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시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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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시는 할머니

0 개 1,750 강명화

봄인가 싶더니 다시 비가 몇일째 내리고 추운 날씨가 몇일째 이어 집니다.

 

이제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와주었으면 하는 날들이네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독감과 감기로 콜록 거리더니, 어느새 그 감기가 옮았는지 머리가 지끈거려 몸살 감기약을 미리 챙겨 먹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남들 아픈 건 다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 겨울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들도 인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늘 그렇듯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아는 키위 할머님이 계십니다. 남편이 살아 계시지만, 병이 심하셔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신지 2년즈음 되셨고, 할머니는 태어나서 89의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셨다 하셨습니다.

 

흰머리에 착한 얼굴과 눈빛을 가진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 게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나에게도 혼자 사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시는 할머니는 버거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보실 때마다 그게 뭐냐고 물으시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면 또 그건 어떻게 하느냐 물으시는 할머니에겐 요즘의 디지털세상은 아마도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곳일 겁니다.

 

그래서 혼자서 집 관리하시는 것만도 어려워하시고 두려워 하시는 할머니는 아직도 옐로우 페이지라고 불리는 전화번호 책을 뒤지고 전화번호를 찾으십니다.

 

그런 할머니는 저녁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적적해 하신다고 하셔서, 저는 일 마치고 일주일에 하루씩 퇴근 후 같이 저녁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님 댁에서 적적함을 달래 드리는 중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이지만, 말 동무가 되어주고 적막하리 만큼 조용한 집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고마워 하십니다.

 

이제는 기억력도 많이 안 좋아지셔서, 같은 얘기를 매번 하고 또 하시는 할머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얘기하시는 할머니를 보면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할머니는 가족 같은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SPCA에서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해 온지 10년은 넘은 고양이는 최근에 눈 밑에 이상이 있어 동물 병원을 갔더니, 의사로 부터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한동안 그 사실을 회피하셨고,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으신지 말씀을 피하시다가 고양이가 많이 아픈 듯 아무 것도 먹지 못하자 조금씩 받아 들이셨고, 가족같던 그 고양이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암이 심화되어 고양이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하셨을 때, 할머니는 슬퍼하셨지만 담담하셨고, 그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을 보내주시고는 그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하십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옆에 있어 주는 친구였고, 말 걸어주는 가족이었고, 보살펴주어야 하는 자식 같은 아이였을 겁니다.

 

동물 병원에서 마지막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고, 몇 일 후 카드를 받으신 할머니는 저에게 카드를 보여주셨습니다. 동물 병원에서 손수 카드를 보내셨더군요. 당신이 잃은 가족 같은 고양이를 애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작은 관심에 유난히 고마워하셨고, 감동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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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는 동물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애완 동물은 가족만큼 소중하고, 보내기 싫은 존재일 겁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조용한 집에서 옆을 지키던 고양이를 잃으시고, 더 혼자가 되셨습니다. 가끔은 저 작은 동물들이 멀리있는 자식들보다 마음으로 의지가 되기도 하시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살면서 함께 있던 누군가를 보내는 일은 쉽지는 않은 법이니까요. 

 

겨울이 지나 가듯, 할머니 기억 속에 친구같은 고양이를 잃은 슬픔도 천천히 지나가서, 봄 같은 따뜻한 시간이 할머니에게도 빨리 오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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