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와 왕자들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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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와 왕자들 6편

0 개 1,317 송영림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

 

가출하고 속 썩이는 동생들은 어쩌면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일 수도 있다. 동생이 14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방임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환경에서 소녀가장 언니가 가출한 비행청소년 동생들을 붙잡아 집으로 데려오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리고 철없는 동생들 때문에 속 썩는 맏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도 하다. 

 

멍청이는 강하다. 위험한 상황에서 온갖 기지를 발휘하여 동생들을 구하는 것이나 본인의 결혼은 뒤로 미룬 채 목숨을 걸고 검과 책을 구하여 동생들을 결혼시키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정작 멍청이가 돼지를 왕자로 만들어 결혼하려고 할 때는 마녀들이 결혼을 방해하여 또 다른 고난을 겪게 하고, 이제는 다 해결되어 정말 잘 살겠구나 했을 때 이번에는 남편의 외면과 외도를 맞이하게 된다. 

 

늙은 마녀와 동생 마녀는 늙어 더 이상 힘이 없어진 시어머니와 시이모로 보인다. 그들 역시 멍청이가 돌봐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시이모는 멍청이가 자신을 돌볼 것 같지 않자 가버린다. 아니면 언니와의 갈등 때문에 가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 존재할 법한 시어머니와 시이모이며 이들로 인해 며느리는 또 다른 시집살이가 추가된다. 

 

마녀의 딸들은 어머니에게 길들여진 시누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을 멍청이가 바로잡아 주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며 탄생이기도 하다. 그러니 멍청이는 친정에서 뿐 아니라 시집에서까지도 막중한 무게로 그 집안을 변화시키고 일으키는 능력자여야만 한다. 

 

돼지는 마녀인 어머니로부터 사육 당하고 있는 마마보이 아들의 상징이다. 나는 주변에서 괜찮은 며느리감을 골라 그렇게 마마보이 아들을 떠넘기는 경우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많은 남자들로부터 돼지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데 당장 내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매일 집에서 잠이나 자고 TV 또는 게임만 하며 뒹굴거리다가 밥 달라고 꽥꽥거리는 남자들이 돼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돼지 같은 남자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가는 게으르고 버릇없는 남자이며 바람둥이 남편, 또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골칫거리 아들일 수 있다. 

 

지혜롭고 현명한 능력자인 멍청이가 지팡이를 휘둘러 사람을 만들고 왕자를 만들어 놓은 후에도 그는 멍청이의 말을 듣지 않고 사냥개에게 입 맞추게 하여 기억을 잃는다. 이것 역시 사냥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는 남자, 본능적 유혹이나 놀이에 빠져 만사를 제쳐둔 주변의 남자들과 아주 흡사하다. 

 

나는 매우 쉽게 여성 편력, 게임, 술, 포르노, 도박, 프라모델, 레고, 축구 등에 빠진 남성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나마 일중독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자는 건강한 편에 속한다. 문득 얼마 전 게임 때문에 600만 원을 날린 남편에 대해 말하며 가슴을 치던 후배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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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부분에서 멍청이에게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읽을 수 있고, 한편 나는 멍청이의 삶에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나 권정생의 ‘몽실 언니’, 황순원의 ‘별’ 등과 함께 주변의 몇 여성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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