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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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세상

0 개 1,801 최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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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많이 오고 쌀쌀한 겨울에는 자칫 기분까지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큰 아이들을 보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무색하리만큼 겨울 동안에 활동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겨울나기 요령인 것일까? 우리 꼬맹이들도 날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하루 종일 에너지 업 된 상태로 정말 열심히 논다. 그러다 보니 엄마인 나도 느슨해 질 수가 없다. 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다쳐도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다치게 될 것이라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을 틈새가 없다.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시간이 말을 타고 달리듯 후딱 지나간다.

 

둘째 여름이는 5월 초에 시작된 넷볼 시즌에서 홈스쿨팀으로 매주 각 학교 팀들과 경기를 치르는데, 웬만큼 비가 와서는 경기가 취소되는 법이 없다. 경기를 위해 연습하는 시간도 있다. 몇 년째 겨울 시즌에 넷볼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 여름이를 비롯 다른 멤버들도 싫어하는 내색이 없다. 어려서는 아이들의 움직임도 크지 않고 경기 진행도 느렸는데, 칼리지 나이가 되니 아이들이 제법 거칠게 경기를 하고 승부욕도 커진 것 같다. 그 승부욕이 추운 날씨를 날려버리는 약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열 명 미만의 소수 멤버끼리 수년 동안 같이 운동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친해져서 넷볼 자체가 주는 재미 이상으로 친구들과 같이라는 즐거움이 큰 것 같기도 하다. 팀웍이 뒷받침을 해 주어서인지 이 팀은 해 년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는다.

 

첫째인 봄이도 지난 달에는 거의 매주 로보틱스 팀 경기가 있었다. 로보틱스 경기를 위해 주중에 모여서 연습하고,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학교별 경기가 진행된다. 거기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일정하지 않고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서 피곤하기도 할 텐데 싫다는 아이들이 없는 것을 보니 여기서도 승부욕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팀도 열 명 미만의 소그룹이고 여러 멤버들이 홈스쿨의 다른 활동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어서 서로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이 팀도 대부분이 미경험자로 구성된 팀이라는 약점을 딛고 나날이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가을이와 겨울이, 새봄이도 셋이서 몰려 다니며 잘 논다. 밖에 나갈 때는 물론이거니와 집에 있을 때도 잠시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내가 밥을 하려고 쌀자루에서 컵으로 쌀을 푸려니 새봄이가 잽싸게 달려와서 해보고 싶다고 한다. 몇 컵을 퍼 내게 하고 나서 쌀을 만져보게 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가을이랑 겨울이까지 합세해서 작은 손들을 너도나도 통속에 집어넣어 만지작거리면서 좋아한다. 그러다가 가을이가 쌀을 양손에 담아 들고 하트 모양이라며 보라고 하니 다른 애들도 가을이를 따라 하트 모양을 만들며 서로 자기 것을 보라고 시끌시끌하다. 아이들 손에서는 정말 예쁜 하트모양이 만들어 진다. 내 손으로는 예쁘게 안 된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가져다가 아이들이 만든 하트들을 사진에 담았다. 

 

하트 모양으로 쌀을 담고 있던 손을 높이 쳐들어 떨어뜨리면서 비가 내리는 것 같다고 하니, 아이들은 쌀 눈이 온다, 우박이 내린다 하며 한껏 신이 났다. 이쯤 되니 쌀알들이 통 밖으로 튕겨나가서 바닥에 흩어지다 못해 거의 반은 밖에 나가고 반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바닥에 흩어진 쌀들을 주어 모으다 누가 나비 모양을 만들었다고 하니 또 하나 같이 이 모양 저 모양을 만들며 자기 작품이 더 멋지다고 허세 질이다. 나는 아이들이 맘대로 만들어 놓은 예술 작품(?)들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쌀 한 톨 흘릴까 조심조심 아끼던 시절에 비해 얼마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 뒤로 우리네 부모님들이 자식들만큼은 고생 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셨던 것과, 그분들의 바램 대로 우리가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쌀 놀이가 끝나고 흩어져 있던 쌀알들을 아이들과 같이 통에 주워 담고, 손으로 담지 못한 것들은 빗자루로 쓸려고 하는데 그것도 서로들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어설픈 뒤처리를 마치고 아이들은 또 트램폴린으로 죄다 달음질 한다. 그제서야 밥을 안친다. 우리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기계가 빨래와 설거지며 청소도 해주는 편리한 시대, 고기와 과일이며 다양한 먹거리들을 손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풍족한 시대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물려주고 싶어했던 시대였다. 딸들도 아들들과 같이 교육의 기회를 얻고 주부의 일도 중요한 일로 존중 받는 시대를 사는 우리, 그것은 우리네 부모님들에게 꿈 같은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꿈꿔야 할까?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가 지금 꿈꾸는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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