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관의 딸, 나대표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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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관의 딸, 나대표의 아들

0 개 1,840 김임수

한국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도 현재 나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두명의 젊은이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들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이 전 국민에게 낱낱이 파헤쳐 졌으니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인 성적과 생활기록부, 각종 봉사활동, 표창장, 논문 1저자 문제 등등. 

 

인터넷상에서는 서로 진영을 갈라서 누가 공부를 더 잘했느니, 품행이 방정했느니 하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교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만약 이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입시와 관련해서 법을 어겼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잘난 부모를 둔 덕(?)에 이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자녀들은 무슨 죄가 있나 싶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아무쪼록 이 두 젊은이가 사회와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고 싶다.

 

학력고사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는 ‘단일시험 사정’의 80년대에 비하면 현재의 한국 대학입시제도는 너무나 복잡한 것 같다. 

 

수시, 정시, 글로벌전형 등 용어도 생소한데 그만큼 대학관문을 통과하는 길이 여러 개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무엇이든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진입장벽이 되고 또 특권이 된다. 고급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소수 상류층들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렇지만 금수저 자식들이라고 해서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들이 학업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 지적능력도 타고 나야 가능한 일이다.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슬프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자녀들에게 ‘열심히 하면 다 된다.’ 적어도 공부에 관한 한은 이런 식으로 성실함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한국에 들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교육열에 놀랄 때가 많다. 그 이면에는 자식의 성공에 대한 불안과 초조, 그리고 실패에 대한 공포심리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대학동기라는 파워엘리트 두 부모들이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좌파, 우파 진영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옳다.

 

부모지원도 없고 공부에도 관심이 없는 보통의 젊은이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난리 굿’은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최저시급을 받으며 고된 일을 하고 있는 소위 흙수저 젊은이들에게 ‘공정한 룰’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보완해 주는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이민생활 20년. 아이들도 이곳 뉴질랜드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었다. 

 

나는 한국실정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자의 입장에서 ‘순진한 질문’을 하고 싶다. 

 

반드시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서 부모들과 같은 중상류층의 삶을 이어 나가야 하는가.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부모와 자식의 인생은 실패가 되는가. 

 

나는 자녀의 명문대학 입학여부가 부모역할의 성패를 좌우하고, 그것이 부모의 성공으로 동일시되는 가치관에 동의할 수 없다. 

 

몇해 전 뉴질랜드 선거 기간중 집권당 당수이자 총리였던John Key 와 야당당수 Phil Goff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아들이 있었는데 총리의 아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DJ를 하고 있었고, 야당 당수 Phil Goff의 아들 중 한명은 전기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자신이 걸어 왔던 엘리트과정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자식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평소 서양의 개인주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는 조금 더 개인주의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사는 거다. 자식의 슬픔도 기쁨도 성취도 좌절도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누군가 힘은 되어 줄지언정, 오로지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자신의 삶인 것이다.

 

부모와 자녀, 이제는 서로에게서 독립을 해야 한다.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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