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판도라의 상자

0 개 2,046 새움터

20대의 끝자락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그리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유명한 올림푸스 산의 신전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 말 그대로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4대 고대 문명 발상지로서의 위상과 함께 드라마 소설 영화의 탄탄한 기본 스토리로 헐리우드에서 무한 반복되는 그리스 신화이다. 우리는 흔히 밝히거나 공개하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는 사안을 비유할 때 ‘판도라의 상자’ 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는 최초의 여성으로 지상으로 내려가기 전에 남신들과 여신들로 부터 선물들을 받게 된다. 그녀는 제우스에게서 판도라 상자를 받았는데 상자와 더불어 절대 그 상자를 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판도라라는 이름은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으로 신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준데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판도라는 사실 프로메테우스를 비롯한 인간들이 불을 훔친 것에 화가 난 제우스의 또 다른 벌이었다. 제우스는 이미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묶어두고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을 쪼아먹도록 하는 벌을 내렸다. 후에 지상에 내려와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 생활 도중 결국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한 판도라는 제우스의 경고를 잊고 그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 있던 모든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의 모든 악이 쏟아져 나왔다. 놀란 판도라는 상자를 닫았고 맨 아래에 있던 ‘희망’ 만이 상자에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인간들은 힘든 일을 많이 겪게 되었지만 희망만을 잃지 않게 되었다로 이야기는 귀결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판도라 상자 이야기의 핵심인 ‘희망’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상자에 남은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행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원하는 헛된 희망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전자는 ‘희망’의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 되고 후자는 ‘기대’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희망과 기대는 의미의 유사성으로 인해 종종 혼동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희망은 내부에 기인한 긍정적인  태도이다. 반면 기대는 일종의 상태이며 기대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에 달려있다. 흔히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어도 희망이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얼마 전 유일한 혈육이라고는 쉰을 바라보는 아들이 전부인 할머니를 도와 드리게 되었다.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시작된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폭력은 통제를 벗어난지 이미 오래였고 신체 및 언어 폭력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는 자신의 집을 놔둔 채 모텔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들은 자신의 행위를 폭력이라 인정하지 않고 경찰의 개입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할머니 예금을 자기 마음대로 술과 도박에 탕진하고 있었다. 장기간 노출된 폭력으로 인해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아들로 개과천선해서 유일한 혈육인 노모를 모시고 한집에서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다. 이는 35년째 진행형인 믿음이었다. 이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희망과 기대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확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쉽게 행복의 잣대를 내부의 태도 보다는 외부의 상태나 상황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며 살아가는 것 같다. 가장 빠르게 불행해지는 방법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라는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송봉모님의 시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가 희망과 기대의 차이를 잘 설명해 주는 듯 하다. 


배우자나 자녀한테는

기대가 아니라

희망을 지녀야 한다

기대는 나를 위한 것이고

희망은 상대를 위한 것이다.


또 한번 나를 뒤돌아 보게 된다. 


<새움터 장요셉 >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친구에게 때가 한참 지난 사과를 하면서

댓글 0 | 조회 1,333 | 2021.02.23
현직 기업체컨설턴트와 코칭 전문가로 …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Ⅱ

댓글 0 | 조회 1,927 | 2020.12.22
‘베트남의 호치민, 태국의 치앙마이,…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1,506 | 2020.11.25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더보기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댓글 0 | 조회 1,738 | 2020.10.14
며칠 전이 추석이었다. 모처럼 캄캄한… 더보기

현재 판도라의 상자

댓글 0 | 조회 2,047 | 2020.09.09
20대의 끝자락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더보기

가비 한잔 하실까요?

댓글 0 | 조회 2,345 | 2020.08.12
최근 19세기 말 인천을 배경으로하는… 더보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댓글 0 | 조회 1,556 | 2020.07.15
아름다운 글과 시 그리고 소설에서 자… 더보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더냐?

댓글 0 | 조회 1,467 | 2020.06.24
스마트폰의 편리에 빠져 버린 요즘이지… 더보기

2020년의 4월

댓글 0 | 조회 2,334 | 2020.05.27
'4월은 잔인한 달’,어느 순간 부터… 더보기

방금 뭐라고 했지?

댓글 0 | 조회 2,012 | 2020.03.24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 더보기

내가 왕년에 말이야

댓글 0 | 조회 1,752 | 2019.12.23
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더보기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댓글 0 | 조회 1,593 | 2019.11.13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산을 산… 더보기

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댓글 0 | 조회 1,814 | 2019.06.11
이민 온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왕 이… 더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0 | 조회 1,518 | 2019.05.15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 더보기

인연의 소중함

댓글 0 | 조회 2,212 | 2019.04.09
몇년동안 같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더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0 | 조회 1,370 | 2019.03.13
오랜만에 방문한 웰링턴의 여름은 오클… 더보기

심리상담 속에서의 경청의 실례

댓글 0 | 조회 1,532 | 2019.02.15
심리상담 십수년, 그 간의 세월이 흐… 더보기

평형수 (平衡水)

댓글 0 | 조회 1,515 | 2019.01.15
“내 나이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 더보기

Kāhui Tū Kaha

댓글 0 | 조회 1,200 | 2018.12.11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벌써 13년이 … 더보기

“내 꿈 꿔”

댓글 0 | 조회 1,479 | 2018.11.15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더보기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댓글 0 | 조회 2,628 | 2018.10.12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 더보기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댓글 0 | 조회 1,779 | 2018.07.11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 더보기

자존과 교육

댓글 0 | 조회 1,467 | 2018.06.14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 더보기

공상이라는 심리 방어기제

댓글 0 | 조회 2,959 | 2018.05.10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더보기

투명인간

댓글 0 | 조회 1,641 | 2018.04.10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