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0 개 3,701 NZ코리아포스트
"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보냈습니다. 골프할 때 입으세요. 형수님 셔츠도 샀습니다.”

한국에서 후배가 담배를 부치면서 옷도 사서 부쳤다고 전화가 왔다. 아내 몰래 어디다 숨겨놔야 되는데 소포가 배달되자 아내가 이미 뜯어보고 있었다. 노란셔츠, 빨강셔츠, 때깔이 너무 좋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비실거릴수록 색갈이 있는 옷을 입어야 광이 좀 나는데 나는 그 때갈 좋은 옷들을 소가 닭 보듯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말을 신으려고 하면 괜히 울화통이 터진다. 내 양말바구니에는 성한 양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낡아서 너덜너덜한 양말, 어머니가 심심하다고 바느질로 꿰매 놓은 양말, 천을 대고 바느질한 양말을 신고 다니면 꼭 발바닥에 바퀴벌레가 밟혀 죽어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아침부터 성한 양말을 신고 다니면 기분도 상쾌할 텐데, 생각다 못해 서랍장에서 새 양말을 한 켤레 꺼내 신었다.

이렇게 가끔 새 양말을 꺼내 신어도 언제나 내 양말 바구니에는 헌 양말만 들어있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양말을 골라 신는데 어느 날은 아무리 골라도 신을 양말이 없었다. 차고에 가서 아직 걷지 않은 빨래를 보니 새 양말이 무지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가 빨래를 갤 때 구별법은 간단했다. 새 것은 아들 것, 낡은 것은 남편 것, 아들 방에 가보니 서랍장에 새 양말이 철철 넘쳤다. 세상에 이럴 수가... 으으으,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들 나이만한 때는 못 먹어서 바짝 말랐는데 아들은 잘 먹여서 그런지 몸매가 나하고 똑같다. 그러니 내 바지며 남방이며 아들이 모두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안 후로는 새 옷도 모두 아들 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어쩐지 요즘은 아들보고 살 빼라고도 안 하드라고, 예전엔 “아들아~ 너 장가가려면 살 좀 빼라~”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거의 찢어진 옷만 입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 재봉틀로 누빈 바지가 또 찢어져 버렸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새 바지를 꺼내 기장을 줄여 입었더니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새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을 아내가 찬찬히 둘러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아니! 당신이 왜 새 바지를 입어? 새 바지는 아들 줘야지, 아들이 꽤재재하게 입고 다니면 어떤 아가씨가 따르겠어?”

아내는 내 바지를 또 힐끗 쳐다보면서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왜? 헌 바지 입고 다니니까 아줌마들이 안 따라?”

제길, 그건 맞는 말이지, 거지를 따라다니는 아줌마가 어디 있어, 아내가 계속 투덜거렸다.

“시골구석에서 당신을 봐줄 사람도 없는데 헌 바지 입으면 어때서..."

하긴 그래, 나를 봐주는 건 닭, 소 그리고 이웃집 말 밖에 더 있어... 아, 새들도 있고만,

옛날에 우리 어머니는 보리밥 속에 쌀 한주먹을 넣어 끓인 후 아버지는 쌀밥만 퍼 드리고 아이들은 보리밥 주고 생선 같은 맛있는 반찬도 아버지만 드리곤 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입던 낡은 바지를 쟁여 입고 나무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요즘은 거꾸로 됐어,

어느 날, 옛날 사진첩을 꺼내 보다가 갑자기 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아... 이때는 아내가 나한테 참 잘했는데... 착하다 못해 설설 기었지, 요즘은 남편을 우습게 알고 시도 때도 없이 심부름이나 시키고... 나는 아내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림을 그린 후 거실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그림을 가리키며 아내에게 말하곤 하였다.

“저땐 당신이 참 예쁘고 착했어, 말도 잘 듣고 나만 끔찍이 위했었지...”

그 결과 약발이 좀 받았는지 요즘 내 양말 바구니에는 성한 양말들이 몇 켤레씩 들어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3,755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 더보기

현재 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댓글 0 | 조회 3,702 | 2010.04.27
"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702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 더보기

마누라 단속하기......

댓글 0 | 조회 3,672 | 2010.05.11
닭들에게 먹이를 주면 수탉이 먹이하나…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66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3,661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더보기

무정한 엄마

댓글 0 | 조회 3,656 | 2009.11.24
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겨 주기 위해… 더보기

살이 찐 아내.....

댓글 0 | 조회 3,645 | 2008.12.23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90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489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453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41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 더보기

고사리 잡으러 가자∼

댓글 0 | 조회 3,435 | 2009.12.08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더보기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3,392 | 2009.12.22
일곱 살인 손자 샘이 일찌감치 가족들…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373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64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59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 더보기

배리와 앤디

댓글 1 | 조회 3,354 | 2010.03.23
저녁에 돌담길을 걷다보면 윙윙거리며 …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345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 더보기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321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 더보기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319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 더보기

취권

댓글 0 | 조회 3,310 | 2010.02.09
몇년 전부터 공작새 한 쌍을 키우기 …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306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88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 더보기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259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