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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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0 개 1,261 송영림

'손'이 말하는 것

 

한편 독일 이야기에서 물과 눈물로 인해 깨끗함을 유지하는 처녀를 악마가 건드릴 수 없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정조 관념보다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역시 처녀의 순결을 중요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의 현대 사회가 개방되고 여성의 인권이 많이 높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여성의 순결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요즘도 아내의 순결 상태가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고 재밌는 것은 그것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 역시 고통받게 하고, 그 함정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여성들의 처녀성을 되찾아준다는 수술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이야기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죽이려 하지만, 독일의 이야기에서는 딸이 스스로 집을 나간다. 이는 조금 더 능동적인 딸의 모습이다. 그런데 손이 없는 두 팔을 등 뒤에 묶어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볼 때 딸은 아직도 주체적이거나 독립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가 여전히 결여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왕이 처녀에게 은손을 만들어 주는 부분 역시 아직 왕의 소속 안에 있음을 상징한다. 은손은 아예 손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어쩐지 귀한 장식물처럼 느껴진다. 

 

배가 의미하는 것은 처녀 내면의 갈증과 허기, 즉 욕구와 꿈 같은 것을 말한다. 아버지에게 종속된 딸로서는 아무리 정신적으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도 그 억압된 욕구를 알아차리거나 표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벗어난 이후 비로소 스스로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채워보려는 시도를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배를 베어먹고 간신히 갈증과 허기를 면할 수 있게 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 처녀는 또 다시 정승의 아들이나 왕의 보호 아래에서 그들이 떠먹여주는 밥숟가락의 밥을 받아먹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기까지 동반한 채 다시 길을 떠난다. 본인의 의지로 떠난 것은 아니지만, 옛이야기에서‘길 떠남’은 언제나 성숙과 성장을 의미하며 아기를 동반한다는 것은 더 무거운 책임감과 고통이 함께 수반됨을 뜻한다. 그렇게 길을 떠난 색시는 갈증과 허기를 이번에는 물로 채우고자 몸을 숙이는데 물이 상징하는 것이야말로 생명력, 생산성, 창조성, 여성성, 성장 등을 말하는 것이다. 아기 역시 성장과 생산, 생명력 등을 상징하므로 그 둘이 만나 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가만히 팔을 내려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팔을 내밀어 능동적으로 스스로 구하려 했기 때문에 손이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이야기에서의 처녀는 신앙심이 깊은 처녀로서 기도를 통해 구원자와 천사의 도움으로 배를 먹고 손을 다시 얻게 되는데 이 이야기에서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도를 통해 구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처녀는 스스로의 욕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아버지 아래 종속되어 있다가, 밖으로 나가 배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결국은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비로소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면서 주체적인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되찾은 손’은 ‘원래의 손’과는 다르다. 이전의 손은 있으되 있으나 마나 한 손이었다면 이후 다시 생긴 손은 완전한 독립체로서 존재하기 위한 손이고, 그 손은 또 경제적 자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색시가 명주 베를 짜며 아이와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그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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