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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만나는 날

0 개 1,755 김지향

왕가누이 매장에서 일하다 파미 매장으로 옮긴 지도 벌써 2주째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내다가 모처럼만에 집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니, 익숙했었던 모든 것들이 새삼스레 새롭게 느껴졌다.

 

볕이 환하게 드는 이층의 내 방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고, 새침떼기 고양이 페로도 반갑기 그지 없다. 가족들과 함께 먹는 저녁 식사의 즐거움은 말할 나위도 없을 수밖에……

 

세 딸들이 돌아가면서 마련하는 저녁을 먹으면서 지내다 보니, 내 나이가 누리는 축복에 감사가 절로 나왔다. 세계 요리 탐험을 시도한다는 둘째 덕분에 이태리, 그리스, 멕시칸 요리…..들과 디저트들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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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포네 치즈와 진하게 내린 커피 엑기스, 럼주, 깔루아를 주 원료로 만든 달콤한 티라미수는 내 가슴을 완전히 녹이고도 남았다. 가족이란 달달한 이름에 취해 하루의 피곤함이 사그리 사라져버린 저녁이었다.

 

지금 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있다. 세월의 강을 따라 흘러 가는 작은 돛단배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풍광들을 즐기면서 노 젓는 뱃사공이 따로 없다. 스치고 지나온 모든 것들이 데쟈뷰가 되어 다시금 돌고 있는 걸 바라 보면서 그 다음에 어떤 것들이 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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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지는 윤회처럼 이생에서의 우리 삶도 지속 되는 윤회 속에 뱅글뱅글 돌고 있기에 다음 날의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그러고 보니 데자뷰가 윤회. 나만의 개똥철학일지 모르겠지만……

 

파미 매장의 새로운 손님들 역시 나를 무척 즐겁게 한다. 영어를 잘 못해서 세일즈 하는 것을 두려워했었던 과거의 나자신을 돌아 보면서, 지금의 나자신으로 거듭났음에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이 변하듯 나 자신 역시 변화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 가장 큰 용기를 준 것은 데쟈뷰와도 같은 경험들이었다. 우주의 생성과 소멸이 한결같듯이 모든 경험들 조차도 그 법칙에서 하나도 거스르는 것들이 없었다.

 

예지력이 별거인가? 자연의 법칙에서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예지는 저절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걸 터득하기에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60년이란 세월이 한 순간이었음을 지금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존이란 단어에 대한 이해가 가장 어려웠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현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있음에 지금 이 순간이 있고, 지금 이 순간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가 되어, 결과이며 원인의 순간에 나 자신을 놓고 있다.

 

UN이 재 정립한 평생 연령 기준을 보니, 0세부터 17세까지 미성년자이며, 18세부터 65세까지가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 중년, 80세에서 99세까지가 노년, 100세 이상이 장수 노인이었다. 어느듯 인간의 인식이 여기까지 왔으며 그 인식대로 수명이 연장 되었다. 

 

태어남과 죽음의 데쟈뷰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돌고 돌았지만, 수명의 기간은 변화를 거듭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다. 60줄에 들어선 내가 아직도 청춘. 

 

난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을 즐기고 있다. 드레스 숍에 오는 많은 노인들이 나를 젊게 보듯 내가 나 자신을 젊게 느끼니 미래가 밝기만 하다. 내 안의 새로운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3월 30일에 웰링턴에 가야 한다. 재발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를 위해 방사선 요도드 요법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평생 약 먹으면서 살 수도 있지만, 방사선 요법으로 약을 끊을 수도 있기에 방사선 요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그날이 기대가 된다. 그날은 나 자신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넌센스적인 생각이지만, 방사선이라 하면 X 선이 생각이 나고, X는 교차, 만남을 연상하게 한다. 요오드는 화학적 용어로 I가 아니던가. 나 자신.

 

내가 나를 만나는 날. 하하하…… 그 날이 바로 나를 만나는 날인 것이다. 생명의 불꽃인 나 자신을 만나 활활 불꽃을 피우리라!!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

 

감사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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