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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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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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는 3마리의 암탉이 병아리들을 부화시켰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과 함께 따로 넣어 놔야 한다. 언제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아먹거나 매가 날아와 채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닭장 속의 병아리들을 잔디밭에 풀어 놓았다. 어미닭을 따라다니며 벌레 잡아먹는 것도 배우고, 맛있는 풀을 골라 쪼아 먹는 것도 배우고... 그야말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병아리들이 겁에 질린 채 쏜살같이 달려가 울타리 밑으로 숨어 버렸다.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닭은 병아리를 지키느라고 웬만해서 숨지 않는데 어미닭도 울타리 밑으로 달려가 같이 숨어 버렸다.

잠시 후 내 머리위로 까치 한마리가 휙 하고 날아갔다. 벌써 병아리들이 어미닭한테 공습경보에 대피하는 방법을 배운 모양이다. 내가 버젓이 있는데도 까치가 닭들을 위협을 하고 있다니, 그러지 않아도 까치를 혼내 주려 벼르고 있었는데... 까치는 병아리들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에 적들의 숫자가 더 많아져서 더욱 심하게 공격을 하는 것 같았다.

닭들이 풀밭에 나와 있으면 까치들이 가차 없이 날아와 공격을 한다. 까치 한 마리는 사람이 오나 망을 보고 있고 다른 까치 한 마리는 하늘에서 제트기 같이 날아 공격을 하니 덩치 큰 수탉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까치가 닭들에게 공격을 할 때 공작새가 훨훨 날라 까치를 쫓아 버린 적이 있는데 계속되는 공격에 대책이 없는지 공작새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영악한 까치 때문에 과수원이나 농가에서 피해를 많이 본다는데 언젠가 한국 TV에서 이런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까치 때문에 과수원의 피해가 너무 커 각종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한다. 과일을 까치가 먹기 좋게 잘라 설사약을 바른 후 과수원 주위에 놓았는데 까치가 먹은 후 배가 아프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 뒤로 과수원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않았다고 한다.

뉴질랜드 까치는 더욱 극성스럽고 영악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닭을 잡아 설사약을 발라 줄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내가 공기총을 들고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까치가 낌새를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공기총을 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내가 총을 들고 밖에 나갈 때마다 높은 나무위에서 망을 보고 있는 까치 한 마리가 다른 까치에게 즉시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까치들은 내가 총을 쏠 수 없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쩔쩔매는 닭들을 보면서 의기가 양양해진 까치들이 급기야 닭장까지 침범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내가 닭장을 가는데 까치 한마리가 닭장에 들어가 먹이를 먹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달려가 닭장 문을 닫아 버렸다.

“요놈 잘 걸렸다~ ”

 
그리고 모이를 주며 까치가 갇힌 곳에 닭들을 모두 몰아 넣었다. 적과의 동침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 진풍경이 벌어졌다. 좁은 공간에서 날을 수가 없는 까치는 한쪽구석에 쳐 박혀 있고 까치가 별거 아니라고 느낀 닭들은 까치를 쪼아 대기 시작했다. 까치는 찍찍대며 구원을 요청하지만 닭장 밖의 까치들은 닭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질질 짜는 까치를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까치를 가두었는데 흙투성이에 초죽음이 된 까치가 너무 불쌍해서 풀어 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까치가 닭을 공격하는 것을 본적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집 주위에는 아예 까치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이웃집에서 날아다니는 까치를 먼발치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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