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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끼니 한끼

0 개 1,289 강명화

한국에 있는 저희 부모님의 댁에는 100 세가 넘으신 할머님께서 살고 계십니다.


젊으실 적 할머니는 웬만한 남자는 저리 가라 할 힘과 체력을 자랑하셨던 분이십니다.


지리산 골짜기 출신이신 할머니는 힘든 일을 무서워 하지 않으셨고,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누리고 다니시던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기억 속에 할머니는 늘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눠주시고도 남을 분이기도 하셨지요. 그런 할머니에는 7-80 대까지도 저보다 힘이 세신 분이셨는데, 지금은 100 세가 넘으셔서 이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하십니다.


100 세 인생을 노래하는 요즘 정말 100 세가 넘은 분은 저의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할머니는 지리산 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라셨습니다. 사시면서 한국전쟁도 세계대전도 관통하는 시간을 살아내셨지만, 정작 할머니는 그런 얘기들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뿐이 셨으니까요. 아이들과 가족을 먹이느라 거의 매일을 굶기도 하셨다는 할머니는 그래서 요즘도 저만 보면 밥 먹었냐고 인사하시고, 그리고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 근심 거리이기도 하십니다.


가끔 한국에 오는 손녀가 집에서 밥을 잘 차려 먹는 거 같지 않으면, 밥 먹었냐는 말은 정말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듣게 되는 말이라 사실은 조금 귀찮기도 한 그 말이지만 할머니에게 한끼 끼니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이해하고 있기에 늘 밥 먹었다고, 잘 먹고 다닌다고 인사합니다. 그래도 할머니 눈에는 아직도 어린, 외국 나가서 혼자 사는 손녀는 밥 먹는지 또 확인하고 확인해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일명 몸 빼 바지 깊숙한 곳에서 만원을 꺼내서 저에게 건네 주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나는 바보라, 손녀 밥 한끼 시켜 줄줄 모른다. 이거 가지고 밥 사먹어라” 하셨습니다.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때 할머니의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한 듯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그 지폐를 들고 있던 그 손이, 그리고 그 손에 들려있던 그 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너무 슬프고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손녀 한끼 챙겨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 마음까지 헤아릴 수는 없었던 손녀가 계속 마음이 쓰였던 시골 골짜기 출신 할머니는 꼬깃꼬깃 접힌 만원이, 이제 어리지도 않은 손녀의 한끼 밥을 사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나 봅니다. 그걸 할머니의 그 한마디에 깨닫고, 그 손에 있던 만원을 어쩔 수 없이 받아서 지갑 깊숙이 쑤셔 놓고 몇 일을 마음이 뭉클했었는지 이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할머니는 긴 시간을 살아내고 이제 자신의 밥 한끼 챙겨먹는 것도 힘들어 하십니다.


할머니의 오랜 기억 속에 밥을 굶던 시간들이 이제는 오래 전 기억으로만 남아 있게 되길 바래 봅니다. 할머니의 만원은 여전히 손녀의 끼니를 든든히 챙기고 있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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