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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유리문을 통과 한다

0 개 1,382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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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지난 주 수요일에 이벤트 시네마스에 가서 세 모녀가 함께 영화 ‘기생충’을 봤다. 

 

오스카 상 수상을 한 ‘기생충’이 인구 몇 안 되는 작은 도시인 파미까지 필름을 공급해 주었던 거 같다. 딱 하루만의 시간이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기생충을 보는 도중에 극심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치밀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영화로서 화면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어서 몰입을 했어야만 했지만, 밤늦게 영화관에서 오랜 시간을 앉아 있는 것이 버거웠나 보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간 것은 정말 잘한 일로 여겨진다. 그 영화를 통해 내 아팠던 과거와 이민생활 속의 고단함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흘 동안 심한 몸살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심연 속의 상처들을 꺼내어 저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온 몸이 물에 불려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어깨 팔 목 귀의 통증과 두통이 더해졌다. 양 손의 엄지에서 피를 뽑고 발을 주무르며 약 또한 복용하면서 견뎌냈는데, 설사로 몸 안의 물 2kg가 빠져나가고 나니 답답했던 몸이 개운해졌다.

 

기생충은 나에게 있어서 그냥 영화가 아니다. 내 지난날의 아픔을 기억나게 해주는 영화이며,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좌절하면서 다시 일어섰던 내 과거를 떠오르게 해 준 영화다. 자존감이 낮았던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30줄을 넘겨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남태령 마을의 지하 방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이모가 사시는 동네로 전원마을과도 같았다. 

 

‘기생충’에 나오는 아주 멋진 집들도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개인 주택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지하방들을 세 놓은 집들도 있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사람 냄새를 풍기면서 사는 동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사람들은 다 똑같았다. 하지만 ‘기생충’에서 말하듯 분명한 선이 있었다. 그 선은 끝없이 넓고 큰 투명한 유리문과도 같았다. 그 유리문을 통과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면서 좌절과 희망의 널을 뛰면서 보냈었던 10년 동안의 삶.

 

온통 물바다로 변해버린 방안 한가운데에서 눈을 떠, 출장을 가고 없는 남편 몫까지 도맡아 어린 딸들을 데리고 상황정리에 급급했었던 적이 있다.

 

바퀴벌레에 대한 끔찍한 기억도 있다. 어두운 방안에서 낮잠을 자다가 바퀴벌레가 내 귓속으로 들어간 일이다. 갑자기 뭔가 귓속으로 호로록 빨려 들어가던데....... 벌레일 거 같긴 했지만, 무서워서 빼지를 못했다. 병원에 바로 갔어야 했는데, 부끄러워서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 보려고 애썼지만, 그럴수록 더 상황은 안 좋아지기만 했다. 결국 이비인후과를 찾아 갔는데, 귓속에서 빼낸 바퀴 벌레가 얼마나 크던지, 의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의사의 경멸하는 눈초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몸이 아플 때마다 오른쪽 귀도 함께 앓았으며, 이명도 따라서 극성을 부렸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

 

남태령 마을에서 나는 꽃꽂이를 가르치고 수학을 가르쳤다. 부잣집 아이들과 지하방 아이들이 수학을 배웠고, 부잣집 부인들에겐 꽃꽂이를 가르쳤다. 그렇게 하여 10년 만에 지하방을 청산하고 아파트를 장만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곳이라고 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선은 머나먼 뉴질랜드로 내 발길을 돌리게 했다.

 

선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도 있었다. 지하 방에 살면서 셋째를 가졌을 때, 나를 염려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원시인이란 말까지 들어야만했다. 빈부의 선이 분명한 말이었다. 

 

빈부의 선. 인간 사회에 빈부 사이에만 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선이 존재하며 넘어설 수 없는 선들이 비일비재하다. 문화와 역사가 흘러가면서 많은 선들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지만 빈부의 선만은 갈수록 두터워지기만 한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은 아예 강화된 유리문이 되어 양쪽 사이를 철저하게 격리시켜 놓는다.

 

요즘 양준일 신드롬이 한창이다. 30년 전에, 부잣집 아들인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끼와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한국 문화와 맞지 않아서 쓰디 쓴 고배만 마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의 사업도 부도가 나고, 부자의 삶에서 가난의 삶으로 추락하게 된다. 바닥을 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났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문을 통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패 속에서 얻은 게 하나 있다. 삶에 대한 관조.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가장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며 열심히 생활하던 중, 30년 전의 팬들로부터 한국으로 부름을 받는다.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예전의 그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20대의 아름다운 선이 그대로 살아 있는 몸매에 끼에, 그것도 모자라 그의 말은 구구절절 주옥같기만 하다. 가수 생활을 접은 뒤, 가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바닥에서도 빛인 자신의 존재를 잘 다스려 가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들 중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공부했는데, 무시하지 않으려고 더 공부했다.’란 말이 있다. 참 와 닿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철학 책들에 적혀 있는 용어들이 어휘가 딸리는 자신에게는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혜로운 그는 어려운 용어들을 자신의 언어로 바꿔 기억창고에 저장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을 녹이면서 견뎌낸 것이다.

 

그의 모든 것들에 반한 팬들은 그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가 다시 빈곤의 구렁텅이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를 응원하면서, 유리문을 통과하는 눈부신 빛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BTS의 아미들처럼 양준일과 팬들의 관계는 서로를 치유하는 위대한 관계이다.

 

봉준호 감독은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양준일의 환한 웃음과 ‘기생충’에서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지하방 유리 창문이 오버랩 되면서, 그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의 빛을 꺼트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유리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까.......

 

우리 모두가 유리문을 통과할 수 있는 빛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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