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우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하늘과 우편

0 개 1,322 명사칼럼

5499b2f79d4be53e22ec2dd285ab283d_1550032725_92.png
 

다시 새해다. 새해는 언제나 우리에게 설레임과 기쁜 희망을 준다. 우리들의 인생이 무언가 새해에는 달라지고 더욱 새로워지고,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리라. 이런 점에서 올해는 특히 ‘하늘’과 ‘우편’이란 언어가 새롭게 떠오른다. 

 

새해 들어 그동안 배달돼온 시집들과 책들을 정리했다. 마치 묵은 짐들을 정리하듯이 집과 사무실에 배달돼온 책봉투를 뜯으며 여러 상념들이 떠올랐다.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는 아마추어 시인 작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마치 시란 장르를 가지고 무책임한 언어를 지껄이는가 하면 산문이라는 장으로 자신의 고백이나 선전 같은 문구로 쓸데없이 과포장돼 있는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할 수 있으면 책을 내고 시집을 내는 형국에 가벼운 두통이 왔다. 

 

그러면서 문득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쓴 일본의 노시인 다니카와 쑨타로가 생각났다.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인 다니카와는 10만부 이상이 팔린 시집이 여러 권 있을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다. 그의 시작품들은 미사여구나 복잡한 은유 또는 상징이 없고 아주 쉬운 언어와 비유로 우리들의 감각을 일깨운다. 말하자면 인생이 배어 있다. 

 

다니카와 쑨타로의 시집을 처음 대했을 때 놀랐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테렌스 멜릭의 감독의 시적인 영상이 그의 시집과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명장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펼쳐 읽어내려 가는 다니카와의 시편 들 속에는 ‘우주’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가 22살 때 썼다는 시창작론에서 이미 우주적 언어 의미의 ‘하늘’과 사회적 언어 의미인 ‘우편’을 통해 우리들 삶과 작품의 근원적 생명성을 간파해냈던 다니카와 쑨타로이다.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 우리는 예술작품을 왜 마주하는가. 우리는 왜 예술이라는 장르를 인정하는가. 우리는 예술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다.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이 ‘우주’ 코스모스(cosmos) 의미와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이 사회와의 관계 등 성찰과 관계를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미국의 철학교수이며 영화감독인 테렌스 멜릭은 그 동안 <천국의 나날들><씬 레드 라인>등 시적인 영상이 탁월한 영화들과 비교적 최근 작품인 <트리 오브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들은 ‘하늘’이라는 우주적 교신과 ‘우편’이라는 사회적 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다. 가령 그의 영화들에서 두드러진 ‘오버 딥 보이스’기법은 삶과 삶 사이의 아름다운 계곡과 바다와 하늘을 은유하고, 고전과 현대를 사유하는 형식이다. 덧붙여 우리 삶의 다양한 사회 관계망 속의 의미와 행복을 탐구하는 서정을 담고 있다. 

 

그의 영화적 은유와 탐구는 다니카와의 시편인 <산다>에 그대로 담겨 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성찰하는 시인과 영화감독이 이 시편들 속에서 언어와 이미지로 만나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다. 

 

“살아 있다는 것/지금 살아 있다는 것/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나뭇잎 새의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려보는 것/재채기 하는 것/당신의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그것은 플라네타륨/그것은 피카소/그것은 알프스/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난다는 것/.....//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살아 있다는 것/새가 날갯짓 한다는 것/바다가 일렁인다는 것/달팽이가 기어간다는 것/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당신의 손의 온기/생명이라는 것.

 

<산다>작품인 이 시행들은 온전히 테렌스 멜릭 감독의 시적 영상이 되어 그의 영화들에 이미지들로 춤을 추며 흰 스크린을 수 놓는다. 그의 영화들 속에서 그네가 흔들리고 있고, 새가 날갯짓하며, 바다가 일렁이고, 달팽이가 기어가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의 온기가 느껴지며, 어디선가 태아의 울음 소리가 사운드로 흘러나온다. 인생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오버 보이스로 화면 위에 띄워놓은 방식을 보라. 

