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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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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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에 대한 공포가 플라스틱 미세 입자처럼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등에 이은 역대 여섯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확증 환자가 여럿 나오면서 감염 예방에 쓰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로 한 몫을 챙기려는 자들로 품귀 소동을 겪고, 질병 통제 예방 센터의 움직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런 가운데 파생한 괴담, 가짜 뉴스, 유언비어도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우한 폐렴’은 무증상 환자를 통해 감염되고,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공포를 낳는다. 공포의 핵심은 신종 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과 치사율이지만 이것을 키우는 것은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두려움”이다. 대중 매체는 감염의 위험성을 과장 경고하며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불안과 공포를 한껏 키우고 흩뿌린다.

 

신종 바이러스 공포는 어딘가 익숙한 데가 있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로 번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해 번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사회적 공포를 겪은 터다. 박쥐, 조류, 원숭이, 돼지 같은 동물을 매개로 생긴 신종 바이러스가 질병 감염으로 번지는 것은 이것이 유전자 변이에 능하기 때문이다. 

 

율라 바스는 질병과 면역을 둘러싼 신화와 은유를 탐구해서 뛰어난 통찰력을 담은 문학적 수사와 과학적 사실을 결합한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2016)를 썼다. 그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류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질병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위험과 공포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를 하려는 것이다. 이 공포에 앞서 먼저 바이러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이것은 기생하는 숙주에 따라 동물성 바이러스, 식물성 바이러스, 세균성 바이러스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불활성 유전 물질 덩어리”로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데, 이것은 반드시 살아 있는 숙주 세포 안에서 복제되어 다른 숙주를 감염시킨다.

 

인류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라는 불완전한 정체성과 싸우며 그것을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인간은 신종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며 - 감염이란 받아들임의 한 형식이다 - 공존과 진화를 꾀하는 종이다. 

 

인류 역사는 우리가 결핵, 천연두, 홍역, 볼거리, 풍진, 조류독감, 인플루엔자… 같은 숱한 바이러스에 면역계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 싸우며 진화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놀라지 마시라, 바이러스는 질병의 원인이자 동시에 인류 생존에 도움을 준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 “간혹 바이러스가 생물체를 감염시켰을 때, 바이러스의 DNA가 그 생물체의 유전 부호의 일부가 되어 그 생물체의 후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유전체 중 꽤 놀랄 만큼 많은 양이 그처럼 옛 바이러스 감염이 남긴 부스러기들이다.”(‘면역에 관하여’, 52~53쪽) 바이러스 중 일부는 유구한 세월을 통해 인류 생존에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사람을 숙주 삼아 퍼지지만 우리도 바이러스를 통해 얻은 것을 통해 진화상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알고 보면 인간과 바이러스는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다.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의 영토로 들어와 일자리를 앗아가는 외부자나 이민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미생물과 같은 우리 안에 있는 ‘비자기nonself’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안의 세포 숫자는 60조이지만 미생물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 안의 타자인 미생물은 우리 안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존하는 대신 소화를 돕고 비타민 합성을 거드는 등 생존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한다.

 

“우리 몸은 이미 질병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고 기술로 변형된 바이러스를 통해 변모되었다.”(80쪽)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를 질병으로 감염시키고 그 결과로 우리 생명을 앗아간다. 좋든 싫든 자연에서 온 바이러스는 이미 외부에서 온 내부자로 우리 안에서 유전체의 일부로 살아남았다. 우리 몸은 숱한 바이러스의 변이를 겪어내며 공존과 진화를 이루어온 것이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어떻게 봐야 좋을까?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좋은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태도를 만들지만 반면 나쁜 두려움은 바이러스와 질병의 원인을 타자에게 투사해 근거 없는 혐오를 확산하는데 기여한다. 역사적으로 타자성과 질병의 융합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근거해서 비 아시아계 인종에 의한 아시아계 인종을 향한 혐오 사태로 번진다. 

 

혐오는 나와의 다름을 근거로 대상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행위다. 그것의 함의는 한 대상에게 가해지는 따돌리고 집어삼켜 존재를 지우려는 일방적 폭력이다. 이미 여러 나라가 중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막는 강제 조치를 취하고, 이탈리아의 한 대학은 중국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과 일본인 유학생의 수강 신청마저 거부했다는 뉴스도 접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사스(10%)나 메르스(30%)보다 낮은 5% 안팎이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시체가 벚꽃잎 분분하게 날리며 떨어지는 것처럼 가상의 공포를 증폭시키며 곧 죽을 듯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 장 석주 : 시인,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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