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겨울이 오기 전에?

2 2,844 NZ코리아포스트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세우고 여러 말들을 건넸다. 로저는 소 그림 이야기와 우리식구들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리고 소 그림 하나를 준다고 했는데 왜 안주냐고 묻기도 하였다.

“로저~ 소 그림은 다음에 주겠다. 지금은 소 그림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로저, 너 때문에 말이야, 우리 아들 허리 다쳐 고생 무지하게 했다. 다 너 때문이야~ 이 말이 입속에서 튀어 나오려고 했지만 그냥 꾹 참고 입을 닫았다. 또 영어도 잘 안될 것 같고...

여름에 엄청 가물어 땅이 갈라지고 풀이 부족해 소들과 양들이 난리가 났을 때 어떤 사람은 길가에 트럭을 대고 휘어진 칼로 풀을 베어 실어 나르기도 하였다. 어떤 아주머니는 풀을 뜯어 자루에 담아 나르고 있었다. 옛날 한국 시골 풍경을 보는 듯했다. 논두렁에 지게를 받치고 꼴을 베어 담아 지고 나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풀이 모자라 고생하던 우리 집도 소 4마리를 몽땅 팔아치운 후에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는데 그 후 우리 땅은 언제나 풍성한 풀을 갖고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풀이 부족한데 누구네 짐승들에게 풀을 먹일까 궁리하던 중 아내가 큰길가에서 소를 몰고 가는 로저를 만난 것이다.

우리 집 골목길을 벗어난 큰 길 건너는 로저네 땅인데 땅도 크지만 소가 워낙 많다 보니 로저도 풀이 모자라 무척 고생하는 것 같았다. 우리 땅에 풀이 많으니 너의 소들을 옮겨 뜯어먹게 하라는 아내의 말에 로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는 엄청 자란 풀밭을 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풀 값을 얼마를 줘야하냐고? 그냥 공짜로 준다했더니 그는 풀밭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보고 그 나무를 화목으로 잘라준다고 하였다. 몇 년 전 태풍 때 쓰러진 나무인데 워낙 나무가 커서 우리가 자르기에는 너무 힘들어 사람을 시켜 자르려고 했던 터이다,

그 날 로저는 23마리의 소를 몰고 왔다. 그리고 소들이 워낙 물을 많이 먹으니 로저는 이동식 물탱크로 물을 퍼 날랐다. 소가 많다보니 생김새들이 모두 달랐다. 우락부락한 황소부터 뿔이 잘라진 소, 밝은 색의 예쁜 암소들...

손자가 풀밭에 소가 많으니 신이 나서 뛰어 들어갔는데 갑자기 큰 황소들이 손자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겁이 난 손자가 울고 있었다. 내가 얼른 뛰어 들어가 말했다.

“너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영화 안 봤어? 원주민 꼬마가 이렇게 폼 잡고 버티니까 소들이 다 멈춰서잖아. 소가 가까이 오는 것은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야,”

소들이 풀을 반쯤 뜯어먹었을 무렵 로저가 나무 자르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무의 밑둥치가 너무 굵어 자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쪽으로 반만 잘라 주겠다는 것이다. 로저의 속이 들여다 보이는 순간이었다. 소들이 풀도 거의 뜯어 먹어가겠다, 풀은 애초부터 공짜로 준다고 했겠다, 그러니 힘들게 나무를 다 잘라줄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소들의 사진을 찍는데 로저가 소를 사진 찍어 뭐하냐고 물었다.

“내가 요즘 동물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너희 소를 그리려고 그런다. 그림 그리면 너도 하나 줄까?” 로저는 그림 한 점 준다는 말에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소들이 풀을 다 뜯어먹었을 때 로저는 소들을 몰고 가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를 잘라준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겨울이 다 지나가도록 로저는 오지 않았다. 아들에게 로저네 집에 가서 나무 언제 자를 거냐고 물어보라 했더니

“아휴~ 아빠 뭘 그런 걸 물어봐, 로저가 알아서 하겠지 뭐,”

결국 로저는 오지 않았고 인건비를 정하고 나무를 잘라주기로 한 마이클이라는 젊은 친구가 몇 차례나 오기로 약속했는데 일감이 작아서 그런지 그도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집에 있는 작은 체인소로 아들이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는데 잘라놓은 나무를 운반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일주일동안 앓아누웠다.

“아들아, 일을 못하면 시키기라도 잘해야 되는데 이것도 저것도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아빠는 한국에서 시키는 것은 참 잘했었는데...”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나
하지님! 로저는 풀이 다시 자란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저는요, 자기 필요할 때만 친한 척 하는 사람은  쫌---

그나저나 할머님을 비롯 모두 건강하게 잘 계시죠?
왕하지
로저는 풀이 자라보았자 땅이 워낙 작으니까 우습게 보는게 아니라

지금은 워낙 바쁘니깐 언젠가는 나무를 잘라주리라 맘먹고 있겠지요.

왜 한국에서 허풍떠는 시골 영감들 있지요. 로저가 아주 비슷해요.

김영나님, 우리집 식구들 감기 그럭저럭 잘 넘어갔는데 저만 아주 심하답니다.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인거 같습니다.

감기 건강 조심하세요.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080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702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65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89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87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 더보기

현재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2,845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22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61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43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576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65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678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 더보기

피아노 도둑

댓글 6 | 조회 7,355 | 2011.06.28
딸이 피아노를 치자 앞뜰 푸리리나무에… 더보기

나쁜 사람

댓글 15 | 조회 6,309 | 2011.06.14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 더보기

동치미....

댓글 5 | 조회 5,693 | 2011.05.24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 더보기

운동화

댓글 2 | 조회 4,816 | 2011.05.10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 더보기

30번째의 생일과 공짜 음료수

댓글 1 | 조회 6,784 | 2011.04.27
손자 샘이 할머니랑 프란시스네 집을 … 더보기

흐르는 강물처럼~

댓글 4 | 조회 5,281 | 2011.04.12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 더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댓글 3 | 조회 5,551 | 2011.03.23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더보기

벼락치기

댓글 5 | 조회 6,373 | 2011.03.08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 더보기

파리....

댓글 4 | 조회 4,863 | 2011.02.08
런던에서는 집을 나설 때 우산을 들고… 더보기

11일만의 귀환

댓글 1 | 조회 4,855 | 2011.01.25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 더보기

4대가 사노라니....

댓글 1 | 조회 5,486 | 2011.01.14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 더보기

마지막 선물.....

댓글 2 | 조회 5,708 | 2010.12.21
이번 주면 손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더보기

잔치는 끝났다

댓글 11 | 조회 7,053 | 2010.12.07
내 어린 시절, 시골 동네잔치가 벌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