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0 개 2,235 명사칼럼

현실만 해결하려는 혁명은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없어

꿈을 가진 학생이 더 큰 열매를 맺듯이 낮은 시선은 작은 결과 낳아

머물고자 하면 머물고 날고자 하면 나는 것이 인생의 평범한 진리 

 

현대의 걸출한 두 철학자,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에게서 배운 한나 아렌트(해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나 악의 평범성 말고 혁명에 관해서도 말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혁명의 보편성은 줄곧 프랑스 혁명이 차지해 왔는데, 아렌트는 미국 혁명에 주목하고, 그것을 프랑스 혁명과 함께 다룬다. 자신의 망명을 받아준 미국을 높여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아렌트가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구별하는 논리를 전개하며 사회적인 문제가 혁명의 정치성을 말살한다는 통찰을 보여준 점만을 다시 들추려는 것이 아니다. 아렌트의 본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매우 중요하게 보이는 어떤 점을 살펴본다.

 

아렌트에 의하면, 혁명에는 ‘새로운 시작’ 과 ‘자유’ 라는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미국 혁명이나 모두 ‘자유’를 기치로 든 것은 같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미국 혁명은 성공적이었던 반면, 프랑스 혁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프랑스는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바로 빈곤으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문제에 혁명의 역량이 집중된 반면, 미국 혁명은 자유라는 어젠다를 줄곧 견지한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빈곤과 같은 사회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서 자연적인 필연성에 따른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런 연유로 사회 문제는 인간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세계를 내려다보며 그것을 다루기 위해 구성해 가는 혁명의 정치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유’의 어젠다는 ‘빈곤 해결’이라는 구체적 정책보다도 높은 곳에 있다. 높은 어젠다를 지키느냐, 아니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낮게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느냐가 혁명의 효율성을 다르게 하였다. 사회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사회 문제에 집중하느라 ‘자유’ 라는 높은 어젠다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함정인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생들 가운데 대학에 들어와서 크게 성장을 하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집단도 있다. 이 두 집단이 성장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크게 성장을 하는 학생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꿈이 있어서 그것을 이루려고 대학에 왔거나 고등학생 때는 꿈이 없었더라도 대학에 들어와서 도달하고야 말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경우다.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들에게는 꿈이 없다. 대학 합격이 가장 큰 목표였을 뿐이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매우 무료하게 보내거나 학점 관리 내지는 자극적인 쾌락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졸업한다. 자기 생활이 ‘꿈’에 의해 관리되느냐 아니면 눈앞의 학점을 위한 것이냐가 성장 여부를 결정한다. 학점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서, 대학 생활의 성공 여부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대학 생활의 모든 역량이 학점을 관리하는 데 투입되느냐, 아니면 그 학점 관리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냐는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대학 합격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머리에 대학 합격이라는 목표만 담고 있는 사람하고, 대학 합격을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사는 인생 사이에는 그 높이와 넓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방송사에 시청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방송사가 지향하는 비전을 소홀히 하면서 시청률에만 집중하다 보면, 방송 본연의 자세를 잃고 결국에는 있으나 마나 한 방송사로 전락한다. 대학에 취업률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학이 시대를 열고 또 책임지는 인재를 배양한다는 큰 사명을 잠시 뒤로 미루고 취업률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순간 취업률 높이는 일 이외의 것들은 눈에 깊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취업률을 관리하는 그저 그런 대학으로 연명해 나갈 뿐이다. 고등학교도 대학 진학률에만 매달리다가는 여러 고등학교 가운데 명패 하나로만 남는 또 하나의 학교로 전락할 뿐이다. 눈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칠 수밖에 없다.

 

낮은 시선은 낮고 작은 결과를 낳는다. 높은 시선은 높고 큰 결과를 준다. 자유를 추구하면 자유가 처한 높이에 이르고, 자유를 잠시 제쳐 두고 빈곤만을 해결하려고 들면 빈곤이 처하는 높이에 머문다. 날고자 하면 날 것이고, 머물고자 하면 머물 것이다. 혁명만 그러하랴. 인생사 모든 일이 다 그러하다.

[*출처: 동아일보]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54c69abcdd25cfa3e7052fafc577f6e1_1559103241_072.jpg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19 | 7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28 | 14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60 | 1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63 | 1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51 | 1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284 | 1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0 | 7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39 | 7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2 | 7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53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23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41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89 | 1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3 | 1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09 | 1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6 | 1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05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5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6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88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1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7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1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