힌 시장이기 때문에, 인력 매칭은 곧 경제 연결망 구축이다.
KOTRA 오클랜드무역관은 K-Move (해외취업지원사업) 을 통해 뉴질랜드 기업과 한국 구직자 연결을 지원해 왔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 오클랜드에서 열린 ‘뉴질랜드 취업상담회 & 정착 세미나’(제8회)는 1:1 인터뷰, 이력서 코칭, 고용법•비자 상담, 정착 세미나 등을 행사로 개최되었다.
이 분야는 단순히 “일자리 행사”가 아니다.
한국 기업의 뉴질랜드 진출이 늘면 현지 인재•한국어 가능 인재 수요가 생기고, 반대로 뉴질랜드 기업도 한국 인재를 통해 아시아 시장 감각을 얻는다. 즉, 인재 연결은 교역과 투자의 기반 인프라가 된다.
다음 10년을 향해…‘협정의 시대’에서 ‘협력의 시대’로
KNZFTA 10주년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첫 10년이 관세와 교역 확대의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 고부가 서비스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KOTRA 오클랜드무역관의 역할 역시 단순한 바이어 발굴과 소개를 넘어 산업 협력과 프로젝트형 진출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뉴질랜드 시장은 ‘작지만 까다롭다’- 그래서 무역관이 더 중요하다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멀고, 시장은 작고 기준은 엄격한 편이다. 그래서 수출 기업들은 흔히 다음 벽을 만난다.
• 거리와 물류: 리드타임이 길고 재고 전략이 필수
• 소비자 기준: 친환경•윤리•품질 요구가 강함
• 유통 구조: 대형 리테일과 전문 채널, 온라인이 혼재
• 규정/표준: 라벨링, 성분, 안전 기준, 광고 규정 등
이때 무역관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 지원이 아니라,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로컬 인사이트”다. 전시회 참관기, 산업 동향, 정책 변화 브리핑, 바이어 매칭, 현장 상담… 이 모든 것이 ‘원샷 계약’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래 관계로 가도록 돕는다.
다음 10년: “FTA의 시대”에서 “협력의 시대”로
KNZFTA는 10년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다음 10년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 단순히 관세가 낮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한국 기업이 더 성공하려면, 그리고 뉴질랜드 기업이 한국 시장을 더 잘 활용하려면, 협력의 질이 핵심이 된다.
1. 공동 프로젝트형 진출
단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파트너와 공동 브랜드•공동 유통•공동 서비스(설치•AS•구독)를 설계해야 한다.
2. 그린•윤리 기준을 ‘마케팅’이 아니라 ‘경영’으로
뉴질랜드 소비자는 말보다 증거를 본다. 인증, 공급망 투명성, 지속가능 포장 등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 된다.
3. 사람 중심 네트워크 강화
K-Move, 취업상담회 같은 인재 플랫폼은 단지 취업을 돕는 게 아니라, 한–뉴 비즈니스 공동체의 인프라가 된다.
4. 정책•산업 변화에 대한 상시 레이더
광물 전략처럼 공급망 지형을 바꾸는 정책은 “먼 미래”가 아니라 “다음 계약”을 바꿀 수도 있다.
결론: 10년의 성과는 ‘협정’의 바탕 위에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KNZFTA 10주년은 기념비적인 숫자(교역 90억 NZD)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연결의 기술을 다시 보는 계기다.
뉴질랜드에서 KOTRA 오클랜드무역관이 수행해 온 일은, 경제외교의 최전선에서 정보를 만들고, 사람을 연결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실행’이었다. FTA가 만든 제도적 길 위로, 무역관이 매일 “실제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닦아온 10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