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의 음악대 2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브레멘의 음악대 2편

0 개 1,355 송영림

■ 브레멘의 음악대

 

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귀의 주인은 먹이도 아낄 겸 당나귀를 처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눈치 챈 당나귀는 집에서 도망쳐 브레멘을 향해 떠났다. 그는 자신이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나귀는 걸어가다가 심하게 헐떡거리고 있는 사냥개 한 마리를 만났는데, 그 개 역시 늙고 기운이 없어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이 죽이려고 해서 도망을 치는 중이었다. 그렇게 둘은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어 류트와 드럼을 연주하자며 합류하게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맥이 빠진 채 슬픈 얼굴로 앉아 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는 늙고 이빨이 무디어져 더 이상 쥐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여주인이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망쳐 나온 고양이는 밤의 세레나데를 많이 알고 있었으므로 그 역시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기로 하고 셋이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이윽고 세 도망자들이 어느 농가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수탉 한 마리가 대문 위에 올라앉아 죽을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당나귀가 왜 그렇게 악을 쓰냐고 묻자, 다음날 여주인의 명령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요리사가 자기의 목을 칠 예정이므로 그 동안 실컷 악이나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나귀가 좋은 목청을 가졌으니 함께 연주를 하면 근사한 음악이 나올 거라며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브레멘은 꽤 먼 곳이라 해가 지기 전에 당도할 수가 없었고 밤이 찾아올 무렵 그들은 어느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문득 불빛이 보여 그것을 따라 가니 도둑들의 소굴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도둑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 끝에 마침내 좋은 생각이 났다. 당나귀가 몸을 곧추세워 창턱에 두 앞발을 대자 개가 당나귀의 등 위에 올라타고, 고양이가 다시 개 위에 올라타고, 수탉이 몸을 날려 고양이의 머리 위에 걸터앉아 일제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나귀는 히이잉 하고 외쳐 댔고, 개는 멍멍 짖어 댔고,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댔고, 수탉은 꼬끼요오 하고 악을 써댔다. 그러다가 그들은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그러자 도둑들은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유령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믿고는 숲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렇게 도둑들을 몰아낸 네 친구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각자의 습관대로 잠자리를 골라 이내 곯아떨어졌다. 

 

자정이 지날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있던 도둑 두목은 집안이 캄캄하고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부하 한 사람에게 가서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부하는 집이 조용한 것을 보고 부엌으로 가서 촛불을 켜려고 하다가 고양이의 이글거리는 두 눈을 보고 석탄인 줄 알고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개비를 갖다 댔다. 그러자 고양이가 도둑에게 달려들어 침을 뱉고 할퀴었다. 도둑은 기겁을 하여 뒷문으로 달아났고 그곳에 있던 개에게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도둑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다 거름더미 옆에 있던 당나귀의 뒷다리에 호되게 걷어 채였고, 이런 소란통에 잠에서 깨어난 수탉이 악을 써댔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 도둑은 두목에게 가서, 마녀가 침을 뱉고 긴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으며 문 앞에 있던 칼을 든 사내가 다리를 찔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당으로 도망쳐 나오는데 괴물이 몽둥이로 내리쳤고 지붕 꼭대기에 있던 재판관이 저 악당을 데려오라며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후 도둑들이 그 집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브레멘의 음악가들이 그 집에서 살게 되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하이누웰레 소녀 7편

댓글 0 | 조회 885 | 2019.01.16
자연으로의 회귀요즘 인터넷을 접하며 …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6편

댓글 0 | 조회 849 | 2018.12.21
옥수수 어머니모든 것을 창조한 클로스…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5편

댓글 0 | 조회 948 | 2018.12.11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태초…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4편

댓글 0 | 조회 920 | 2018.11.28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문명…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3편

댓글 0 | 조회 924 | 2018.11.16
하이누웰레 소녀소녀의 시신 조각들에서…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2편

댓글 0 | 조회 973 | 2018.10.27
하이누웰레 소녀누누사쿠(Nunusak…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1편

댓글 0 | 조회 1,254 | 2018.10.13
여성적인 힘언제부터인가 세상을 떠들썩… 더보기

아기장수 지킴이

댓글 0 | 조회 1,052 | 2018.09.29
아기장수 이야기 6편나는 아기장수 하… 더보기

날개

댓글 0 | 조회 964 | 2018.09.16
아기장수 이야기 5편‘날개’하면 새,… 더보기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1,228 | 2018.08.25
옛이야기와 치유우뚜리옛날 권력자들이 … 더보기

장수 바위

댓글 0 | 조회 1,115 | 2018.08.12
아기장수 이야기 3편장수 바위 옛날에… 더보기

아기장수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1,098 | 2018.07.28
아기장수 이야기들아기장수 이야기는 광… 더보기

좌절된 꿈

댓글 0 | 조회 1,439 | 2018.07.12
아기장수 이야기 1편좌절된 꿈내가 아… 더보기

사랑이란

댓글 0 | 조회 1,089 | 2018.06.28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7편사랑을 어려워… 더보기

섬과 같은 사랑

댓글 0 | 조회 1,162 | 2018.06.17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6편​​섬과 같…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5편

댓글 0 | 조회 1,939 | 2018.05.26
섬과 같은 사랑이 옛이야기의 내용은 …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4편

댓글 0 | 조회 1,407 | 2018.05.13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해변에 도착한 히…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댓글 0 | 조회 1,358 | 2018.04.26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젊은 추장 투타네… 더보기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2편

댓글 0 | 조회 1,367 | 2018.04.11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한국 사람들 대… 더보기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댓글 0 | 조회 5,781 | 2018.03.28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삼포세대, 오포…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8편

댓글 0 | 조회 1,166 | 2018.03.15
이모네‘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집’하면…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7편

댓글 0 | 조회 1,392 | 2018.03.01
소작농이 치성하여 유지한 최부자위의 …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104 | 2018.02.15
■ 소작농이 치성하여 유지한 최부자한…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370 | 2018.02.01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경주 최부자노블레…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1,188 | 2018.01.17
■ 손님위 옛이야기들에서 손님으로 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