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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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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어느 순간 부터 뭔가 어려운 일이, 그것도 하필 4월이 있는 경우 쉽게 입가에 맴도는 말이다. 


이 표현은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1888-1965)의 시 중 434행이나 되는 장시 ‘황무지’의 첫 구절에 나온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시 ‘황무지’는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처를 배경으로 한다. 전후의 유럽 사회가 처한 폐허의 풍경을 상징적인 소재와 구성으로 대중에게 전한다. 현대 사회의 절망과 전쟁이 남긴 충격을 표현한 대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서구인들 경험에 못지 않게 우리도 근현대사 속에서 ‘잔인한 4월’을 경험해왔다. 제주 4.3 사건, 4.19 혁명 그리고 불과 6년전인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까지 유독 4월에 무고한 생명의 상실이 많았던 것으로 역사에 남겨져 있다. 


‘황무지’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끈 기술 문명에 오히려 갇힌 인간성, 그리고 수 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에 대한 허탈감과 무력감에서 비롯된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문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말한 잔인함은 그런 황폐함조차 이겨내고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놀라운 생명의 강인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전쟁은 잔인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 또한 잔인하다. 그러나 그런 죽음과 절망조차 이겨내는 라일락의 소생과 마른 구근의 부활은 그래서 그냥 잔인한 게 아니라 ‘가장 잔인한 4월’(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는 역설이다. 다시 말해  4월이라는 시간이 가장 잔인하기에 그 보다 덜한 잔인함을 이겨낸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한 여름에 열은 열로 다스려야 한다며 50도가 넘는 한증막에 찾아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이해된다. 이러한 역설은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의 가장 크고 핵심적인 전례인 부활절이 4월에 주로 있다는 사실과 신기하게 맥락을 같이 한다. 죽음은 잔인하다. 부활은 이 잔인한 죽음을 딛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부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죽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죽음이 꼭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탐욕을 죽이고 오만을 죽이며 비인격성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삶으로 다시 살아난다. 이런 의미에서 ‘황무지’가 대중에게 던지는 화두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한 ‘희망’ 이다. 



올해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되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하여 걷잡을 수 없는 속도와 범위로 퍼져 나가 전 세계를 삼켜 버렸다. 매일 급속히 증가하는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짧은 시간에 전쟁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를 충격과 공포 빠뜨렸다. 세계 곳곳에서 필수품에 대한 극심한 사재기가 벌어졌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서로 차지하고자 주먹질을 해대는 상황도 생겼다. 얼마 전에는 영국 총리마저 감염되어 말 그대로 죽다 살아 났다. 


뉴질랜드 또한 코로나가 빗겨 갈 수 없었고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봉쇄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다.  그러자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던 우리 삶의 시계는 멈춰 섰다. 결국 4월 한달 간 소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강제 휴가를 가져야 했다. 우리 모두는 4월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 갇혀 버렸다. 그러자 우리는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게 되고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상황에 노출되었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장애, 지나친 청결에 대한 강박 장애 그리고 장기간의 격리(?)로 인한 무력감, 심지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역설적인 사실은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세계 곳곳에서 건강한 자연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감염병 공포로 몰아 넣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재앙이지만 인간에게 피폐해진 자연에게 코로나가 백신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또 다시 흘러 어느 새 5월이 되었고 봉쇄 조치가 하향 조정 되었다. 이제 새로운 일상 (New Normal)으로 넘어 가는 중이다. 엘리엇이 역설적으로 표현했던 ‘희망’이라는 씨앗을 마음 속에 고이 담아 잘 키워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새움터 회원 장요셉 >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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