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경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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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경찰 2

0 개 1,500 수선재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바로 그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한 아저씨가 멈칫 멈칫 하더니 이내 자석에 끌리듯 트럭 옆으로 다가가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그 운전사의 어깨를 자신의 등으로 받쳐주는 것이었다.

 

운전사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그 아저씨의 새하얀 상의를 금새 붉게 물들이고 얼굴에까지 타고 흘러내렸다.

 

“쫌만 참으세요. 이제 곧 119가 올 거예요”

 

“으.. 으..”

 

“자녀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의식을 놓으시면 안돼요”

 

“......”

 

그리고는 두 분 다 말이 없었다.

 

사고 난 차들과 빠져나가려는 차, 계속 밀려오는 차들로 도로는 금새 엉망진창이 되었고, 그 사이를 어렵게 헤집고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의 30여분이 내게만 지옥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게다.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르던지..

 

이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다리이지만 고통을 느끼는 세포는 그대로였을 테고, 허공에 매달린 자신을 받쳐주는 다른 사람의 등에서 느껴지는 든든함과 고마움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게다.

 

짧은 순간이지만 운전사의 얼굴을 스치던 안도감..

 

더 이상 운전사의 신음소리도, 차들의 경적소리도 없었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도 숙연함을 느낀 듯 수군거림이 일순간 딱 멎었다.

 

세상의 모든 흐름이 멈추고 온갖 잡음이 정지한 듯한 무언의 공간 속에서 그 두 사람간에는 짧지만 영원을 함께 한 진한 전우애가 피어났을 게다.

 

내 평생 많은 사고현장을 목격했고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들도 많이 봐 왔으나 이렇게 직접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목격하기는 처음이었고 또한 이렇게 감동적인 장면은 없었다.

 

위기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나타난다고 했던가?

 

일촉즉발의 순간, 몸도 마음도 나와 정반대로 움직인 저 허름하고 후줄근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 없었고, 온갖 고상한 관념과 범생이 콤플렉스를 자랑 삼아 두르고 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아름다운 가치와 지고한 의식들을 담고 있으면 뭐하나? 위기의 순간 내민 손길 하나에 여지없이 증발해 버리고 말 하찮은 것들이라면..

 

지금 저 분의 등을 받치고 있는 사람이 나였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언제나 실천이 아쉬운 초라한 나를 느끼며, 씁쓸한 마음으로 현장을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따가운 8월 한낮의 아스팔트 위에서 이름 모를 어느 아저씨가 보여주었던 용기에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올리고 싶다.

 

그건 그렇고..

 

나 경찰 맞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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