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삼각관계

0 개 3,320 코리아포스트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람과 비슷하고 양은 사람의 10배인 4000만 마리라고 하니 양식이야말로 정말 풍부한 셈이다. 소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1에이커의 풀밭이 필요하다고 한다. 뉴질랜드 전원에서 살아가려면 땅이 2핵타 이상이어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넓은 땅에 잡초 관리를 위해서라도 동물을 기를 수 밖에 없다.

우리 집도 땅이 넓어 울타리를 만들고 양 2마리를 얻어다 풀밭에 넣었다. 그런데 양 2마리가 풀을 다 뜯어먹지 못해 송아지 2마리를 양과 같이 기르다 보니 송아지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오히려 풀이 모자랐다. 사람들에게 양을 잡아먹으라고 말했지만 1년생이 넘은 양고기는 질겨서 안 먹는다고 하여 양털 깎는 사람에게 그냥 줘 버렸다.

풀이 모자라니 서로 풀을 먹으려고 동물들이 싸우는 꼴을 보게 된다. 지난번에 양이 덩치 큰 소한테 덤비는 것을 보고 쟤가 돌았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소들이 허겁지겁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양은 3살이고 소는 1살이었다. 동물들은 대부분 나이로 서열을 구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의 팔팔한 청년 닭들이 쭈그러진 늙은 닭한테 꼼짝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집 가축 중에는 삼각관계를 갖는 애들이 있었다. 개와 오리, 수탉인데 모두 다 수놈들이다. 이것들은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는데, 대체적으로 개는 오리를 이기고, 오리는 수탉을 이기고, 수탉은 개를 이긴다. 순순히 지고이기는 게 아니라 실컷 싸운 결과가 그런 것이다.

우리 집안에는 또 하나의 삼각관계가 형성 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아내 그리고 나와 아들이다. 아들은 나한테 꼼짝 못하고, 아내는 아들한테 꼼짝 못하고 나는 아내한테 꼼짝 못하는 편이다. 우리 집은 나이로 서열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목소리 크기로 서열이 결정 되는 것 같다.

어저께 내가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아내가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보~ 개 밥 좀 주고와요~" 그림 그리다 말고 개 밥 주고 오면, 손이야 또 씻으면 되지만 중요한건 구상이 흐트러져 그림이 개털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만한 아들을 불렀다.

"아들아~ 엄마가 개밥 좀 주고 오란다."

컴퓨터 하던 아들이 툴툴 거리면서 개밥을 주고 왔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가 나를 또 불렀다.

"여보~ 과일껍데기 소 주고와요. 빵조각은 오리 주고요~"

"아들아~ 엄마가 소밥, 오리밥 주고 오란다."

아들이 밥을 주고 툴툴 들어오더니 엄마한테 한마디 하였다.

"엄마~ 뭘 좀 시키려거든 정리해서 한꺼번에 시키라고요~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잘한다. 백번 맞는 말~ 아니, 그럼 그 동안 아빠가 똥개였었나?)

아들의 질타에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였다.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안하면 될 거 아냐~ 왜 큰소리는 쳐!"라며 따지고 대들었을 텐데... 그 날 밤 아내가 시무룩하게 앉아 한숨 쉬며 말하였다.

"여보 우리아들이 너무 변한 것 같아. 한국에서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가?" (변하긴 뭘 변해, 예전과 똑 같은데...)

"자, 당신 열 받는데 술이나 한잔 마셔," 내가 와인을 한잔 따라 주자 벌꺽 벌꺽 마신 후 또 말하였다.

"엄마한테 꼬박 꼬박 말대꾸나 하고... 전엔 안 그랬는데..." 아내의 표정이 여전히 심각해서 내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들하나 있는 게 엄마한테 대들기나 하고, 이 자식 내가 혼내 줄께!"

내 말에 갑자기 아내의 얼굴이 보시시 펴지면서 "혼내긴요... 그래도 우리아들 만큼 착한애가 어디 있어요."

어쩌면 그 말 한마디에 아들에 대한 적개심이 삭 가시다니...

나는 잠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아들 앞에서 아내를 심하게 나무랐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들이 엄마를 위로한다고 와인 한 잔씩 하면서 "아빠가 요즘 엄마한테 너무 심한 거 아냐? 내가 한소리 할까?"

"그래도 이 세상에 네 아빠만큼 좋은 사람이 어디 또 있는 줄 아냐," 아내가 이런 말을 할까? 아니면, "네 아빠처럼 못된 인간이 또 어디 있겠냐, 한 두 소리 가지고 어림도 없다 어림없어~ "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3,755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702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 더보기

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댓글 0 | 조회 3,701 | 2010.04.27
"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 더보기

마누라 단속하기......

댓글 0 | 조회 3,672 | 2010.05.11
닭들에게 먹이를 주면 수탉이 먹이하나…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66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3,661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더보기

무정한 엄마

댓글 0 | 조회 3,656 | 2009.11.24
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겨 주기 위해… 더보기

살이 찐 아내.....

댓글 0 | 조회 3,644 | 2008.12.23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90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489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453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41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 더보기

고사리 잡으러 가자∼

댓글 0 | 조회 3,435 | 2009.12.08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더보기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3,392 | 2009.12.22
일곱 살인 손자 샘이 일찌감치 가족들…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372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64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59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 더보기

배리와 앤디

댓글 1 | 조회 3,354 | 2010.03.23
저녁에 돌담길을 걷다보면 윙윙거리며 …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345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 더보기
Now

현재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321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 더보기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318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 더보기

취권

댓글 0 | 조회 3,310 | 2010.02.09
몇년 전부터 공작새 한 쌍을 키우기 …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306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88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 더보기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259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