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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무애의 정신으로 생명과 자유를……

0 개 1,934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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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학자들이 벼룩을 보니 그 벼룩보다도 더 작은 벼룩이 붙어서 뜯어 먹고 있다. 그리고 이 벼룩에는 더 작은 벼룩이 붙어서 뜯어먹으니 그렇게 한 없이 계속된다.”『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죠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의 말이다. 아주 작은 벌레인 벼룩의 세계가 그럴진대 인간 사회야 오죽 하겠는가? 라는 생각도 든다. 온갖 부조리와 부패,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좀 더 영혼의 자유를 누리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영원한 자유인으로 위대한 사상적 업적을 남기고 간 신라 시대의 원효대사(元曉大師, 617-686)를 떠올린다. 그의 무애사상(無碍思想)은 혼탁한 현대사회의 등불 같은 가르침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현상들 하나하나가 다른 점과 같은 점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인정하면서 상호 긍정될 때,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대 자유인 무애의 삶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다른 견해와 주장들이 흑백의 대결로 서로 충돌하여 손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융섭(融攝)의 논리로 화회(和會) 회통(會通)시키는 것이다. 이는 불교 종파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교 간의 갈등, 국가 간, 또는 국가내의 반목과 대립, 노사분쟁 등 국내외적인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소견이 좁은 사람을 ‘갈대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무식쟁이에 비유할 수 있다.

 

원효는 중생교화의 길을 떠날 때 ‘무애’ 라는 이름의 박을 치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 때 부른 노래가 화엄경에서‘일체무애인 일도출생사(一體無碍人 一道出生死)’의 내용을 담은「무애가」이다. 무애는 장애가 없고 거침이 없는 정신세계를 표현한 말로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나 도인의 삶을 말할 때 무애자재(無碍自在)라고 한다. ‘모든 바깥 경계에 장애되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인 사람은 단번에 거침이 없이 삶과 죽음을 벗어난다’라는 뜻이 되겠다. 승려는 결혼할 수 없다는 불교의 원래 교리를 깨고 원효는 태종무열왕의 둘째 요석 공주와 결혼해 한국 최초의 대처승이 되었으며 아들 설총을 낳았고 설총은 이두문자를 창안했다.  

 

무애가의 현대식 버전에서 ‘사생결단 수연성(死生決斷 隨緣成)’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네 가지의 삶도 단절해야만 바라는 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다. 첫째는 태생(胎生)이다. 탯줄을 끊지 못하듯 연줄에 얽매이는 삶과 단절해야한다. 둘째는 난생(卵生)이다. 껍질을 깨고 나오지를 못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과의 단절이다. 셋째는 습생(習生)이다. 습관도 버리지 못해 반복되는 생활에 젖어 있는 삶을 떨쳐버려야 한다. 넷째는 화생(化生)이다. 안정되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며 뒤바뀌는 삶과 끊고 단절해야만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금년까지 가장 한국인에게 회자되었던,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은 단연 김기춘, 조윤선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기춘 씨는 젊은 나이에 권력의 최 상층부에 개입하기 시작해서 40년이 넘게 개인의 욕망을 채우고 최고의 권위를 누리며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장애가 끊임없었던 그의 삶은 영혼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 자신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던 대로 가진 권력의 70-80% 만 휘둘렀더라도 그의 노년이 작금의 사태와 같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노쇠한 나이에 다시 권력의 앞잡이에 등장만 아니 했더라도 인생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조윤선 씨는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권력의 올가미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한 듯하다. 나중에는 자신이 그 마술에 취해 자기가 아니면 국가적인 큰일을 해낼 사람이 없을 거라는 과대망상증에 걸린 태도도 보여주었다. 구속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관이라는 직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실력과 지성(知性)은 다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시에 합격해서 어느 직위를 확보하는 것하고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냉철하고 어떤 사안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견지하는 것 하고는 다르다고 불 수 있다.   

            

일제 치하에서 민족적 울분을 시로 토해냈던 윤동주(尹東柱 1917-1941)시인의 서시(序詩)를 되새겨 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 새에 부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시인은 80여 년 전 일제 암흑기에 벌써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자기 자신의 힘이 무력했음을 통탄하는 듯 부끄러운 심정을 토해낸 것 같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투사와 같은 삶은 못살더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삶은 살지 말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완벽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생텍쥐페리(Saint-Exupery, 1900-1944)가 남긴 말이다. 공간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되 단순하게 사는 행복, 단순한 삶이 주는 충만함을 느끼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추구하며 살아가면 어떨까? 우리는 시간과 돈을 별도로 투지하지 않더라도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재능 즉 칠무재시 진공덕(七無財施 眞供德)을 발휘할 수 있다. 부드러운 눈빛, 온화한 얼굴, 공손한 말, 예의바른 몸가짐, 어진마음, 양보와 배려로 참된 덕을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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