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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처녀(한국)
옛날 한 정승의 아내가 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딸이 과년한 처녀가 되고 아들이 열 서너 살이 되었을 무렵 정승이 재혼을 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생각을 하니 계모가 들어오면 딸에게 계모 행세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정승은 딸을 감춰 두고 장가를 들었다.
어느 날 아들이 잠꼬대로 누이를 찾는 소리에 계모가 이상히 여겨 협박을 하며 사실을 말하라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아들이 누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자 그 곳으로 가 보니 인물 좋고 과년한 딸이 명주 베를 짜고 있었다.
딸을 괘씸하게 생각한 계모는 떡장사로부터 돌메밀을 구하여 묵을 만들어 딸에게 먹였다. 그리고 배가 아파 뒹굴며 정신을 못 차리는 딸에게 강아지만한 쥐를 잡아 껍질을 벗겨 치마 속에 넣어 음해를 하였다. 이후 그 쥐를 정승에게 내보이며 정승의 가문에서 이런 일이 있으니 딸을 감춘 거 아니냐며 큰소리를 쳤다.
그것을 본 정승은 자신의 위신이 깎였다고 생각하여 작두를 갈아 딸의 손목을 자른 후 아들에게 딸을 강물에 던지고 오라고 하였다. 아들이 강가에 다다라 차마 누이를 강에 던지지 못하고 둘이 한참 울다가 헤어졌다.
정처 없이 걷던 딸은 배나무가 있는 어떤 정승집에 이르게 되었다. 몹시 배가 고팠던 딸은 배나무에 올라가 입으로 배를 한 입 베어 먹고 떨어트리고를 반복했다. 마침 공부를 하던 정승의 아들이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배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배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아주 인물이 좋은 처녀가 손도 없이 배나무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정승의 아들은 처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궤에 넣어 놓고 밥상을 들여 밥을 먹이며 함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보러 가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아들은 어머니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자기가 없더라도 처녀를 잘 보살펴 달라고 하였다.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간 후 처녀의 배가 불러오더니 아들을 낳았다. 그러자 아들의 어머니가 정승 집안에 저런 여자를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아기를 업혀 내보냈다.
손 없는 색시가 아기를 업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목이 말라 샘에서 물을 마시려고 구부리는데 아기가 등에서 쓱 빠져버렸다. 그래서 아기를 건지려고 팔을 내미니 손이 와서 턱 붙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아기를 살린 색시는 한 마을에 당도하여 명주 베를 짜며 살게 되었고, 어느덧 아이가 여덟 살이 되었다.
한편 정승의 아들은 과거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처녀가 없자 고을마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닌 지 수년이 지난 어느 날 한 골목에서 처녀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정승의 아들은 그 아이를 시켜 어머니가 나와 보도록 하였다. 그렇게 다시 상봉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잘 살게 되었다.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열댓 살 먹었을 때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의 고향으로 갔다. 그래서 외조부모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음해를 입었다고 하자 외조모가 시침을 떼며 증거로 그때까지도 버리지 않고 있던 쥐를 내보였다. 그러자 비상한 머리를 가진 아이가 쥐의 배를 갈랐고 그 안에서 쥐똥이 쏟아졌다. 그렇게 하여 아이가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집에 돌아가 잘 살았다고 한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