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 인생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땜빵 인생

0 개 1,781 김지향

겨울은 햇볕에 대한 감사가 한층 커지는 계절이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요즘의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햇볕 쬐기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파란 하늘을 바라 보면서 햇볕에 온 몸을 맡긴 채 누워있기도 한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기도 하지만, 내 행복을 늘려주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며칠전, 이렇게 햇볕 쬐기를 하고 있는데,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내 인생이 땜빵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 있었을 때, 연기자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서 깁스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연출자가 나를 땜빵 배우로 선택을 하여 그녀의 역할을 내가 대신했었다. 무대의 막은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도 못하고 그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엉망의 수준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수 많은 땜빵 일들을 하게 되었다. 케이블 TV 방송국에서 소품 담당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소품 담당자야 말로 무대세트의 온갖 땜빵 일을 도맡아서 해야만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15년 전 뉴질랜드에 와서도 내 땜빵 일은 지속적이었다. 런치 바 주방 일부터 한국 수학 교사부터 참으로 많은 땜빵 일들을 하면서 지내왔다. 

 

한글학교에서도 내 땜빵 일들은 여전했다. 막내가 다니던 한글학교 담임 선생님이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어, 그 자리를 내가 메꾸게 되었으며, 3년 간 휴학을 했었던 한글학교의 문을 다시 연 이후의 교장 자리 역시 땜빵으로 앉게 되었다. 교장을 하는 동안에도 땜빵 교사를 면치 못했다. 

 

이렇게 땜빵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요즘 역시 땜빵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나가는 스시집에서 스시를 마는 일 역시 땜빵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스시 집 주인이 편안하게 잘 해주어서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체구가 작고 몸이 약한 나를 배려해주느라 주인이 고달프다. 그런 점이 미안하여 기운도 좋고 일을 잘하는 베테랑을 만나서 주인이 좀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자신은 베테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베테랑이더라도 잠시 일하다 나가는 사람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면서 내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주기를 바랬다.

 

환갑을 바라보는 건강하지도 않은 나를 고용하면서 지내려면 몸이 고생스러울텐데, 그 모든 고달픔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고 하니,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땜빵으로 시작하여 임기 2년을 마친 교장 직처럼 그 언젠가는 땜빵으로서의 내 소명을 마칠 날이 올 것이지만, 그때까지 그를 위한 내 소임을 다할 예정이다.

 

한 가지 재주로 죽으나 사나 그 길만 파면서 살아야 성공한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었지만, 나는 한 가지 길만 걸어오면서 살지 못했다. 꽃꽂이 강사부터 시작해서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일들을 하면서 살아 왔기에,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땜빵 인생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연극의 소품이 중요한 것처럼 그 어떤 성공이라도 땜빵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내 땜빵으로 성공의 역사가 늘어난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던가?

 

나는 오늘도 땜빵을 위한 만남이 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잠시 드레스 숍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쁘게 차려 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나는 땜빵을 즐기는 것 같다. 땜빵을 할 때 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도전이 느껴지니, 이야말로 땜빵 인생의 고수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땜빵까지도 빠지면 안 되는 완벽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이 세상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다. 

 

사랑한다, 나 자신을 그리고 완벽한 이 세상을……. 

외모지상주의의 초상

댓글 0 | 조회 1,851 | 2014.06.24
한국에 와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봅니… 더보기

부활절의 나비

댓글 0 | 조회 1,834 | 2017.04.26
집에서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서 보내 … 더보기

살어리 살어리랐다

댓글 0 | 조회 1,834 | 2016.08.10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 더보기

풍요와 사랑이 넘치는 나날들

댓글 0 | 조회 1,793 | 2015.01.29
여름이 오기만 하면 마음이 붕붕 하늘… 더보기

사랑만이 살 길이다

댓글 0 | 조회 1,789 | 2014.07.09
어제, 동생과 함께 대학로에 크로스오… 더보기

현재 땜빵 인생

댓글 0 | 조회 1,782 | 2016.05.26
겨울은 햇볕에 대한 감사가 한층 커지… 더보기

봄의 전령사

댓글 0 | 조회 1,772 | 2015.08.12
하얀 은방울이 조롱조롱 달린 것 같은… 더보기

나 자신을 만나는 날

댓글 0 | 조회 1,772 | 2017.03.22
왕가누이 매장에서 일하다 파미 매장으… 더보기

삶의 조각보

댓글 0 | 조회 1,753 | 2014.08.12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 더보기

거꾸로 된 습관

댓글 0 | 조회 1,752 | 2016.01.28
어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던 내 습… 더보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 0 | 조회 1,752 | 2015.05.13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에게 전쟁에 … 더보기

사랑이라는 이름

댓글 0 | 조회 1,750 | 2017.05.09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은 하늘의… 더보기

108번의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댓글 0 | 조회 1,749 | 2015.08.27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108… 더보기

말을 잘해야 잘 살겠지

댓글 0 | 조회 1,739 | 2016.02.25
방송인 전현무가 자신의 말실수를 돌아… 더보기

귀가 열린 어머니

댓글 0 | 조회 1,738 | 2016.07.14
80초반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 … 더보기

생각과 행동

댓글 0 | 조회 1,732 | 2015.03.24
신중함이 지나친 남편과 달리 나는 행… 더보기

꿈 꾸는 세상

댓글 0 | 조회 1,708 | 2016.12.07
왕가누이 강을 끼고 길게 누워 있는 … 더보기

철 없는 자식

댓글 0 | 조회 1,707 | 2017.02.09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 더보기

덕의 창고

댓글 0 | 조회 1,670 | 2016.05.12
내 안에 덕의 창고가 있다면 그 안에… 더보기

귀여운 어머니

댓글 0 | 조회 1,656 | 2015.10.15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와 어제 전화 … 더보기

풍요로운 2015년을 기원하면서

댓글 0 | 조회 1,655 | 2015.01.13
밝은 새해를 예견하듯 요즘의 날씨는 … 더보기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1,635 | 2014.11.11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 우리 집은 오픈… 더보기

메시지

댓글 0 | 조회 1,625 | 2015.02.25
한국에서 손님이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더보기

착각의 의무

댓글 0 | 조회 1,621 | 2014.11.26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현미밥을 먹고… 더보기

돈키호테의 착각

댓글 0 | 조회 1,602 | 2017.09.26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