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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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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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방송에서 설날에 나갈 멘트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감히 영광이라고 했다. 독후감처럼, 감명 받은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할 말을 덧붙이라는 것 같은데 2분간의 분량을 녹음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 낭송을 해 보았는데 숨소리나 잡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녹음해 본 경험이 있고 사이버 강의를 오래도록 해 왔기에 약간의 자신에 차 있었다. 설날이라서 당연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리라 정했다.


28세부터 샘터에 연재를 시작한 최인호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어쩌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나는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혼자서 설을 보내야 했다. 그는 1975년 9월부터 월간 샘터에 ‘가족’ 연재를 시작해 2009년 10월호까지 34년 6개월간 총 402회를 연재하였다. 암이 발견되자 2008년 7월호 이후 연재를 잠시 중단했다가 2009년 3월호부터 재개하였지만 오래 가지 못하였으나 한 평생을 바친 것이다. 첫 회에서 멋지게 키워보겠다던 아들과 딸, 다혜와 도단이가 정원이와 윤정이의 부모가 되었고, 그가 일생을 매달려 가족이야기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지도 8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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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마지막으로 적은 글은 나를 한 동안 눈이 부어 가라앉지 못하게 하였다.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편지를 인용하여,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펑펑 울었다”고 적었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고도 했다. 


그와는 달리 지금 나는 다시 되돌려 준다해도 과거로, 젊은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만 이대로 좀 오래 있고 싶다. 설령, 늙어 인품이 완숙해 진다해도 더 늙지도 말았으면.....


가정을 수도원에 비유한 최인호 작가는 “..... 타인으로 만나 아이를 낳고,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약속을 신성하게 받아들이고, 노동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감사하며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이건, 가족이 아니라 聖人이고, 그렇게 보면 가정이야말로 엄격한 수도원인 셈” 이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고 찬양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아내랑 결혼하겠다 한다. 이유가 뭘까? 나는 아내랑 결혼하고 싶지만, 미안해서 아내를 또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못난 성격 탓에 아내를 이기려고 했었다. 이제 아내는 더 잘나고 넉넉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또 그 고생을 시키겠는가? 지금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려놓으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못나고 못 된 채로 산다. 


그는 100회 ‘딸의 기도’ 중에서 “이따금 아이들이 얼마만큼 컸는가 알아보려면 문지방에 새겨놓은 키를 잰 눈금을 바라보거나 낡은 사진들을 모아둔 앨범을 펼쳐보면 되겠지만, 세월이 얼마나 흘렀으며 우리들 가족이 얼마만큼 서로 싸우며 때로는 울고, 웃고, 깔깔거리면서 흥겨운 것인가를 가늠해 보고 싶을 때면 나는 ‘샘터’에 실린 지난 호들의 ‘가족’을 읽어보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나는 작가가 아니기에 가족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살았다. 다만 오래도록 작은 신문에 칼럼을 재능기부로 적어왔다. 300여회를 넘긴 내 글의 100회는 ‘조적공’이었는데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적인성 검사로 조적공이 딱이라는 결과를 듣고는 화가 나고 절망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 결과가 맞는 것 같다고 적었다. 시골의 읍에 있는 중학교에 20리를 걸어서 다닌 그 당시 60년대 말에는 산업인력이 필요했고 적성 검사 결과 우리들은 조적(組積)이나 미장, 도배를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분류되었다. 조적이란 벽돌 쌓기다. 집을 짓거나 굴뚝을 높이 올리는 데에는 벽돌을 곧게 쌓아 올려야 하니 칼럼 100개를 꾸준히 쌓은 것이 바로 조적공의 적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봉숭아나 콩 깍지를 보면 잘 익을수록 톡 터져서 씨앗을 멀리 보내려고 한다. 아마 종족 보전을 하려는 자연의 현상일 것이다.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을 모르니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나려 도 닦고 기도하련다는 스님, 월명사를 생각하면 애처롭지만 서로 멀리 떠나 있는 것도 섭리라 생각하며 애써 견딘다. 


다시 방송이야기에 맺은 말이다. “여러분, 설날이 설날 같지 않은 우리 이웃은 없는지 챙겨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곳곳에서 이웃을 챙기고 돕는다는 훈훈한 미담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신해 온 누리에 번지면 좋겠습니다. 가족끼리 서로를 위해 소망을 간절하게 빌어보시지요. 바른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가족, 이 얼마나 귀한 선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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