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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전원일기 (3)
타조는 현존하는 새 종류 중에서 가장 크나 날을 수는 없다. 물론 뉴질랜드 섬이 마오리 족에 의해 발견 되었을 때 키가 3미터나 되고 몸무게가 230kg이나 되는 가장 큰, 그리고 날지 못하는 모아(Moa, 恐鳥)라는 새가 살고 있었다. 그 새는 타조와 비슷하고 날개가 없는 거대한 새였다. 그리고 초기 정착자들의 좋은 먹이 감이 되었으며 알은 물을 운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천 오백만년 전부터 서기 1500년 대 까지 생존했으나 무분별한 잡아 먹기와 남 섬에서의 환경변화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조는 전체 길이가 1.8m 정도 되며 다리 힘이 강하고, 발가락이 바깥과 가운데의 2 가락뿐인 유일한 새이다. 최고 시속이 145km이며 부화 후 한 달 된 새끼의 시속도 56km나 된다고 한다. 수컷의 깃털은 원래 모자나 그 밖의 장식품에 이용되어 왔고 가죽은 피혁 제품으로 개발되기도 하였으며 살과 알은 식용으로, 알껍데기는 공예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질랜드 교민 중에 타조 농장을 대단위로 운영하면서 타조 가죽 제품, 시판 용 타조 고기를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도 농장을 개방했던 교민이 있었다. 그러나 농장 투자 비용이나 운영비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타조 전용 농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현실이라 판단된다.
평생 동안 타조는 구경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뉴질랜드에 까지 와서 타조를 식구로 거느리는 처지가 된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알고 지내는 키위들도 농장주택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면 대뜸 어떠한 동물이나 작물들이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타조도 있다고 하면 엄청 놀라는 기색이었다.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드문드문 타조 키우는 농장이 있었는데 차츰 사라지기 시작하여 2천 년대에 들어서는 데어리 플랫 일대에서도 타조 키우는 집은 우리 집 뿐이 없을 정도로 귀하게 되었다.
타조는 왜 목이 긴 것일까? 타조 머리 부분과 몸통 사이가 많이 떨어져 있어 목이 길어 질 수밖에 없었다고 넌센스(Non-sense) 퀴즈에 나올 법한 문답을 할 수 있다. 날더러 어떻게 타조를 키우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면 내 식구로 편입이 되었으니까 같이 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타조를 방목하면 어디로 튀어 다닐지 모르고 잡기도 힘들다. 사람한테 달려들면 위험하기도 하여 패독(Paddock)을 형성하여 그 안에서 타조가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으며 뛰어 놀도록 하고 있다. 암컷 두 마리와 수컷 한 마리를 거느렸는데 매일 아침 모이로 옥수수를 주었다. 몸 집이 커서 먹는 양도 많으며 드럼통에 물을 받아 놓고 찍어 먹도록 하는데 물 소비량도 상당하다. 식수나 생활용수를 빗물에 의존하는 농장 지역에서 여름철에는 타조에게 물을 공급하는 일도 벅차게 될 때가 많다. 모이는 하루 쯤 걸러도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견딜 수가 없기에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다. 타조는 물통에 물이 없으면 빈 물통을 마구 쪼아 물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얼마나 물을 많이 들이키는지 타조가 소변 볼 때 보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이 쏟아낸다.
초여름이 되어 타조가 알을 낳게 될 때는 복덩이가 굴러 내려온 것 같은 기쁨을 맛본다. 마리당 일주일에 한두 개 낳는데 빈 땅에 어느새 낳았는지 하얀 보물덩이가 보일 때면 성취감에 흥분되기도 한다. 초여름에서 여름이 한창 진행 될 때까지 알을 낳는데 한 해에 30여개의 알을 수집할 수 있었다. 알 하나가 달걀 30개에 해당하는 질량을 함유하고 있는데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지만 비위에 거슬린다고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양이 많으니 한 두 끼 먹다가 질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껍질이 두꺼워 함부로 깨트리기도 힘들뿐더러 속이 빈 알을 장식용, 공예용, 작품용 등으로 활용하기위하여 양쪽에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다 쏟아내고 빈 알을 확보한다.
속이 빈 알을 나무 가지에 장식해놓았더니 타조가 나무위에 알을 낳은 것 같기도 하고 나무에 타조 알 열매가 열린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알 표면에 서예 글씨를 써서 작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였다. 크리스탈(Crystal) 또는 도자기 스탠드에 올려놓고 장식을 하면 그럴듯한 예술품이 되기도 한다.
모이 값이라도 충당해 볼까 해서 대문간에 타조 알 판매 간판을 달아보기도 하였다.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나가봤더니 안으로 들어가 타조를 구경할 수 있느냐고 요청하는 사람만 있었다. 아는 교민이 집에 놀러와 몇 개를 사 주었는데 한 개를 다 먹기도 전에 질려버려 나머지는 달걀로 가져가기도 하였다. 우리 집 식구들은 비위가 좋아서 그랬는지 전을 부쳐 먹기를 즐겼고 파티에 갈 때는 플레이트 메뉴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인공부화기가 있어 새끼 번식도 시도해보았다. 타조 알은 부화하는데 42일이 걸리며 그동안에 정전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몇 주 지나 안에서 성장을 멈추는 알도 있고, 알을 깨고 나와야 할 시점에 힘이 모자라 외부에서 알을 깨 주면 세상에 나오나 얼마 못 버티고 죽어버리기도 한다. 사실 알껍데기가 얼마나 단단한지 장정 두 사람이 딛고 올라서도 깨지지 않는다. 그런 알껍데기를 뚫고 나와 겨우 한 마리가 생존하여 한 달 정도 잘 크는 가 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