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 문제가 아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그건 내 문제가 아냐

0 개 1,022 수필기행

지구가 가속도로 메말라 간다. 화석 연료를 너무 많이 태우고 푸르던 땅을 죄 갈아엎어 생겨난 기후 변화 탓이란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물이 바닥나 아우성이고 아귀다툼도 벌인다. 아프리카의 물 부족은 심각하여 수많은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강물과 호수가 말라 지하수를 퍼 쓰다 보니 지반이 내려앉는 도시가 갈수록 늘어나고 물값이 생활비를 위협하여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곳이 지구상에 한두 곳이 아니다. 목화를 수출하는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는 물 부족으로 목화 재배가 더 이상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울상이라 한다. 톈산산맥의 눈이 줄어 강수량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청바지 하나에 들어가는 목화 값의 절반가량이 물을 대는 비용이라 하니 가슴을 칠 만도 하다. 뉴질랜드도 텔레비전 홍보를 하면서까지 연일 물 부족 사태를 상기시킨다. 그래서인지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부분의 물은 농사를 짓는 데 사용한다. 물이 부족하면 식량 생산도 감소하고 종국엔 굶어 죽을 수도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만들 수 있지만 그 비용이 금값이란다. 기후 변화로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자는 파리 조약이 2015년에 체결되었지만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탈퇴해버렸다. 우리만 잘 살자는 집단 이기주의의 악독한 표상이다.


모든 생명의 원천은 물이다. 성경의 천지창조 첫머리에도 물이 등장한다. 우주는 물속에 잠겨 있으며 생명의 생장은 물에 의해 번성한다. 지구의 중력과 대기도 물이 지탱해준다. 우리 육신도 대부분 물로 이루어졌고 물에서 수태되었다. 우리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줄만 알았지 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미국 동북부에 살던 인디언들은 일찍이 그 초월적인 자연계의 섭리를 깨달았다. 뉴햄프셔주 북부 고산준령이 즐비한 화이트산맥 등성에 위니페소키(winnipeasaukee) 호수가 있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호수 안에 수백 개의 작은 섬들이 떠 있다. 위니페소키라는 말은 높은 곳에서의 아름다운 물, 아래로 흘러 대지를 적시는 물을 뜻한다. 그 호수를 토착 인디언들은 대지의 영혼이라 했고 호수가 일렁이면 대지의 정령이 미소 짓는 거라 했다. 조상들의 피가 산화되어 흘러 고인 혼의 세계란다. ‘물에서 났으니 물로 돌아간다.’ 그들은 물을 신성하게 여겼고, 자신을 인간이라 하지 않고 자연에 몸 붙인 생명의 하나라 했다. 


물은 더러움을 정화한다. 맑은 물은 생명과 영혼을 빛나게 한다. 그 맑은 물을 유튜브의 한 동영상에서 보았다. 중국의 쓰촨성 어느 마을, 첩첩산중에 사는 산골 처녀의 스토리다. 그녀의 이름은 李子柒(Liziqi)이다. 긴 머리에 아리따운 자태로 농사를 지으며 꽃을 가꾸고 할머니를 위해 날마다 맛나는 요리를 한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열네 살에 학업을 그만두었으나 자신의 삶을 세상에 보인 후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수백만의 구독자가 찬사를 보낸단다. 현대 문명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명상에 잠기기도 한단다. 장엄한 설산과 벼랑, 치솟는 수목들, 창공의 기운을 머금은 구름자락, 그곳엔 맑고 고결한 물이 있었다. 땅 위에 흐르는 오염된 물, 땅속에서 길어 올린 혼탁한 물이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져 숲에서 정화된 바위틈의 물이다. 대나무를 잘라 층층 굽이를 만들어 졸졸 흐르게 한 물은 화면으로 보아도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천지창조 때부터 흐르는 태초의 물이지 싶다. 그녀가 만지는 물은 맑다. 마지막 대롱에서 흘리는 낙수는 세차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다. 수정 같은 그 물로 요리를 하고 채소를 가꾼다. 종지 모양으로 손을 오므려 물을 받는 모습이 원시에서 온 처녀 같다. 세상은 불순함을 씻고 영혼을 빛나게 할, 섞임이 없는 그런 생명수에 목말라 한다.

 

인류 문명은 물가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전쟁사를 들여다보면 결국 물의 전쟁이었다. 지구 곳곳의 영토 분쟁도 알고 보면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뉴질랜드의 도회지 밖에선 대부분 빗물을 받아서 쓴다. 집채만 한 물탱크에 저장하여 식수로 쓰고 정원도 가꾸고 세차도 한다. 가능하면 땅위의 물은 아끼고 버려지는 공중의 물을 거저 쓰자는 거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설거지하면 흉도 잡힌다. 싱크에 물을 받아서 쓰는 게 생활화 되어 있다. 하수도도 폐수와 빗물을 따로 흘리게 하여 철저히 관리한다. 그래서인지 강물이나 도심의 실개천은 언제나 맑은 물로 싱그럽게 흐른다. 