 

시와 영화가 완벽하게 결합한 순간이다. 일본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생전에 영화를 두고 “카메라로 쓰는 시”라고 정의한 바, 제대로 부합되는 최고의 표현이다. 

 

이처럼 다니카와 쑨타로의 시집들과 테렌스 멜릭 감독의 영화들 속에 ‘하늘’과 ‘우편’을 사색하는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60년만에 온다는 황금돼지의 해 새해를 맞아 우리 모두는 ‘하늘’이라는 우주적 코스모스의 관계에 대해 더욱 성찰하고 ‘우편’이라는 사회적 언어가 주는 울림처럼 따스하게 서로 소통하고 보듬어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56db70fbc0112ab7483d65101ea83b8f_1550441981_6841.jpg

*백학기 (시인ㆍ영화인) : 시집으로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 <<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을 꿈꾼다>>,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시선집 <<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 & 시나리오 ‘완전한 일생’,‘ 흰 자작나무숲의 시간’,‘이화중선’등이 있다.


오늘에서야 속속들이 알아버린 E-visa

댓글 0 | 조회 1,968 | 2023.08.22
세상은 늘 변합니다. 그 변화를 어떻… 더보기

한반도, 단호한 냉정이 필요하다

댓글 0 | 조회 700 | 2023.08.22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더보기

마중 가는 길

댓글 0 | 조회 503 | 2023.08.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귀국하는… 더보기

맑으면 선을 베풀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73 | 2023.08.22
탁기를 많이 받다 보면 그걸 견디는 … 더보기

코로나19 재유행?

댓글 0 | 조회 2,916 | 2023.08.18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9… 더보기

Covid19 업데이트 - 모든 Covid-19 관련 규제 해제

댓글 0 | 조회 1,328 | 2023.08.18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51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 더보기

내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일본인, 일본 역사

댓글 0 | 조회 946 | 2023.08.09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 더보기

7월을 보내며

댓글 0 | 조회 540 | 2023.08.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반듯하게살고 싶… 더보기

학생들에게 좋은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 향상 방법

댓글 0 | 조회 722 | 2023.08.09
이번 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숙면의 …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11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 더보기

생크 방지 요령

댓글 0 | 조회 630 | 2023.08.09
생크의 정의볼이 클럽의 호젤(Hose… 더보기

허벅지살 빠지는 초보자 하체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617 | 2023.08.09
“하체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 더보기

오픈 워크비자면 만사형통?

댓글 0 | 조회 1,164 | 2023.08.08
자국이 아닌 나라에서 체류하기 위해서… 더보기

리커넥트 7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580 | 2023.08.08
1.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함 … 더보기

누런 콧물이나 코피가 자주 흐르나요?

댓글 0 | 조회 839 | 2023.08.08
“우리 아이는 기침을 너무 많이 하는… 더보기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애완동물은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나요?

댓글 0 | 조회 1,436 | 2023.08.08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보통 관계재산… 더보기

사람을 살리는 온기의 힘

댓글 0 | 조회 740 | 2023.08.08
여행 가서 만나는 구들 이야기빈 가지… 더보기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댓글 0 | 조회 576 | 2023.08.08
시인 : 김 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 더보기

뇌과학이 알려주는 중독 (알코올,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의 이유

댓글 0 | 조회 1,009 | 2023.08.08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 더보기

마음으로 맑아지려는 노력

댓글 0 | 조회 538 | 2023.08.08
선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 더보기

5500만 치매 환자에게 희소식

댓글 0 | 조회 1,789 | 2023.08.05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83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 더보기

2023 시험비책

댓글 0 | 조회 736 | 2023.07.26
얼마전 한 학생이 거의 울상을 한 채… 더보기

사이드 힐 업•다운(Sidehill Up•Down)

댓글 0 | 조회 762 | 2023.07.26
정의발 앞쪽이 발뒤꿈치보다 높은 경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