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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하나 있다. 성질이 급한놈도 아닌데 27주만에 세상에 나와서 온 식구들 다 깝놀하게 만들었는데 입이 짧아서 어릴때부터 늘 이놈 먹이는게 고민이었다. 빨리 커야지 살좀 쪄야지 그러면서 이것저것 만들다보니... 그러다보니 요리가 늘었다.
아들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잘 먹는 메뉴 중에 하나가 이 갈치 구이다. 굵은 소금만 톡톡 뿌려서 겉은 바사삭하게 속은 부드럽게 구워주면 밥한공기 뚝딱이다. 그래서 늘 이렇게 갈치를 구우면 뼈부분을 발라내고 갈비처럼 뜯으라고 아들몫으로 따로 챙겨준다.
여느날처럼 오늘도 갈치를 구워 접시에 먹기좋게 가장자리가시를 발라주었다. 아무말 없이 씨익 웃던놈이 내 밥그릇위에 뼈를 바른 갈치살을 얌전히 올려놓는다. 눈빛이 마주치자 “엄마 먹어, 왜 맨날 뼈만먹어” 한다. 다 컸다. 근데 왜케 뭉클한거냥...
부모의 자식사랑은 무제한이고 무한대 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부모도 사람인데 당연히 돌아오는 맞사랑에 목마르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란게 부모마음이지만 맨날 주기만 하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마음바닥이 쩍쩍 갈라질 때가 있을거다.
사실 매일 아침 아이들의 아침먹는 오밀조밀 입들을 보며 ‘감사합니다, 이런 희귀종들을 나의 자식으로 보내주셔서 ㅎㅎ’ 한다. 나는 전생에 우주를 구한 엄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나는 과연 이 아이들이 말썽쟁이에 공부도 안하고 사고뭉치며 버릇없이 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맛있는 밥을 짓고 좋아하는 물건을 사주기위해 주말알바를 하고 매일, 매번 볼때마다 기분좋은 함박웃음과 함께 사랑해 고마워를 입에 달고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게하는 나의 자식사랑의 숙주는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맞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밥위에 얹어준 갈치한조각, 저녁알바를 하고 돌아오면 문앞에 붙여있는 포스트잇, 사랑해 라고 말하면 사랑해 라고 메아리를 돌려주는 그애들의 목소리 이 모든것들이 나로 하여금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일에 지치지도 질리지도 힘들어하지도 않게하는 ‘사랑의 밭’ 이다.
나는 이것이 ‘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사람들에게 다 같이 존재해야하는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살면서 제일 많이 배운것은 excuse me, thanks and sorry 다. 이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가까운 가족끼리도 사소한 것에 실례하지만, 미안해, 고마워를 남발한다.
엄마니까 아빠니까 자식이니까 남편이니까 아내니까 형제니까 자매니까 라는 핑계로 우리는 참 많은것들을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줘야하고 받아야하는 것처럼 그냥 바라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넓고 살날도 많을거 같지만 오늘 당신이 보내는 매 순간순간은 이 넓은 우주 어느공간에서도 똑같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해서 타임머신을 돌려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해도 이미 한번 경험한 것을 다시 되돌려보기하는것이 같을 수 있을까?
인생은 생방송,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자, 지금!
사실은 갈치 무조림이 먹고싶었던 ㅋㅋ 코끼리 아줌마 J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