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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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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한옥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먹장구름이 내려앉고 회오리바람이 소나기를 몰고 간다. 공포의 구름, 죽음의 비다. 오가지 말라는 봉쇄령이 내려진 지 달포가 지났다. 소낙비를 맞으면 생명이 끝장 날 수 있으니 꼼짝 말고 문밖을 나서지 말란다. 사람들은 덫에 걸린 짐승처럼 공포에 질린 밤을 지새우며 낯설고 두려운 아침을 맞는다. 인적이 끊긴 도로는 길냥이들이 차지하고 거미나 귀뚜라미 같은 벌레들은 제 세상을 만났다. 초목은 잎새를 비비며 밀어를 나누고 새들은 유유히 천공을 날건만, 몽매한 인간들은 태생적 자유는 물론이고 사회 규범이 만든 자유마저 앗긴 채 옴짝달싹 못한다. 흡사 굴속에 갇힌 겨울 짐승이다. 넋 나간 유령처럼 TV 앞에 웅크리고 앉아 ‘코비드’라는 저승사자의 망나니 춤을 지켜볼 뿐이다. 오만한 문명의 첨탑은 처참히 무너지고 인간의 나약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 환난이다. 시신이 무더기로 쌓이고 곳곳에 이름 없이 묻히며 통곡과 절규가 온 세상을 울린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예언을 빌려 세상 종말의 징조라고 한다. 만약에, 만약에 저 음흉한 죽음의 바이러스가 망나니 짓을 그치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찌 될까? 군내 나는 빵 부스러기와 몇 모금의 물로 생명을 부지한들 끝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력한 인간들은 정신머리를 잃고 너나없이 아귀도로 떨어지리라. 거기까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삶이 절단 나고 소통이 단절되었다. 손발이 묶이니 우울증 같은 금단의 증상이 나타난다. 근질근질하던 육신은 이제 뼈마디마저 욱신거리고 화병도 도진다.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문을 박차고 나가 성난 말처럼 뛴다. 나도 뒤틀리는 육신을 달래려고 산책길에 나섰다. 차량이 끊어진 거리는 한적하다. 작은 길에 들어서면 적막강산이다. 지나친 기우일까? 숨통을 트려고 심호흡을 할 때마다 생명을 위협하는 세균이 분진을 날리며 입 속으로 침입할 것 같다. 어느덧 ‘거리두기’에 세뇌된 탓인지 마주 오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피해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 피하는 상대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탓일까, 아니면 나를 배려하는 양심적 행위일까? 서로를 경계하는 새로운 질서가 사람들을 혼돈의 세상으로 떠밀고 있었다. 어느 천 년을 숨어 노렸는가. 붉은 띠를 두른 코비드라는 요귀는 악령처럼 세상에 나타나 인간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이성을 마비시키며 삶을 휘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보건 용어로 감염병 통제 전략의 하나란다. 전염이 될 수 있으니 집단을 피하고 타인과 가까이 접촉을 말라는 권칙이다. 나는 살다 살다 그런 말을 처음 들었다. 접촉을 말라니. 얽히고설켜 몸을 부딪고 호흡을 나누며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으로 잘 지어낸 말이다. 적당한 거리는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며 위험의 요소를 살필 수 있는 틈이다. 사람들은 붙어 산다. 붙어 살기에 생각할 공간이 부족하고 너그러울 겨를이 없다. 상대가 지닌 병원체도 여과 없이 전염된다. 이기심과 탐욕, 시기와 질투, 무지한 욕망과 오만한 지배욕, 어쩌면 코비드보다 더 해악한 바이러스들이다.

 

붙어 사는 나무는 몸통을 제대로 못 키운다. 촘촘히 심은 작물은 열매가 빈약하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족의 관계도 친구의 우정도 연인과의 사랑도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 트러블이 없고 바로 살필 수 있다. 아이를 품어 키우면 늙도록 고생하는 까닭도 자립할 공간과 생각의 폭을 묵살한 탓이다. 거울에서 물러나야 온몸을 볼 수 있듯이, 적당한 물리적 거리에 있어야 상대의 병원체를 알아챌 수 있다. 부처와 예수는 아예 멀리 떨어진 광야로 갔다.

 

코비드는 인간의 탐욕을 비웃는다.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생활의 범위가 울 안에 갇혔다. 여흥과 쇼핑이 멈췄다. 먹거리 말고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 옷장에 걸린 수많은 의복이며 신발장에 처박힌 구년묵이 신발들, 찬장에 쌓인 그릇들, 먼지 쌓인 책들과 나뒹구는 취미용품, 아이들의 장난감, 생사를 넘나들며 쓸어다 놓은 생의 전리품들, 언제 다 쓸 것이며 그 가치에 무슨 효용의 잣대를 대겠는가. 누려야 할 자유는 얼마나 더 필요한가? 배 고프면 먹고, 앉고 싶으면 앉고,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졸리면 잠들고, 음악을 듣고 창밖을 내다보고, 하늘을 둘러보고 별빛에 눈 호강을 하고, 사랑을 나누고……. 그만한 자유라면 차고도 넘치지 않는가. 세상의 비극은 더 많은 재물과 지배욕, 더 많은 자유의 탐욕에서 비롯됨을 알면서도 우매한 우리는 저 붉은 띠의 바이러스가 연주하는 멸망의 서곡을 듣지 못하고 있다. 쫓기는 일터에서 부질없는 만남에서 잠시 떨어져 죄인처럼 갇히는 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개심을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 아닌가. 

 

코비드는 인간의 나약함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사람들은 눈에도 안 보이는 한낱 미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누구는 맹신자가 되어 아무 신에게나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골방에 들어 때묻은 지폐를 센다. 말해 뭣하랴. 저 뉴욕의 하트 섬에 묻히는 떼죽음의 참상을 보면서도 월가에서는 주식 쪼가리를 흔들고 은밀한 곳에서는 다투어 살상의 무기를 만든다. 한 치 앞 벼랑이 천 길인데도.

 

산책에서 돌아와 손을 씻었다. 비누질만 하지 말고 세정제로 꼼꼼히 닦으라는 소리가 카랑카랑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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