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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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0 개 1,479 오소영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화들작 웃는다. 나도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정상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저 아기의 웃음에 무표정 할 수가 있을까? 손가락을 까딱까딱해 보였더니 몸까지 흔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아주 신나게 웃어준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 틈에 섞인 아기와 늙은이는 잠시 한 통속이 되어갔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개의치않고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함께 아기의 세상으로 빨려들어갔다. 세상 근심걱정 다 잊었다. 

 

천진스런 아기와 교감하는 이 짧은 순간. 시공을 초월해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속진에 찌들은 영혼이 아기를 따라 맑고 순수해져 갔다. 이 세상 화초 중에 인화초(人花草)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다고 했다. 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동심(童心)을 배우라고도 한다. 아기들은 배고파서 우는것 말고는 웃는 것 밖에 모른다.

 

요즘 고국의 정세가 너무 불안하고 험악하다. 어쩌다가 이민을 와서 남의 나라에 살지만 내 조국의 일이기에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 그 땅엔 내 조상의 뿌리가 깊이 박혀있다. 남겨진 가족 친지들도 많이 있다. 멀리 떨어져있다고 어찌 남의 일 보듯 마음이 편하겠는가?

 

월드컵 4강을 했을 땐 내 조국 코리아를 알아달라고 큰 목소리로 자랑도 했다. 이젠 누군가가 코리안이라는걸 알까봐 겁이난다. 챙피하다. 가짜 웃음에도 엔돌핀이 나온다나 웃는 시간만큼 수명도 길어진단다. 요즘은 억지로도 웃어지지가 않으니 그 노력도 헛수고일 뿐이다.

 

내가 살아온 과거의 추억 속엔 6.25 전쟁이란 비극이 깊이 낙인 찍혀있다. 그 전쟁통에 풋풋한 사춘기 소녀는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참으로 비통하고 처절했다. 내 남편은 공산당이 싫다고 저항하다 남하한 삼팔 따라지었다. 부모동기 모든것 다 버리고 유격대란 이름으로 싸워 온 사람. 평생을 그리움 속에서 외롭게 살았다. 죽음으로 육신을 버렸으니 혼이되어 고향 갔을까?

 

4.19니 5.16이니 정변의 회오리 속에서 모질게 살아온 세대가 우리들이다. 촛불집회, 태극기 물결이, 세상을 떠나가게 아우성인 지금의 내 조국. 

 

또 다시 시대의 변화를 원하는 변곡점에 도달해 있음인가보다. 바로 가는 세상을 만들려는 몸부림일테지만 어떻게 변화가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고장난 버스에 사람이 가득하다. 버스를 고치는게 우선인데 저마다 다른 의견이 분분하다. 그 안에서 소동을 피우다가 버스는 끝내 전복을 하고 만다. 모두가 다치고 죽어간다.

 

지금 사태가 그런 모양새로 흘러가는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렵다. “난 누가 뭘하든 나라가 흔들리는건 싫다. 빨갱이 세상이 되는 건 안되지” 젊은 사람들은 내 뜻과 다르다. 자식들과 의견충돌도 만만치가 않다. 용납이 안되는 설득을 하면서 울분이 치민다. “어머니는 그런데 신경쓰지 말고 건강이나 챙기세요” 늙은이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살란다. 후손들에게 정의롭고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 주고 싶은 노파심. 올바른 조상이 되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 할 뿐이다.

 

“너네들은 전쟁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배 부르고 등 따뜻해 느긋한 요즘 세대들의 생각이 안타깝다. 6.25 전쟁이 지난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났다. 지금도 그 때를 떠 올리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 식어가던 내 혈기가 다시 뜨겁게 불 타오른다.

 

조국을 상징하는 우리 대한민국 태극기. 어느나라 어느곳에서 보든지 마음이 경건해진다. 내가 살던 정든 땅. 길거리를 가득메운 태극기 물결을 보면서 감동으로 눈물이 흐른다. 저들은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를 무릅쓰고 왜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나라를 사랑하는 한 마음들일 것이다. 비록 내 몸은 여기 뉴질랜드에 있지만 태극기 앞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건 분명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내 조국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우리도 따라 행복해지는게 아니던가. 해가 바뀔 때마다 너나없이 희망찬 새 해라고 기대를 한다. 분명 새 해는 밝아왔다. 아직까지 어떤 희망으로 살아야 하는지 세상은 어둠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싶다.

 

정유년 한 해를 한마음으로 바라보는 기쁜 나날이 되는 우리 대한민국. 그런 나라로 우뚝 서기를 소망한다. 아무 생각없이 아기처럼 살아도 되는 그런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세상 끝날까지 아기처럼 웃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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