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서 본 뉴질랜드의 삶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어른이 돼서 본 뉴질랜드의 삶

zizizi9939외 6명
0 개 3,496 이정현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뉴질랜드에서의 학교생활을 참 좋아했다. 물론 초반에는 누가 말만 시키면 “pardon?”만 백만 번 외쳐야 했던 언어의 장벽이나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녔던 시절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난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미처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행을 택해야 했다. 한국으로 온 뒤,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 역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른 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을 때쯤 뉴질랜드로 휴가를 갈 수 있는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20대 초반에 떠나온 뉴질랜드를 20대 후반이 돼서야 다시 돌아간 것이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뉴질랜드는 딱 내가 그리워했던 그대로였다. 내가 다녔던 학교도, 내가 자주 갔던 미션베이의 카페도, 도서관도 내 기억 속 그대로여서 너무 다행이었고 좋았다. 그런데 사회인이 된 내 눈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뉴질랜드에서 살 때에는 마냥 행복해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 바로 웃음기 없는 한국 어른들의 표정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내가 그 나이 때 그랬듯 잘 웃고, 밝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학생들의 부모님들 표정은 달랐다. 조금은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난 뉴질랜드 생활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엄마, 아버지는 뉴질랜드 생활이 힘드셨겠구나.’


사실 생각해보면 뉴질랜드에 계신 어른들의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과목을 전공했고,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하는데도 가끔은 너무 힘이 드는데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현재 뉴질랜드에 계신 많은 부모님들은 스스로의 행복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택한 나라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져야 하니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실까.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에서 하셨던 일을 계속 뉴질랜드에서도 이어서 하고 계신 분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 낯선 땅에서 동양인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홈스테이, 가디언, 장사, 재봉일, 배관작업, 공사, 잔디깎는일 정도가 아닐까? 



우리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피아노 선생님이라는 타이틀로 오래 생활하며 화려한 피아노 발표회도 제법 여러 차례 개최했던 엄마와 궂은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소위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종사했던 아버지 역시 자식 교육 하나 위해 뉴질랜드에 와서 새벽 5시에 오픈하는 카페를 운영하셨다.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버지의 표정에도 웃음기는 없었던 것 같다. 


매년 엄마, 아버지와 뉴질랜드로 휴가를 가면 내가 부모님께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빠, 엄마 참 열심히 살았어. 난 아빠, 엄마가 내 학창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내게 해줘서 너무 좋고 항상 감사해. 나중에 내 자식한테도 꼭 그건 해주고 싶어.”


내가 매년 뉴질랜드로 휴가를 가는 이유는 뉴질랜드가 그리워서이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것, 뉴질랜드에 살때는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자식들을 위해 뉴질랜드에 계신 많은 부모님들이 이것은 꼭 아셨으면 좋겠다. 부모님들 덕분에 자식들은 살면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고 계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식들은 살아가면서 큰 행복과 감사를 느낄 것이라는 것을.    


수능 D-day 90일

댓글 0 | 조회 929 | 2021.08.25
한국 수능 문화에 대한 글을 쓴 지 … 더보기

결국, ‘절실함’

댓글 0 | 조회 1,304 | 2021.08.10
요즘은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나 모… 더보기

‘호의’라 쓰고 ‘오지랖’이라 읽는다

댓글 0 | 조회 1,089 | 2021.07.28
속상한 일이 생겼다. 영어를 가르치고… 더보기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

댓글 0 | 조회 1,014 | 2021.07.13
코로나19 탓에 1년 남짓한 시간 동… 더보기

오지랖 대마왕

댓글 0 | 조회 1,418 | 2021.06.23
한국 사람들이 보는 외국인 혹은 이민… 더보기

If...

댓글 0 | 조회 1,256 | 2021.06.10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 더보기

나이라는 굴레

댓글 0 | 조회 1,302 | 2021.05.26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더보기

분노공화국, 대한민국

댓글 0 | 조회 2,027 | 2021.05.11
미국, 호주 등에서 아시아에 대한 인… 더보기

강남, 그들만의 세상

댓글 0 | 조회 1,338 | 2021.04.29
“심수련 가방, 송혜교 시계, 전지현… 더보기

코로나19 시대에 치러진 선거

댓글 0 | 조회 965 | 2021.04.14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 더보기

한국인의 독특한 재테크

댓글 0 | 조회 2,034 | 2021.03.24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명품 사랑’은 … 더보기

락다운 vs. 야근

댓글 0 | 조회 2,292 | 2021.03.10
친구를 통해 뉴질랜드는 또다시 락다운… 더보기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댓글 0 | 조회 2,918 | 2021.02.24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것… 더보기

소중한 인연

댓글 0 | 조회 1,746 | 2021.02.11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어딨겠냐… 더보기

댓글 0 | 조회 1,760 | 2021.01.28
공무원영어 모의고사 출제자로 일하면서… 더보기

한국이 느린 한 가지

댓글 0 | 조회 1,626 | 2021.01.12
지난 칼럼을 통해 한국의 “빨리빨리 … 더보기

어머니들이 죄인인 나라

댓글 0 | 조회 1,333 | 2020.12.23
한국에서는 유독 남을 원망하지 말고 … 더보기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댓글 0 | 조회 2,696 | 2020.12.09
각 나라마다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 더보기

영어에는 없는 한국어

댓글 0 | 조회 2,071 | 2020.11.25
주변에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영어 … 더보기

한국 거주 외국인

댓글 0 | 조회 2,724 | 2020.11.11
올해의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 더보기

열띤 토론

댓글 0 | 조회 1,356 | 2020.10.29
요즘 들어 부쩍 언니와 조카의 교육에… 더보기

그 어느 때보다 핫한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3,086 | 2020.10.14
“친정이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만나고 온 사람들

댓글 0 | 조회 3,055 | 2020.09.23
매년 뉴질랜드에 가면 처음 만나는 한… 더보기

To Stay Sane Inside Insanity

댓글 0 | 조회 1,535 | 2020.09.08
“Stay sane inside in… 더보기

현재 어른이 돼서 본 뉴질랜드의 삶

댓글 0 | 조회 3,497 | 2020.08.26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뉴질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