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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547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이 홍섭 

 

일평생 농사만 지으시다 돌아가신 

작은할아버지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절을 잘하셨다 

제삿날이 다가오면 

나는 무엇보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절하시는 모습이 

기다려지곤 했는데 

그 작은 몸을 다소곳하게 오그리고 

온몸에 빈틈없이 정성을 다하는 자세란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만히 그 모습 떠올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끝을 모아 보지만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자세라 

제풀에 꺾여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먼 훗날 내 자식이 또한 영글어 

제삿날 내 절하는 모습을 뒤에서 훔쳐볼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리워지길 

그리워져서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생각해 주길 내처 기대하며 

나는 또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가만히 발끝을 모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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