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와 왕자들 9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멍청이와 왕자들 9편

0 개 985 송영림

맏딸 그런데 나는?

 

나는 어느 날 나이 사십도 훨씬 넘어서 내가 왜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 내가 얼마나 복이 많으며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최면을 걸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그렇구나 하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쯤부터 온전히 혼자였고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맏이가 지녀야 할 의무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어리광을 부리거나 할 수 없었고 내 순수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그 감정들에 대해 공감이나 이해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충족되지 못한 감정의 표출이 가족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곤 했던 것 같다. 

 

실제의 나는 빨강머리 앤만큼이나 지독한 감수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앤처럼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내게는 매튜 같은 사람도 없었다. 나에게 만일 매튜 같은 사람이 있어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감성들을 모두 풀어놓을 수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더 내 감정에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혹은 사랑 받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예민한 감각과 감성들로부터 늘 지배 받아 왔고, 어릴 때부터 내 가슴은 푸른 하늘과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과 무지개색 꽃밭들과 인류와 자연과 예술에 대한 거대한 사랑, 곧 터져버릴 것만 같은 눈물로 이루어진 집채 만큼이나 큰 비누방울들, 병원이나 정육점 또는 사다리나 지하철 문조차도 쳐다보지 못하는 굉장한 두려움과 공포감, 아가나 동물들에게서 느끼는 지나친 연민들, 눈앞에 보이는 죽음과 자살 같은 것들로 늘 벅차고 조여오고 두근거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오묘한 감정들을 공감해줄 사람은커녕 그 감정에 대해 말할 사람조차 없었고, 그저 비현실적인 몽상가로서의 외로움만 더해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나마 아버지가 내 수다들에 박자를 맞추며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였지만 너무 빨리 떠났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릴 때부터 책과 일기가 내 의지처가 되어 주었고, 여러 가지 예술과 학문을 경험하며 감정의 조율 방법과 탈출구를 찾아내게 되었던 것 같다. 

 

맏딸이 어리숙하다 보니 우리집에는 나보다 한결 나은 동생들이 있다. 나보다 포용력 있고 생각이 깊고 인정 많고 문제 상황에서 늘 발 빠르게 행동하며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동생은 동생이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내가 가장 의지하는 가족이다. 집안의 궂은일은 거의 여동생이 하고 있으니 항상 미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냉철하며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판단력을 갖춘 남동생은 내가 갈등하는 문제들이 생겼을 때 감정을 배제하고 문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또 이 조용한 새벽 술을 마시고 신나게 노래하며 방금 귀가한 우리집 막내나 마찬가지인 사촌동생 역시 늘 나를 지지해 주는 가족이고 때로 내 이성적이지 못한 감정들을 뒤통수로 받아내며 나를 진정시키곤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난 항상 생각으로만 맏딸 노릇을 하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우리 이모는 나의 그런 마음만 있어도, 그런 생각만 해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다. 

 

문득 자주 두통에 시달리는 나와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동생의 몸이 평소 쉬지 않고 지나치게 운용하는 기계라도 되는 듯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옛이야기 ‘멍청이와 왕자들’에게 참 고맙다. 이 이야기를 통해 맏딸로서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멍청이가 내 마음을 대변하고 치유해 주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맏딸답지 못한 언니를 가진 내 동생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유년의 부활절

댓글 0 | 조회 98 | 2024.04.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부활절 아침에어… 더보기

잇몸의 날

댓글 0 | 조회 299 | 2024.04.06
‘잇몸병’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 더보기

독감 및 최근 COVID-19 개량 백신 접종

댓글 0 | 조회 1,013 | 2024.04.05
4월 1일부터 독감 접종 시작합니다여… 더보기

2024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분석 결과 리뷰

댓글 0 | 조회 644 | 2024.03.28
2024학번 수험생들은 2020년부터… 더보기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

댓글 0 | 조회 588 | 2024.03.27
뉴질랜드의 투자 기회를 높이는 액티브… 더보기

매일 아침 10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355 | 2024.03.27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기 힘드신 분들… 더보기

장 건강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530 | 2024.03.27
저는 한의사도 아니고 기능의학자도 아… 더보기

가을논에서

댓글 0 | 조회 247 | 2024.03.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적한 양구 벼… 더보기

참으로 좋은 삶, 늦복에 있네

댓글 0 | 조회 331 | 2024.03.26
처음 영정사진을 찍었을 때가 육십대 … 더보기

우화루에 꽃비 내리는 날

댓글 0 | 조회 117 | 2024.03.26
완주 화암사와 파주 보광사의 목어“이… 더보기

왕초보를 위한 워크비자 입문서

댓글 0 | 조회 651 | 2024.03.26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노동을 하기 위… 더보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댓글 0 | 조회 193 | 2024.03.26
시인 이 해인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 더보기

호흡이 안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409 | 2024.03.26
호흡이 안 되는 것은 대개 불안해서입… 더보기

직원의 번아웃

댓글 0 | 조회 838 | 2024.03.26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량, 충분하지 … 더보기

체질이 궁금하세요?

댓글 0 | 조회 316 | 2024.03.26
서양의학의 발전에 가려서 제자리를 찾… 더보기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285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 더보기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

댓글 0 | 조회 969 | 2024.03.22
지난주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356 | 2024.03.13
리커넥트는 다가오는 4월을 시작으로,…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254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419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504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421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더보기

호미로 일군 미각 혁명, 망경산사

댓글 0 | 조회 248 | 2024.03.13
사찰음식 초짜의 사찰 탐방기무던히 잘… 더보기

욕실 리모델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댓글 0 | 조회 588 | 2024.03.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입만 벌려도 턱이 너무 아파요 ㅠ ㅠ

댓글 0 | 조회 430 | 2024.03.13
말을 하거나 음식을 씹는 행위를 제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