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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 그리고 빛나는 용기勇氣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등의 이슈로 인해 젠더 문제에 대하여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된 요즘 여성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모성에 대하여 또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과연 모성은 부모가 되면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이며 의무인가. 그렇다면 아버지가 된 부성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유독 모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성은 모성에 비해 중요하지 않아 보이긴 한다.
육아, 효도, 낙태법, 코피노 등 그 어떤 것에서도 남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 그로 인한 짐과 죄, 벌 등은 가볍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공정하며 정당한 것인가.
나는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자 하여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젠더 문제와 페미니즘의 지점이 여성뿐만 아닌 약자와 소수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서 자아실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들도 페미니즘이나 젠더 문제를 따로 놓고 볼 수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문득 그 안에서 강자의 폭력과 약자의 희생 그리고 약자들의 빛나는 용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룰 옛이야기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이다.
이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만도 약 48편이 전해지는 광포설화이며 ‘해님 달님’, ‘호랑이와 오누이’ 등 여러 가지 제목으로 불린다.
어머니가 메밀묵, 범벅, 떡 등과 팔다리를 다 내어주다가 몽땅 잡아먹혔다고 하는 정도로 그치는 이야기도 있고, 머리만 남아 데굴데굴 굴러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너무 끔찍하여 차마 아동들을 위해 다시 쓴 전래동화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호랑이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중에는 호랑이를 어머니의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라는 위치는 긍정적인 모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이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보는 호랑이는 꼭 어머니의 모습만은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희생되는 어머니는 최대 약자인 여성과 어머니 또는 약자인 을, 그리고 호랑이는 폭력 남편 또는 갑질하는 갑으로 보고 있다.
또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궁지에 몰린 최대 약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으로 본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