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의 음악대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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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의 음악대 2편

0 개 1,359 송영림

■ 브레멘의 음악대

 

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귀의 주인은 먹이도 아낄 겸 당나귀를 처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눈치 챈 당나귀는 집에서 도망쳐 브레멘을 향해 떠났다. 그는 자신이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나귀는 걸어가다가 심하게 헐떡거리고 있는 사냥개 한 마리를 만났는데, 그 개 역시 늙고 기운이 없어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이 죽이려고 해서 도망을 치는 중이었다. 그렇게 둘은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어 류트와 드럼을 연주하자며 합류하게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맥이 빠진 채 슬픈 얼굴로 앉아 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는 늙고 이빨이 무디어져 더 이상 쥐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여주인이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망쳐 나온 고양이는 밤의 세레나데를 많이 알고 있었으므로 그 역시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기로 하고 셋이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이윽고 세 도망자들이 어느 농가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수탉 한 마리가 대문 위에 올라앉아 죽을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당나귀가 왜 그렇게 악을 쓰냐고 묻자, 다음날 여주인의 명령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요리사가 자기의 목을 칠 예정이므로 그 동안 실컷 악이나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나귀가 좋은 목청을 가졌으니 함께 연주를 하면 근사한 음악이 나올 거라며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브레멘은 꽤 먼 곳이라 해가 지기 전에 당도할 수가 없었고 밤이 찾아올 무렵 그들은 어느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문득 불빛이 보여 그것을 따라 가니 도둑들의 소굴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도둑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 끝에 마침내 좋은 생각이 났다. 당나귀가 몸을 곧추세워 창턱에 두 앞발을 대자 개가 당나귀의 등 위에 올라타고, 고양이가 다시 개 위에 올라타고, 수탉이 몸을 날려 고양이의 머리 위에 걸터앉아 일제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나귀는 히이잉 하고 외쳐 댔고, 개는 멍멍 짖어 댔고,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댔고, 수탉은 꼬끼요오 하고 악을 써댔다. 그러다가 그들은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그러자 도둑들은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유령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믿고는 숲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렇게 도둑들을 몰아낸 네 친구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각자의 습관대로 잠자리를 골라 이내 곯아떨어졌다. 

 

자정이 지날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있던 도둑 두목은 집안이 캄캄하고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부하 한 사람에게 가서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부하는 집이 조용한 것을 보고 부엌으로 가서 촛불을 켜려고 하다가 고양이의 이글거리는 두 눈을 보고 석탄인 줄 알고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개비를 갖다 댔다. 그러자 고양이가 도둑에게 달려들어 침을 뱉고 할퀴었다. 도둑은 기겁을 하여 뒷문으로 달아났고 그곳에 있던 개에게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도둑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다 거름더미 옆에 있던 당나귀의 뒷다리에 호되게 걷어 채였고, 이런 소란통에 잠에서 깨어난 수탉이 악을 써댔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 도둑은 두목에게 가서, 마녀가 침을 뱉고 긴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으며 문 앞에 있던 칼을 든 사내가 다리를 찔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당으로 도망쳐 나오는데 괴물이 몽둥이로 내리쳤고 지붕 꼭대기에 있던 재판관이 저 악당을 데려오라며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후 도둑들이 그 집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브레멘의 음악가들이 그 집에서 살게 되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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