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영어에서 찰떡같은 영어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개떡같은 영어에서 찰떡같은 영어로

0 개 2,660 김임수

키위 앞에서 말문이 막힐 때 얼굴이 붉어지며 식은 땀이 나시는가? 그렇다면 여러분의 신진 대사 활동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은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로 세팅되어 있는 몸과 마음을 통째로 리부팅 (다시 켜기)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어는 시험’이라는 심리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심리안에서 영어 대화는 긴장감 속에 치러야 하는 구술시험이다.  대화 중 실수 하나 하나가 뼈아픈 감점이 되니 식은 땀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거나 비웃는 태도까지 보인다면 나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져 우울증까지 걸릴 지 경이다. 이같은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면 근처에서 영어 소리만 들려도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한다. 소위 진단명 ‘영어 울렁증’. 

 

그러나, 상대방의 무례한 태도마저 나의 부족한 영어때문에 달게 받아야 하는 처벌(?)로 받아들인다면 그 피해의식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은 그들의 비루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 내가 상대에게 미안해 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할 이유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 성적주의’에 물들어 있던 나의 관점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80년대 초반 미군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미군 한 명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분에 못 이겨 씩씩대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한쵸 (반장)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내가 겟 이븐 (get even) 해 줄께!’ ‘네??!! ’말 뜻을 몰라 멍하니 있던 나에게, ‘대학 다니다 온 놈이 이 말 뜻도 몰라? 네가 당한 만큼 내가 그 녀석 손 좀 봐주겠다고!!!’ 

 

책 속에만 매몰되어 있던 나의 알량한 지식영어가 몸으로 체화된 살아있는 영어에 한방 먹은 것이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까막눈 한쵸아저씨. 그는 어린 나이에 접시닦이 하우스 보이로부터 시작해서 40대 중반에 이르러 300여명 미군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로까지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아저씨는 평소에도 늘 새로운 영어 말을 배워서 아들뻘 되는 나에게 자랑스럽게 가르쳐 주시곤 했다. 그 분의 영어학 습법은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과 같았다. 상대방의 말을 귀로 듣고 흉내내서 입으로 말하고, 실수를 통해서 고치고, 그것을 암기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활용하는 방식 바로 그것이었다. 그 분의 배움의 자세에는 어떠한 주저함이나 수치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말을 흉내 내는 과정이다. 그러니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배울 재간이 없다. 책을 통해서 눈으로 아무리 단어를 외운다고 해도 입으로 뱉어 말로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나 당구를 배울 때 교습서로만 공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그 분을 보면서 영어에 대한 나의 편견을 반성했다. 영어로 말을 한다는 것이 꾸준하게 반복된 연습의 결과일 뿐, 개인의 교육 정도 및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척도(시험)가 아니라는 것. 결국, 영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대화의 도구요 감정의 매개체라는 것이었다. 

 

이론은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나는 여전히 ‘영어 울렁 증’과 ‘영어 성적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어쩌면, 한국식 입시교육을 받은 우리 세대에게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호 글에서 영어 뒤에 있는 불안감과 수치심을 돌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쯤에서, 나만의 자기 암시 비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나의 ‘영어 애증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입을 열어 말을 시작하자. 내가 개떡같이 말한다고 해도, 상대는 찰떡같이 알아들을 것이니 꺼리낌없이 계속 말을 하자. 자꾸 하다 보면 찰떡같이 말하는 순간이 오겠지. 나의 영어스승인 한쵸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 문제는 영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32747e8168419d66fa96197c79efc915_1524551525_4249.jpg

과외활동의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5 | 2023.05.24
이번 호에는, 훌륭하고 균형 잡힌 과… 더보기

정수기 (2)

댓글 0 | 조회 682 | 2023.05.24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 더보기

하루 5분 플랭크로 뱃살 걱정 끝 !

댓글 0 | 조회 797 | 2023.05.24
플랭크(PLANK)는 팔 어깨 등 상… 더보기

어머니의 가슴

댓글 0 | 조회 597 | 2023.05.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어머니올해도 어… 더보기

묵은지 깊은맛, 우정(友情)구만리

댓글 0 | 조회 648 | 2023.05.23
여행가방을 꾸려 공항으로 달렸다. 출… 더보기

바람의 말

댓글 0 | 조회 600 | 2023.05.23
누가 왔었나?마당이 어수선하다. 담벼… 더보기

요즘 대세 건강식품- 베르베린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377 | 2023.05.23
요즘 건강식품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가… 더보기

임시 복직명령 (interim reinstatement)

댓글 0 | 조회 1,289 | 2023.05.23
2023년 말부터 경기가 안좋아질것으… 더보기

내리막(Downhill)에서의 피치샷

댓글 0 | 조회 669 | 2023.05.23
경사도에 자신의 어깨를 수평을 이루도… 더보기

겉에 뭉친 탁기, 안에 뭉친 탁기

댓글 0 | 조회 682 | 2023.05.23
이번 생의 탁기 뿐 아니라 전생(前生… 더보기

2023예산안 발표 : 노동당 정부의 재적정 반달리즘

댓글 0 | 조회 1,301 | 2023.05.22
노동당은 눈물 나게 많은 예산을 지출… 더보기

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

댓글 0 | 조회 1,027 | 2023.05.20
알레르기(allergy)란 우리 몸의… 더보기

핑크 셔츠 데이(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2,097 | 2023.05.18
핑크 셔츠 데이(Pink Shirt … 더보기

1% 부자의 법칙

댓글 0 | 조회 1,571 | 2023.05.10
올 한 해는 첫 달부터 여행의 연속이… 더보기

오클랜드 수돗물 이야기

댓글 0 | 조회 2,069 | 2023.05.10
안녕하세요. NEXUS PLUMING… 더보기

한국의 국제적 역할?

댓글 0 | 조회 957 | 2023.05.10
분단 국가란 애당초부터 상당한 “세계… 더보기

우리가 어느 별에서

댓글 0 | 조회 616 | 2023.05.10
시인 정 호승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 더보기

만성 허리 통증과 무릎 통증을 예방하는 지름길!

댓글 0 | 조회 1,105 | 2023.05.10
운동을 배우러 직접 요가스튜디오를 방… 더보기

주간 활동 보고서

댓글 0 | 조회 960 | 2023.05.10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편(學而編)에 … 더보기

증가하는 동양인들의 중독

댓글 0 | 조회 2,157 | 2023.05.10
2020년 NZ drug founda… 더보기

희망을 목을 매랴, 절망에 침강하랴..

댓글 0 | 조회 553 | 2023.05.10
‘제임스 스톡데일’은 미해군의 장교였… 더보기

콜레스테롤 약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댓글 0 | 조회 1,450 | 2023.05.09
우리 인체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은 75… 더보기

나를 버려 나를 찾는 나를 위한 길

댓글 0 | 조회 506 | 2023.05.09
남악회양 스님이 육조혜능 스님을 찾아… 더보기

VISITOR비자 쏙쏙 문답풀이

댓글 0 | 조회 1,242 | 2023.05.09
뉴질랜드에 입국하고자 하는 일반 방문… 더보기

리커넥트에서 매달 진행되는 “따뜻함 나누기”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659 | 2023.05.09
지난달 4월 10일, 리커넥트는 오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