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나홀로 연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분의 나홀로 연애

0 개 1,630 Jane Jo

육개장 사발면. 어릴적 내 생애 처음 컵라면이라는 세상을 접했을 때 그것은 세기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공연을 처음 본 것만큼 나에겐 신기진기했다. 

 

뜨거운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이 맛있는게 완성되다니. 동동떠다니는 노랑 수수깡도 새우맛이 나는 분홍색 지우개를 잘라놓은 것 같은 말린 어묵도 대따 신기했다. 끓여먹던 오렌지색 봉투속의 삼양라면과 달리 얇고 꼬들꼬들한 면발도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인가 지금도 나는 사발면은 육개장 사발면에 엄지척한다. 그 뒤로 화려한 경쟁자들이 무수히 나왔었지만 짜장범벅이 사알짝 왕좌를 노렸던 이후로 굳건히 나의 사발면 순위에 부동의 1위는 육개장이다. 

 

그렇게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3분의 시간. 엄청 무~~~척 길다. 즐거운 초조함+설렘+행복+기대. 어린 나에게 3분동안의 그 짜릿한 기다림은 실로 행복이었다. 

 

fa41d8da5a9077c7b9e5cd855c78cb38_1563836312_509.jpg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고 그 위대해 보이던 사발면이 어느새 손에 쥐면 쬐그맣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나이가 되서 낮엔 정직장에 저녁 알바에 주말 새벽시장 장사에 공부와 일과 꿈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매일을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하던 시절에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끼니를 챙길수 없을 때, 요 사발면은 후루룩 뚝딱 싸고 맛난 한끼였다. 어릴때 느끼던 3분동안의 그 설레는 행복은 없었지만 코끝이 쨍하고 추운 겨울날 새벽시장에서 커피아줌마가 사발면에 물 붓는 냄새는 죽여줬고 사발면이 익을 동안 누리는 그 잠깐의 수다와 쉼도 너무나 달콤한 시간이었다. 

 

더 나이를 먹어 사업에 실패하고 머리를 정리하러 바닷가에 가서 먹었던 음식도 사발면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원칙. 3분의 기다림. 3분동안 흘러간 영화필름 돌리듯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결국 두어시간이 지나서야 멍해진 정신에서 깨어보니 나의 날씬한 사발면은 국물 한모금없는 뚱뚱한 아줌마 국수로 변신해있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불어버린 사발면을 다 비워내고 다시 살면 되지 하고 다짐했었다. 

 

세월이 더 더 지나 아이들이 자라고 이젠 별식이 된 사발면. 라면은 몸에 안 좋은거니까 어쩌다 가끔씩 먹는 음식이 되고 어쩌다 먹는 사발면은 그리고 기다리는 3분은 이젠 조급할 것도 서러울 것도 없는 느긋한 기다림이고 옛시간을 끄집어 내는 친구가 되었다. 

 

새벽부터 괜히 먹고싶어지게 라면 나부랭이 이야기나 하는 거냐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사발면을 먹을때마다 지나온 수 많은 그 3분의 시간들은 나이에, 상황에, 함께하는 이들에 따라 수백가지의 다른 옷을 입고 수백가지의 다른 언어로 수백가지의 다른 감정으로 내가 나와 나눈 대화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살면서 우리는 내가 삶을 사는게 아니라 삶이 지나가는대로 이끄는 대로 그도 아니면 벌어지는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 사발면을 앞에 놓고 딱 3분만 스스로와 연애를 해보라. 아마도 생각치 않았던 많은 것들의 답이 사발면 면발 넘어가듯 후루룩 하고 생각의 샘에서 솟구칠수도 있으니까. 

 

평범한 매일은 없다. 매일매일 우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며 오늘과 다를 내일을 기다리며 산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울 멍키들이 방학이라 늦게자서 요즘 밤참들을 먹나 찬밥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침부터 육개장 사발면을 앞에 놓고 심심칼럼을 써본다. ㅎㅎ

 

3분 기다리고 10초만에 폭풍 흡입한 코끼리아줌마 제인

 

유년의 부활절

댓글 0 | 조회 98 | 2024.04.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부활절 아침에어… 더보기

잇몸의 날

댓글 0 | 조회 299 | 2024.04.06
‘잇몸병’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 더보기

독감 및 최근 COVID-19 개량 백신 접종

댓글 0 | 조회 1,013 | 2024.04.05
4월 1일부터 독감 접종 시작합니다여… 더보기

2024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분석 결과 리뷰

댓글 0 | 조회 644 | 2024.03.28
2024학번 수험생들은 2020년부터… 더보기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

댓글 0 | 조회 588 | 2024.03.27
뉴질랜드의 투자 기회를 높이는 액티브… 더보기

매일 아침 10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354 | 2024.03.27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기 힘드신 분들… 더보기

장 건강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530 | 2024.03.27
저는 한의사도 아니고 기능의학자도 아… 더보기

가을논에서

댓글 0 | 조회 247 | 2024.03.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적한 양구 벼… 더보기

참으로 좋은 삶, 늦복에 있네

댓글 0 | 조회 331 | 2024.03.26
처음 영정사진을 찍었을 때가 육십대 … 더보기

우화루에 꽃비 내리는 날

댓글 0 | 조회 117 | 2024.03.26
완주 화암사와 파주 보광사의 목어“이… 더보기

왕초보를 위한 워크비자 입문서

댓글 0 | 조회 651 | 2024.03.26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노동을 하기 위… 더보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댓글 0 | 조회 193 | 2024.03.26
시인 이 해인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 더보기

호흡이 안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405 | 2024.03.26
호흡이 안 되는 것은 대개 불안해서입… 더보기

직원의 번아웃

댓글 0 | 조회 838 | 2024.03.26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량, 충분하지 … 더보기

체질이 궁금하세요?

댓글 0 | 조회 316 | 2024.03.26
서양의학의 발전에 가려서 제자리를 찾… 더보기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282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 더보기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

댓글 0 | 조회 969 | 2024.03.22
지난주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356 | 2024.03.13
리커넥트는 다가오는 4월을 시작으로,…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250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419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503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421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더보기

호미로 일군 미각 혁명, 망경산사

댓글 0 | 조회 248 | 2024.03.13
사찰음식 초짜의 사찰 탐방기무던히 잘… 더보기

욕실 리모델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댓글 0 | 조회 588 | 2024.03.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입만 벌려도 턱이 너무 아파요 ㅠ ㅠ

댓글 0 | 조회 430 | 2024.03.13
말을 하거나 음식을 씹는 행위를 제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