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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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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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을 걷는다.

 

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굳이 숲을 고집하는 이유는 타의 반, 자의 반이다. 차들을 피해야 하고, 숲이 공기도 더 맑으므로. 비록 그게 기분만 내는 거라고 할 지라도 폐가 청결해지는 느낌은 숲에서만 느낄 수 있다.

 

숲 속을 걷는다. 그리고 숲에는 언제나 뜻밖의 사소한 놀라움이 숨어 있다.

 

예를 들자면 청둥오리 무리. 내가 운동을 다니는 숲에는 연못이 있는데, 이따금씩 그곳에서 헤엄을 치는 오리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아빠가 몇 마리고 엄마가 몇 마리일까 세어보려다가 포기했을 정도로 수가 많다. 숲 속 산책로의 구석에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야생 동물을 데려가지 마시오> 라고 쓰여진 진녹색의 판자인데, 그걸 볼 때마다 ‘야생 동물들을 납치해가지 마세요’라고 속으로만 따라서 중얼거려본다. 정말로 야생 오리들을 납치해가는 멍청한 사람이 있나 보다, 싶어서.

 

얼마 전에 얘기했던 고슴도치의 슬픈 시체를 발견한 곳도 이곳이었다. 연못으로 이어지는, 약간 많이 허술해 보이는 판자떼기 다리로 넘어가는 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뼈 더미.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러니까 저번 주말에 운동을 나갔다가 보았을 때에 그 시체는 여전히 같은 곳에 있었다. 산책로 위에 다소곳하게 놓여 있던 반토막난 두개골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지만, 따개비 같은 등딱지는 여전히 구석에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멈춰 서서 우두커니 그 밤껍질 같은 유해를 관찰했다. 아무렇게나 뻗친 채 뭉쳐버린 가시가 가여웠다. 그리고 똑같은 의문을 되풀이해서 떠올렸다. 얘는 어쩌다가 여기에 이렇게 누워버리게 된 걸까.

 

숲 속을 걷는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무수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만큼 죽은 것들도 많이 보이는 곳이 숲이다. 신기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햄스터(햄스터?!)였다. 정확히는 등에 줄무늬가 있는 정글리안 햄스터처럼 보였는데, 그게 정말 햄스터였는진 지금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햄스터를 닮은 쥐였을 수도 있겠지. 눈을 뜨고 있었고, 상반신만 나와 있었는데, 아마도 땅을 파고 나오다가 허리가 끼어버려서 발버둥치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아, 가엾어라. 좀 더 긍지 있어 보이게 치워줄까 싶었지만 선뜻 손을 대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잠든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눈꺼풀이 와라락 움직여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게 아니라, 파리가 눈 위에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날아갔던 것 뿐이었다. 뜨여진 눈은 아직 맑고, 머루처럼 새까매서 하마터면 죽지 않은 줄로 착각할 뻔했다.

 

죽은 쥐의 눈에는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또 계속 숲 속을 걷는다.

 

걷다 보면 강이 나오고, 철망이 쳐진 다리가 나오고, 또 다른 연못이 나온다. 이따금씩 어딘가에서 커다란 개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같이 산책 중인 주인은 멀찍이서 뛰어오고, 개들은 호기심 어린 꼬리를 붕붕 흔들며 나한테 다가온다 (물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시크한 개들도 있다). 이럴 때면 무서워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러면 개도 똑같이 겁을 내고, 겁을 내는 개는 공격적인 개라는 것을 알기에 겁 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정중하게, 침착하게 눈으로만 인사한다. 안녕, 좋은 하루야.

 

숲 속을 걷는다. 녹색이고, 공기가 청명하고, 나는 깨끗해졌다가 다시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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