예전에 바닷가에서 알몸으로 수영하는 사람을 만났다. 왜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을 하느냐고 묻자, 옷에 묻은 땟국으로 바닷물을 오염시킬 수 없지 않느냐는 거다. 그만큼 물을 사랑하는,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마음 저변에 깊게 깔려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젊은 사람들이 샤워를 할 때 마냥 물을 틀어 놓고 콧노래를 부르거나 마사지를 즐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물이 소중하고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비를 모아 맑은 물로 정수하여 집에 보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물 한 방울 만들 수 없으면서 내 것인 양 낭비하는 것은 하늘의 축복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영혼엔 마음이라는 물이 있다. 고여서 더럽혀지기도 하고 때론 감정에 휘둘려 출렁이기도 한다. 자신을 비춰주고 맑은 빛깔로 흐르며 생명의 나이테도 키운다. 잔잔히 흐르는 마음의 물소리, 삶이 정화되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 사람은 이미 천국을 경험하는 중이다. 마음의 물이 마르면 더 이상 존재의 대상이 아니다. 더럽혀져 고여 있다면 사랑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인간은 물이고 물에서 났다. 많은 종교 의식에서 물이 기적의 성수가 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물은 불변이고 영원하다. 깨끗함과 선량함을 다스리는 신의 마음일 수도 있다. 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니면 사랑하는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른 성품의 친구도 많이 생길 것이다. 인류는 불어나고 지구는 점점 메말라 산불도 잦다. 가뭄이 길어지고 물이 더 부족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만큼 많은 생명이 타 죽어 갈 터인데 사람들은 마냥 무심하다. 어쩌면 ‘그건 내 문제가 야냐’ 하는 사람들이 맨 먼저 그 재앙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493d470b02b97e541495e67064462e50_1607400322_0102.jpg
 
■ 이 한옥 
지은책으로 장편소설 『명예의 거리』 『바람모퉁이』 『위대한 영혼의 미소』, 
산문집 『큰길을 버리고 오솔길로 다녀라』 등이 있다.

바람의 말

댓글 0 | 조회 599 | 2023.05.23
누가 왔었나?마당이 어수선하다. 담벼… 더보기

제 2의 나

댓글 0 | 조회 588 | 2023.01.18
두 손을 펴서 활짝 벙글어지는 꽃잎 … 더보기

굄대

댓글 0 | 조회 629 | 2022.09.14
■ 최 현숙군불 지핀 방안이 후끈하다… 더보기

행복한 고구마

댓글 0 | 조회 822 | 2022.07.12
내가 강릉영림서 진부관리소 말단 직원… 더보기

꽃보다 할매

댓글 0 | 조회 980 | 2022.05.24
천지가 꽃으로 들썩입니다. 호들갑으로… 더보기

그리움

댓글 0 | 조회 907 | 2022.04.27
■ 최 민자전지를 갈아 끼워도 가지 … 더보기

첫사랑

댓글 0 | 조회 1,094 | 2022.03.09
■ 노 혜숙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보… 더보기

내가 방랑자로 떠돌 때

댓글 0 | 조회 942 | 2022.02.22
■ 장 기오젊었을 때 나는 장돌뱅이처… 더보기

명태에 관한 추억

댓글 0 | 조회 787 | 2022.02.09
늦가을이나 초겨울이면 우리집 부엌 기… 더보기

바둑이

댓글 0 | 조회 996 | 2022.01.27
■ 최 현숙내 방 벽에는 그림 한 점… 더보기

누비처네

댓글 0 | 조회 774 | 2022.01.11
■ 목 성균아내가 이불장을 정리하다 … 더보기

낙타 이야기

댓글 0 | 조회 850 | 2021.12.22
■ 최 민자까진 무릎에 갈라진 구두를… 더보기

동생을 업고

댓글 0 | 조회 1,178 | 2021.12.08
■ 정 성화박수근의 그림 ‘아이 보는… 더보기

먼길

댓글 0 | 조회 947 | 2021.11.23
■ 노 혜숙나는 물과 불처럼 서로 다… 더보기

겨울 편지

댓글 0 | 조회 1,046 | 2021.11.10
​■ 반 숙자방금 우체부가 다녀 갔다… 더보기

그대 뒷모습

댓글 0 | 조회 919 | 2021.10.27
■ 반 숙자서녘 하늘에 별이 돋는다.… 더보기

사라지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다

댓글 0 | 조회 975 | 2021.10.12
■ 장 기오요즘도 나는 수시로 발 앞… 더보기

『유년 기행』 자전거

댓글 0 | 조회 788 | 2021.08.24
여느 때처럼 맴생이 두 마리를 끌고 … 더보기

돼지불알

댓글 0 | 조회 1,468 | 2021.08.11
■ 목 성균상달 저녁 때, 사랑에 군… 더보기

콩 심은데 콩 나고

댓글 0 | 조회 990 | 2021.07.28
■ 반 숙자미명(未明)이다. 가만히 … 더보기

유년 기행

댓글 0 | 조회 814 | 2021.06.22
■ 이 한옥동녘이 열푸름히 열리고 희… 더보기

말하고 싶은 눈

댓글 0 | 조회 914 | 2021.06.10
■ 반 숙자우리 집 파수꾼 미세스 짜… 더보기

소풍

댓글 0 | 조회 837 | 2021.05.25
■ 이 한옥소풍 가는 날은 기분이 붕… 더보기

사진첩

댓글 0 | 조회 1,054 | 2021.05.12
■ 최 현숙‘똑똑, 택배입니다.’아들… 더보기

가을 탓인가?

댓글 0 | 조회 978 | 2021.04.29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투명했다.태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