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초(seaweed) 이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해초(seaweed) 이야기

0 개 2,242 조병철

0ace2453efe007a546ffbc314fa5ba8b_1573619331_2315.jpg
 

프랑스 메네즈앙 해변에서 한 여성이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긴 장화를 신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낯설지 않는 행동이다. 갯벌로 바다 채소로 불리는 해초를 따러 가는 중이다. 물론 물 때를 맞춰 지금은 썰물로 들어난 갯바위에는 온갖 해초가 널려있다. 이것 저것 살펴 보더니만 파래(sea lettuce), 다시마, 톳 등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낸다. 아주 조금씩 가위로 잘라내면서 필요한 만큼만 수확한단다. 그러면 바위에 붙어 있는 해초는 다시 자라게 되고 내일 또 한번 필요한 만큼만 수확하면 된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일부 해초는 말리기도 하지만 곧바로 요리에 들어간다. 막 따온 해초를 잘게 썰어 양푼에 담는다. 거기에 양파, 계란, 치즈를 넣고 버무려서 오븐에 굽니다. 서양인이 즐기는 간편식 타트를 만드는 것이다. 구워낸 파이는 한 조각씩 접시에 담는다. 그녀의 해초를 이용한 손쉬운 요리다. 

 

이 여성과 달리 서양 사람들은 바닷 속에서 자라는 해초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좋아하는 김, 미역, 다시마, 톳, 파래 같은 구분이 없이 해초(seaweed)로만 불리운다. 물론 학명적인 분류와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이 쉽게 부르는 이름은 이렇게 단순하다. 우리가 다시마로 알고 있는 kelp 정도만 이름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nori(김) wakame(미역) 같이 일본어 이름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지어낸 이름은 아직 없다. 이로 미뤄보아 그들에게는 해초의 식품으로 이용에는 절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해초를 세분해서 각자의 이름을 붙어 주었다. 그래서 인지 서양에서는 kelp는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비료로 가공해서 사용해 오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일부의 해초를 가축의 사료로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서양 사람들도 해초를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되는 시점에는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과학자들의 밝지않은 전망이다. 그 시기는 머지 않아 닥치게 될 것이고, 이때에는 해초가 식량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한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 때가 되면 육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으로는 지구상의 인구를 감당하기 벅차다. 또한 농산물 증산을 위한 비료, 농약의 추가 사용으로 인한 환경의 부담도 막중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동북아 나라들에서 예전부터 주요한 식품으로 이용하던 해초에 대하여 관심을 쏠리게 된 것이다. 가축의 사료이든 아니면 인간을 위한 식품이든 아주 유용한 영양 공급원 임이 틀림이 없다. 해초는 이미 입증된 수퍼푸드의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한국인의 김과 미역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꼭 비축해 두어야 하는 서민의 필수 월동식품이다. 가족의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미역국이 밥상에 오른다. 미역국 없이는 생일을 챙겼다는 얘기를 듣기가 힘들지 않는가. 물론 제사상에도 미역국은 필수 목록에 속한다. 또한 일본 음식 가운데 이미 세계화된 미소 수프에도 미역이 반드시 들어 간다. 한국에서 생산된 특산품 김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었지 않았던가. 이러다 보니 해외여행의 자유화 시작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의 출장길에는 꼭 챙겨가야 하는 것이 김이었다. 혹시 김이 일찍 떨어질 경우에는 우편으로 배달해서라도 밥상에 올렸다. 요즈음의 젊은 유학생들 마저 김자반으로 해외생활의 적적함을 달래지 않던가.

 

서양인들의 견해는 단순하면서 확실해 보인다.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서 이미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해초들인데, 이 지역의 해역이 점점 오염되어 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아시아의 나라들은 인구 과밀지역이고, 그들의 경제성장을 위해 무수한 공해물질을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다. 이 지역의 해안은 머잖아 오염될 것이고 더 이상 해초를 채취하지 못하게 된다면, 안전한 해초를 찾아 나설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아메리카 해안에서 미래 전략을 세우는 사업가들은 이미 해초의 대량생산을 위한 기지 개발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마도 아메리카산 해초 제품이 아시아 시장을 노크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올 봄 망가와이(Mangawhai) 해변에서 바다 톳을 만났다. 한국의 해초 맛을 그리는 주변 사람들의 톳 사랑 덕분이다. 오랜만의 느껴본 황홀감이었다. 입안에서 비릿하게 씹히는 톳 가지의 그 맛은 가히 일품으로 고기 씹는 맛을 방불케 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여류작가의 수필이 생각나게 한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맡았던 생미역 냄새에 대한 추억 얘기다. 이 수필가의 힘든 유학생활 속에서 고향 강릉의 생미역 냄새가 그렇게도 그러웠단다. 바람결을 타고 드는 비릿한 그 냄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아무튼 필자도 봄날 톳의 발견으로 어떤 시련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같은, 이제 여기서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편안한 생각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0ace2453efe007a546ffbc314fa5ba8b_1573619371_7189.jpg
 

우리는 오랫동안 해초와 함께 해온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 음식문화는 세계를 앞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이런 식문화는 내일에도 지속되길 바래본다. 그렇지만 이런 희망을 지키는 일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인간의 욕심에서 촉발한 해양 오염원으로 해초의 보금자리가 날로 위협받고 있다. 여때껏 바다는 넓은 아량으로 우리가 함부로 버리는 오염원을 잘도 정화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편리함을 추구 하는 일회성 플라스틱으로, 경제성장은 필연적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산업 폐기물로, 그리고 이상적인 전력 생산에 필연적이라는 원자력 발전의 볼모로 발생한 재앙적인 방사능 유출로 바다는 지쳐가고 있다. 게다가 태풍을 핑계로 방사능 오염수를 함부로 처리하고자 하는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바다가 오염되면 우리의 식탁은 위험하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생존도 위태롭게 하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83 | 4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05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73 | 5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82 | 5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93 | 5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31 | 5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46 | 5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39 | 6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7 | 6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6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9 | 6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0 | 6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6 | 6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9 | 9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8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7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9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94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6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8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7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7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3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