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왕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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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왕이 되는 길

0 개 2,167 김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요리 만화 중 하나인 ‘미스터 초밥 왕’시리즈를 보다 보면 (만화니까 ‘읽지’않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주인공인 쇼타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회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훌륭한 초밥 요리사로 성장하기까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합니다. 

 

시골 출신이 대도시의 생활을 시작하며 겪는 적응의 사건들도 등장하고 그의 실력을 시기하여 어릴 때 싹을 잘라버리겠다면서 그를 음해하는 누군가에 얽힌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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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에 하나,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아직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주인공 쇼타에게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성장시키려 노력하시는 초밥집 사장님께서 먼 지역에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가서 공부를 좀 하고 오라 권유하며 등 떠밀어 보내게 됩니다. 

 

쇼타는 정든 가게를 떠나 홀로 외롭게 지내게 될 타지생활이 반갑지 않았지만 사장님의 말씀도 말씀이려니와 직원들이 모두 떠나버려 홀로 가게를 운영하신다는 사장님 친구에 대한 애틋함에 울며 겨자먹기로 먼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사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너무도 강직하고 초밥에 대한 애정이 하늘을 찌르는 장인이라는 친구분은 첫 눈에도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어 보이고 성격마저 괴팍하기 그지없어 쇼타는 단 한 명의 직원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이전 직원들도 사장님의 변덕과 이해 못할 기이한 요구에 고개를 저으며 떠났다 하니 쇼타도 하루 빨리 짐 챙겨서 되돌아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만 그는 자신의 사장님을 믿었기에 친구 사장님에게서 분명 배울 점이 있을거라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하루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친구 사장님의 여러 가지 이해 못 할 주문 중 가장 괴팍스러운 것은 초밥을 배달 할 때는 항상 자전거를 타야 하고 자전거에는 끈에 묶은 숫돌을 서너 개 매어 달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로 질질 끌고다니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사춘기의 한가운데에서 자존감이 무엇인지 얼핏 알아가고 있는 있는 쇼타에겐 초밥요리사가 배달까지 해야 하는 민망한 상황도 어려웠지만 달리는 자전거를 뒤로 잡아 끄는 듯한 숫돌들의 무게와 주위의 시선을 잡아 끄는 그 요란한 소리가 너무도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배달을 다녔습니다. 물론 속으론 친구 사장님의 이해 못할 괴팍함을 주기장창 욕하면서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사장님의 괴팍한 주문들이 모두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전거에 달린 숫돌들은 사실은 도로와의 마찰을 통해 숫돌을 평평하게 갈아내어 그 숫돌을 통해 갈아지고 날이 서는 식칼의 경사가 항상 일정하도록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지요. 

 

만약 칼을 가는 숫돌이 둥그렇게 파인 모양을 하고 있다면 칼날의 끝 또한 둥글게 갈려서 예리함이 사라지고 결국엔 무뎌져서 못쓰게 되고 만다는 겁니다. 

 

결국 쇼타는 친구 사장님의 그 무서우리만치 철저한 ‘초밥 품질 관리’정신에 감동을 받고 한 단계 성숙한 요리사가 되어 원래의 가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만화라는 형식상 좀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정말로 숫돌은 그 면을 항상 평평하게 유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최고 품질의 칼을 사용하는 요리사들은 숫돌을 갈아내는 또 다른 숫돌을 하나 더 가지고 있고 언제나 면을 관리해 항상 반듯한 각도로 칼날이 서도록 신경을 씁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 한명 한명 에게 있어야 할 것과 모자란 것들을 충고 하다 보면 간혹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공부해 오고 있은지가 벌써 몇 년이예요..’라고 반응하고 학부모님들은 대부분 ‘우리 애는 그런 정도의 공부를 할 수준은 벌써 예전에 지났습니다..’라고 반응하십니다. 

 

때로는 반응이 격해져 선생님은 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하게 판단한다며 원망을 하기도 하시지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쳐 온 그 시간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는지 저의 경우 학생들 마다 그 학생이 공부하는 과정에 따라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충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약한 그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 공부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대략 보이는 편 입니다.

