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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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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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 진경  

 

욕망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긴 하지만 

욕망은 세상을 멸망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 그릇의 밥을 끊이는 불이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듯이 

그렇게 무언가 불길한 것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이 

사랑하는 이들의 잠자리를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금 숲가에 서 있는 나의 적막한 한순간까지도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 저 밤나무 뒤편으로 우거진 숲이 

나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불은 더 이상 

우리를 감추면서 드러내는 빛이 되지 못한다. 

 

우리에게 불은 위험이며 재난의 표지일 뿐 

우리 사랑의 작은 불꽃에서조차 

우리는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의 위험을 느낀다. 

숲은 제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잠잠히 이 재난을 거부한다. 

 

나는 숲가에 발을 멈춘다. 

숲은 나를 거부하며 말하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불꽃은 세상의 끝에 닿아 더 이상 태울 게 없을 때까지 

멈추지않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너무 늦기 전에는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내 슬픔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밤나무 숲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숲은 여전히 우리의 재난을 거부하지만 

또한 우리의 슬픔을 받아들인다는 듯 

내 이마에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나는 밤나무 가지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불길이 세상의 끝까지 태우는 것보다 더 큰 재난은 

우리 작은 사랑의 불에서조차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보는 거라고 

밤나무 가지 사이에서 누군가 나에게 속삭인다. 

슬픔이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끄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태우는 불길로부터 

작은 사랑의 불을 지킬 수는 있을 거라고 

그래서 때로 우리가 은은히 빛날 수도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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