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은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생명의 은인

0 개 3,243 NZ코리아포스트
사람이 살아가면서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생명의 은인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선택받은 운명이라고나 할까, 내가 만약 밥숟가락을 놓을 상황에 처한다면 나를 구해줄 생명의 은인이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머리를 설레설레 젓게 된다.

장례미사라면 빼먹지 않고 찾아다니는 아내는 필경, 천국의 하느님 곁으로 잘 가라고 기도해 줄 테고, 아들과 딸은 눈물을 뚝 뚝 떨어트리지만 조속히 유산을 받으니 미소를 머금을지도 모를 일,

아~ 불쌍한 바오로여....

이곳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은 생명의 은인을 만난적이 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은 생명의 은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또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 그 자체다.

얼마 전 우리 주치의 아줌마가 속눈썹을 내려깔고 나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술 담배를 끊을 생각은 하라고,
그러면서 아시아 사람은 의사 말을 뒈게 안 듣는데 좀 줄이기라도 하라고 계속 말하여 사실 좀 줄이긴 줄였다.

그런데 주말이면 여럿이 모여 생선회 떠놓고 술 마시며 줄담배를 피우게 되니 그게 좀 문제였다.

나보다 연세가 훨신 많으신 분에게 내가 담배를 끊으시라고 권하자 그 형님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나는 담배를 끊을 수가 없어요. 내 양심이 있는 한...”

뭔 양심? 형님은 담배연기를 후훅 내품으시며 입을 여셨다.

“내가 사업을 잘 하던 시절, 거래처 사람과 술을 마시고 택시 합승하여 집에 돌아가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택시안의 사람들이 다 밖으로 튕겨 나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나만 안 튕겨 나갔지~”

“왜 형님만 안 튕겨 나간거지요?”

“그때... 내가 머리를 숙이고 담배 불을 붙이고 있었거든~ 후후,”

형님은 담배가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쭉 빨은 후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담배를 끊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까지 나를 구해줬는데, 조금 더 살겠다고 담배를 끊어? 말이 안 되지~ 목숨이 붙어있는 한 피워댈 거야~ 썅,”

세상에 그런 경우도 있을 줄이야....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나보다 나이가 어리신 분이 입을 열었다.

“그럼요, 어떻게 담배를 끊어, 인간이 양심이 있어야지요,”

그 동생은 계속 입을 열었다.

“저는 뭐, 담배는 끊을 수도 있지만 술을 결코 못 끊습니다.”

“아니? 그 쪽은 또 뭔 이유여?”

“지방에 출장가서 거래처 사장하고 밤새 술을 퍼 마셨지요. 아침에 해장하고 1시 고속버스로 서울에 올라오려고 표 끊어 놓고 점심 먹으며 또 한잔하다가 그만 차를 놓쳤어요. 그래서 다음차를 탔지요.”

다음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오다보니 대형사고가 일어났는데 1시에 출발한 버스가 완전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술이 저를 살린 겁니다. 제가 1시 차를 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내 생명을 구해준겁니다.”

동생은 소주병에다 쪼옥~ 키스를 한 후 비비고 끌어않았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었어.... 저렇게 생명의 은인들을 매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며 살아가는데, 근데 나는 뭐야? 술 담배가 내 생명을 구해 준 것도 아니고, 나는 술 담배를 못 끊을 이유가 전혀 없고만...

그날 밤 우리는 생명의 은인들에게 엄청 고마움을 느끼며 얼마나 퍼 마시고 빨아댔는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 날수가 없었다.

목이 타고 입이 쓰고 속은 쓰리고 온종일 침대에서 누워 비장한 결심도 하게 되었다.

그래 이참에 술 담배를 끊어 버리는 거야, 그날 저녁때까지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술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 되더니 멈춰지질 않았다.

“이제 그만해! 알았으니까~~~”

“아니 근데 왜 큰소리는 치고 그래~ 알았으면 응 알았어, 하고 조용히 말해야지, 세상에 다른 남편들은 청소도 잘해주고... 당신은 온종일 잠이나 자다가 전기장판도 안 끄고, 그러니 전기세가 좀 많이 나와~”

아이고~ 혈압 올라... 밖으로 나가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긴 숨을 들어 마시니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이 되었다.

어느새 담배 한 가피가 내 손가락사이에 끼어 뽀르르 연기를 어내고 있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껍데기와 알맹이..

댓글 8 | 조회 6,007 | 2010.11.24
우리 성당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한 그… 더보기

말조심..

댓글 7 | 조회 7,134 | 2010.11.09
저녁 무렵,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더보기

부부

댓글 11 | 조회 6,498 | 2010.10.27
이른 새벽 풀밭에서 뭔지 모를 한 마… 더보기

낚시줄이 움직이는 소리....

댓글 9 | 조회 6,622 | 2010.10.12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더보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댓글 6 | 조회 6,277 | 2010.10.04
은행에서 온 우편물을 뜯어 읽어보는 … 더보기

말 궁둥이만 쫓아다녀라~

댓글 0 | 조회 5,249 | 2010.09.20
지붕의 빗물을 받아먹고 사는 우리 집… 더보기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댓글 0 | 조회 6,656 | 2010.08.24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 시계를 보니 새… 더보기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댓글 6 | 조회 7,065 | 2010.08.10
요즘은 손목까지 아파서 컴퓨터 자판 … 더보기

한국으로 가야 할라나?

댓글 10 | 조회 10,723 | 2010.07.28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아이가 한국에서 … 더보기

예쁜 것도 죄가 되나?

댓글 3 | 조회 6,798 | 2010.07.14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나는 얼른 … 더보기

현재 생명의 은인

댓글 0 | 조회 3,244 | 2010.06.22
사람이 살아가면서 위험에 처해 있을 … 더보기

봄날은 오는가?

댓글 0 | 조회 3,086 | 2010.06.09
어느 날 밤, 내가 멀건이 소파에 앉… 더보기

유정천리

댓글 0 | 조회 3,838 | 2010.05.25
동식이네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 더보기

마누라 단속하기......

댓글 0 | 조회 3,671 | 2010.05.11
닭들에게 먹이를 주면 수탉이 먹이하나… 더보기

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댓글 0 | 조회 3,701 | 2010.04.27
"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 더보기

설거지 잘하는 남자.....

댓글 1 | 조회 6,519 | 2010.04.13
요즘, 강 사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 … 더보기

배리와 앤디

댓글 1 | 조회 3,351 | 2010.03.23
저녁에 돌담길을 걷다보면 윙윙거리며 … 더보기

자동차 침대

댓글 0 | 조회 4,249 | 2010.03.09
손자가 어디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갑… 더보기

어머니 덕분에......

댓글 0 | 조회 3,232 | 2010.02.23
어머니가 삶아 말리신 고사리를 한국의… 더보기

취권

댓글 0 | 조회 3,308 | 2010.02.09
몇년 전부터 공작새 한 쌍을 키우기 … 더보기

안 들려∼

댓글 0 | 조회 3,115 | 2010.01.26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는 아내… 더보기

묶은 때를 벗겨 내고....

댓글 0 | 조회 3,151 | 2010.01.12
아주 오래간만에 목욕을 하면 뜨물 같… 더보기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3,389 | 2009.12.22
일곱 살인 손자 샘이 일찌감치 가족들… 더보기

고사리 잡으러 가자∼

댓글 0 | 조회 3,430 | 2009.12.08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더보기

무정한 엄마

댓글 0 | 조회 3,652 | 2009.11.24
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겨 주기 위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