 

어느 11학년 학생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던 때의 일입니다. 자리에 앉으신 어머니는 첫마디부터 학생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쏟아 놓으셨습니다. 그 당시 이민을 오신지 몇 해 되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학교 성적이 상위권 이다 보니 진학을 계획하는 대학교들이 한 마디로 세계 초일류 대학교들 이었습니다. 

 

학생 어머니께서 그리 기대를 가지고 계셨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을 마치기까지 성적이 너무도 좋았으며 이민을 오기 전까지도 영어와 수학, 과학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였다는 사실 입니다. 

 

그러니 이런 좋은 인재가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면 세계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는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어머니의 주장이셨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들고 온 학교 시험지들과 답안지를 죽 훑어 보았을 때 저는 전혀 다른 예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판에 박힌듯한 영어 문장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NCEA가 에세이 베이스의 시험이라는 것을 간파하자마자 이 학생은 어떠한 형식을 갖춘 모범 문장들을 기출문제 답안지에서 추려내어 암기하기 시작했고 시험장에서는 그 문장들을 짜 맞추어 답을 쓴다고 했습니다. 

 

물론 제 손에 들려있던 답안지 또한 거의 모든 답들이 암기한 문장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대부분 훌륭한 답변들이었지만 excellence 문제의 경우 자잘한 오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질문을 해 보았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면서 그저 문장을 외워 쓰는 기술만 많이 발달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과정의 특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 나름의 학습법을 성립한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고 NCEA과정의 특성상 좋은 학교점수를 받을 것임이 확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쓰고 있는 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예의 초일류 대학 진학을 위한 수준에 올라서기엔 오히려 그 효율적인 ‘답쓰기’전략이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영어성적은 지난 한 해의 시간을 거치며 점점 떨어지는 중이었고 저의 전공분야인 과학과목에 대한 질문들엔 실제적인 대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상담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제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만약 학생이 이러한 공부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솔직히 학생 자신이나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의 결과는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구요. 그러면서 적절한 과학공부를 위해 영국 모모 출판사에서 출판된 모모 교재와 또 다른 미국 교재를 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당장 급하게 점수를 올려야 하는 판국에 그런 기초적인 책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씀 하시더군요. 

 

결국 학생의 발전을 위한 상담은 서로간의 견해 차이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어색한 인사말만 얼버무리며 끝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어머니의 말씀이나 자녀에 대한 평가, 진로 계획이 잘 들어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목표하던 대학에 잘 진학하고 무언가 쓸모 있는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그러나 만약 아니라면 13학년에 들어설 무렵부터 학생 입에서는‘이 방법이 아닌 것 같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 했을 거고 문제와 해법을 찾아 우왕좌왕 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지나버려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했던 영화의 장르는 젊디 젊은‘성룡’이 주연으로 등장하던 쿵푸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초반부엔 항상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수가 등장하고 홀로 살아남은 외아들은 복수를 다짐하며 또 다른 고수를 찾아가 수련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 고수라는 양반이 싸움기술을 가르쳐 줄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는지 매일 물떠오기, 빨래하기, 자신을 등에 업고 푸쉬 업 하기나 시키고 있으니 수련생인 아들은 똥줄이 탈 지경입니다.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지나고 여차저차 한 사연들이 스쳐지난 뒤 아들은 깨닫습니다. 그 지겨웠던 뜀뛰기, 물떠오기, 빨리하기.. 등등 온갖 하찮고 궂은 일들이 무술의 경지를 한 단계 높이는 수련의 일부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요즘 주변을 보면 보통 학생들과는 달리 매우 높은 인생의 목표와, 더불어 진학목표를 세운 학생들을 접하게 됩니다. 바라기는 반복되는 작은 훈련을 지겨워하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낮추어 주어진 과제들을 정성을 다해 해결하는 자세를 유지해 주기 바랍니다. 공부에 더 효율적인 길은 있지만 절대로 왕도는 없다는 말이 다시 한번 가슴에 박히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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