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가방이 있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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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가방이 있던 역

0 개 1,307 오클랜드 문학회

                                     심 보선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없었네 

갈색 가방 속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니, 고작 그게 전부야?” 

읽다 만 소설책, 쓰다 만 편지, 

접다 만 종이학, 싸다 만 선물은 없었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전지전능한 황금열쇠여, 

어느 제복의 주머니에 숨어 있건 당장 모습을 나타내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이것 봐, 멀쩡하잖아, 결국 자기 잘못이라니까.” 

갈가리 찢긴 소년의 졸업장과 계약서가 

도시의 온 건물을 화산재처럼 뒤덮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무렴, 직업엔 귀천이 없지, 없고말고.” 

소년이여, 비좁고 차가운 암흑에서 얼른 빠져나오렴. 

너의 손은 문이 닫히기 전에도 홀로 적막했으니,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난 그를 향해 최대한 손을 뻗었다고.” 

허튼 약속이 빼앗아 달아났던 

너의 미래를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아, 여기엔 이제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는 소년은 없다네.” 

자, 스크린도어를 뒤로하고 어서 달려가렴.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에게로 쌩쌩 달려가렴. 

누군가 제발 큰 소리로“저런!”하고 외쳐주세요! 

우리가 지옥문을 깨부수고 소년을 와락 끌어안을 수 있도록.

 

 

* 이 시는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 <작은 풍선이 있는 정물>을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열아홉 살 소년을 생각하며 고쳐 쓴 것이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digda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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