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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
옛이야기‘구렁덩덩신선비’는 특히 상징적인 부분이 많고, 그 상징성을 결코 표면적인 잣대로 풀어서는 안 되는 매우 의미가 깊은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구렁이로 상징되는 남성성, 결국 아이로 귀결되는 강렬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원하고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열망은 더욱 커진다. 얼마 전 결혼과 아이를 절실히 원했던 한 노처녀가 폐경의 위기 앞에서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구렁이는 남성성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화되기 이전의 동물적 본능을 상징한다.
그가 한 손에 칼을 들고 한 손에는 불을 들고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폭력성 역시 그 동물적인 본능을 성숙하게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퇴행하고자 하는 욕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퇴행의 욕구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지 못한 모습은 잔인하게도 칼과 불이 고통을 주듯 모자 모두를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우리는 실제로 어머니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매우 이기적인 모습으로 어머니를 괴롭히거나 협박하는 자식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은 자식뿐만 아니라 남편에게서도 나타나는데 그런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행하던 것을 그대로 아내에게 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간혹 자식이나 남편 때문에 가슴 속에 불을 품은 것처럼 화병이 나기도 하고 그들로 인해 칼로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구렁이가 막내딸과 혼인을 한 후 허물을 벗게 되어 신선비가 되었고 그것은 아내와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인해 이성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례 시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보이는 그대로 배우자에 대한 주변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뜻하는 것일 텐데, 여기에서 막내딸의 태연함과 대범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의견보다는 배우자를 믿고 사랑하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본인 스스로 질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물은 어쩌면 타인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치명적인 약점이나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허물을 태워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언니들이 그의 약점이나 단점을 말하고 다니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신선비가 집으로 오던 길을 되돌리지만 막내딸은 그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는 결혼 전에는 막내딸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혼 후에는 종속적인 모습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해석일 뿐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