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왕자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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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왕자 3편

0 개 997 송영림

개구리에서 왕자가 되기까지의 중요한 시간들

 

개구리와 왕자는 모두 여성이 보는 한 사람의 남성을 상징한다. 사실 여자가 낯선 남자를 사랑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긴 시간이 개구리에서 왕자로 바뀔 때까지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남자가 여자에게 특별한 존재, 즉 왕자로 보이게 되기까지 여자에게 그는 개구리처럼 하찮고 징그럽고 두려운 존재이다.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얻어내지 못한 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할 경우 그는 여자에게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여자가 온전히 마음을 열어 받아들일 때 그는 왕자가 될 수도 있다. 

 

황금공은 한 여성이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개인의 특별한 여성성의 지점이다. 여성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육체적인 것보다 더 귀한 것이며 여성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지배하는 것, 잃었을 때 세상을 모두 잃은 것처럼 슬픈 것이다. 나는 이 황금공을 수많은 여성들이 Me too를 통해 외치며 되찾고 싶어 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어느 날 개구리인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너의 귀한 황금공을 지켜주겠다고, 만일 그걸 잃었다면 내가 찾아주겠노라 말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여자의 사랑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자에게 그는 그저 징그러운 개구리일 뿐이다. 그러나 개구리는 집요하게 여자를 찾아와 구애하고 아버지는 딸의 마음보다는 같은 남자인 개구리 편에 선다. 이 부분이야말로 남성 중심의 성 인식이 지배하는 중요한 지점이며, 묘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첫 문장의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이루어지던 시절’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여기에서 사람은 man 또는 men이며 영어의 이것에는 남자만을 사람으로 취급하고 여성을 하나의 소유물처럼 여기던 오랜 남성 중심의 역사가 퀴퀴하게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공주의 마음에 깊이 공감이 된다. 어쨌든 공주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인해 내키지는 않지만 그 징그럽고 끔찍한 개구리와 함께 생활한다. 체할 지경이라는 상징이 공주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과 분노, 두려움 등이 무거운 체증처럼 가슴을 꽉 막고 내려가지 않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개구리왕자 역시 한 남자로서 공주의 사랑을 받을 만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미 마법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의 눈에는 공주가 해조차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쳤을 뿐만 아니라, 공주의 무시와 징그러워하는 감정들과 거부하는 마음 등 그 모든 순간들을 잘 참아내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를 벽에 내동댕이치는 격한 분노와 폭력 앞에서도 화를 내기는커녕 의연한 자세로 서서 ‘사랑스럽게 여자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눈을 가진 왕자’는 여자에게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진실을 읽을 때 여자는 눈의 생김새와 상관없이 아름답게 느끼는 법이다― ‘나를 샘에서 꺼내줄 수 있는 사람’, 즉 ‘내가 빠진 사랑의 샘은 바로 당신이며 나를 건져줄 사람은 오직 당신’ 밖에 없다고 하니 이쯤 되면 거만한 공주도 이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구리가 인내하며 견뎌온 시간들은 모두 공주가 그를 신뢰하게 만들고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한 귀한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왕자는 이제 공주에게 왕자로 비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왕자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신하가 상징하는 것처럼 공주의 신하가 될 것을 자청했다. 사실 그는 사랑을 하게 된 순간 이미 공주의 신하임을 자청했었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공주 때문에 괴로운 나머지 가슴에 철로 된 띠를 둘렀었고 이제 공주의 사랑을 얻게 되어 그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인해 가슴이 부풀어 철로 된 띠가 터지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그가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인내하고 기다려 주었는지 그리고 사랑을 얻었을 때의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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