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과 직장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직업인과 직장인

0 개 1,410 명사 칼럼

나는 내 직장 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지하 1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그곳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큰 잔에 찻잎 몇 개를 떨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가져가는데, 운동을 할 때는 벽 한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다 올려놓는다. 그 날도 그랬다. 운동을 하다가 목이 말라 찻잔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 잔 위에 티슈 한 장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보통 오전 8시 조금 지나면 여성 한 분이 와서 청소를 한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유리창을 닦고 운동기구의 먼지를 닦아낸다. 그 분이 해 놓으셨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큰 감동을 받은 나는 그분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드렸다. 청소할 때 생기는 먼지가 들어갈까 봐 명함 크기만 한 일회용 사각 종이컵을 걸쳐 놓고 거기에 티슈를 올려놓으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마음이 밝고 환해진다.

 

자신이 비록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 발짝 더 내디뎌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 타인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일이자, 자신에게는 자신을 제한하는 기능적인 한계를 벗어나서 스스로를 확장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좀 과장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이 바로 어떤 한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의 출처다. 모든 창의적인 일이나 사회적인 공헌 등은 우선 자신이 확장되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공적인 역할로 자리 잡은 경우들인데, 그런 일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는 데서 생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하나의 수고가 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수고가 있어야만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자신은 더 성숙해진다. 자신이 전체 세상으로 확장되는 일이자, 자신을 성숙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개별자로서의 자신과 전체로서의 세상이 서로 섞이고 일치하며 교류한다.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잘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개인의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산다. 세상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직(職)’ 이라고 한다.

 

또 인간은 누구나 행위의 결과에 따라 성숙해 간다. 당연히 모든 행위는 사실 수행이며 거기에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업(業)’ 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특정’ 한 역할(職)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 완성(業)한다. 

 

이것이 바로 직업이다. 당연한 이치로, 인간은 ‘직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사회적이고 공적인 존재로 확장한다. 바로 ‘직업인’이다. 

 

여기서 핵심은 ‘업’의 정신에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맡은 역할(職)을 전인격적인 태도로 대하느냐, 아니면 기능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인격적인 태도는, 마음은 다른 곳에 두고 하도록 정해진 것만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의 궁극적인 의미를 살펴서 거기에 온 마음을 두고 기꺼이 불편함과 수고를 받아들여 조그마한 확장성이나마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자신의 역할을 하나의 수행처로 삼아야 한다. 그 역할을 통해서 자아가 완성되고 실현된다는 지속적인 각성을 하고, 항상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기능적으로만 대한다. 

 

‘직’과 ‘업’이 분리된다. 이런 사람은 ‘직업인’이 아니라, 그냥 ‘직장인’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과 진보는 구성원들이 ‘직업인’으로 사느냐, ‘직장인’으로 사느냐가 좌우한다. 결국 ‘시민이냐’, ‘아직 시민이 아니냐’다.

 

누구나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그 다음’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을 살아야만 한다. 자신이 맡은 기능적인 역할 ‘다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알고 있는 것 ‘다음’을 따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넘어가려고 시도한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바로 그 다음에 어떻게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걱정한다. 그것은 청소하시는 그 분이 다른 사람의 찻잔에 먼지가 들어갈까 봐 걱정하고, ‘다음’을 하는 수고를 기꺼이 한 일과 똑같다.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36b5d34e875d6cbed3bf1b602d3be771_1565650414_2609.jpg
 

오늘에서야 속속들이 알아버린 E-visa

댓글 0 | 조회 1,967 | 2023.08.22
세상은 늘 변합니다. 그 변화를 어떻… 더보기

한반도, 단호한 냉정이 필요하다

댓글 0 | 조회 700 | 2023.08.22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더보기

마중 가는 길

댓글 0 | 조회 503 | 2023.08.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귀국하는… 더보기

맑으면 선을 베풀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70 | 2023.08.22
탁기를 많이 받다 보면 그걸 견디는 … 더보기

코로나19 재유행?

댓글 0 | 조회 2,915 | 2023.08.18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9… 더보기

Covid19 업데이트 - 모든 Covid-19 관련 규제 해제

댓글 0 | 조회 1,328 | 2023.08.18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51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 더보기

내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일본인, 일본 역사

댓글 0 | 조회 941 | 2023.08.09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 더보기

7월을 보내며

댓글 0 | 조회 539 | 2023.08.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반듯하게살고 싶… 더보기

학생들에게 좋은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 향상 방법

댓글 0 | 조회 718 | 2023.08.09
이번 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숙면의 …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10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 더보기

생크 방지 요령

댓글 0 | 조회 629 | 2023.08.09
생크의 정의볼이 클럽의 호젤(Hose… 더보기

허벅지살 빠지는 초보자 하체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616 | 2023.08.09
“하체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 더보기

오픈 워크비자면 만사형통?

댓글 0 | 조회 1,164 | 2023.08.08
자국이 아닌 나라에서 체류하기 위해서… 더보기

리커넥트 7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578 | 2023.08.08
1.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함 … 더보기

누런 콧물이나 코피가 자주 흐르나요?

댓글 0 | 조회 837 | 2023.08.08
“우리 아이는 기침을 너무 많이 하는… 더보기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애완동물은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나요?

댓글 0 | 조회 1,436 | 2023.08.08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보통 관계재산… 더보기

사람을 살리는 온기의 힘

댓글 0 | 조회 740 | 2023.08.08
여행 가서 만나는 구들 이야기빈 가지… 더보기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댓글 0 | 조회 574 | 2023.08.08
시인 : 김 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 더보기

뇌과학이 알려주는 중독 (알코올,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의 이유

댓글 0 | 조회 1,006 | 2023.08.08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 더보기

마음으로 맑아지려는 노력

댓글 0 | 조회 537 | 2023.08.08
선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 더보기

5500만 치매 환자에게 희소식

댓글 0 | 조회 1,789 | 2023.08.05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83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 더보기

2023 시험비책

댓글 0 | 조회 736 | 2023.07.26
얼마전 한 학생이 거의 울상을 한 채… 더보기

사이드 힐 업•다운(Sidehill Up•Down)

댓글 0 | 조회 759 | 2023.07.26
정의발 앞쪽이 발뒤꿈치보다 높은 경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