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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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학교병

0 개 1,185 김준

이곳 오클랜드에서 꽤 오랜 시간 사교육에 종사하다 보니 오클랜드 각 학교마다 전통적인 ‘학교병’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심부의 명문 공립 오*** 보이즈 그래마는 워낙에 까다로운 물리선생님이 있는 바람에 물리에 지나치게 치중된 교육을 하고 시험문제 또한 매우 까다롭고 어려워 학교 내신이 뚝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IB과정 원조로 유명한 A*C는 7월 학기라는 특성과 중국인 학생이 많다는 특성이 맞물려 Y13학생들이 Mock exam이 끝난 2월 부터 Final 시험을 치르는 5월까지 3개월여의 시간 (그 황금같이 중요한 시기) 동안 마음이 ‘공중부양’ 되는 병이 있다. 북쪽의 대형학교인 랑***는 학생들의 학과 외 특별활동이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해 공부에 목표를 둔 학생들 마저도 타 학교 학생들의 두 배에 가까운 특별활동에 매여 있는 걸로 유명하고  웨****크 걸스는 Y13의 물리 화학 과목 중 어려운 챕터 각 한개씩은 학생들에게 자료만 주고 대충 끝내버리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이런 다양하고도 심각한 학교별 전통들 가운데 필자에게 한 학교만 꼽아 그 ‘어마무시’한 내용을 소개하라 한다면 단연 북쪽의 명문 공립 웨****크 보이즈를 뽑겠다. 이런 공적인 지면에 특정 학교의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사실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학부모님들의 적절한 학교 선택과 일종의 ‘긍정적 선입견’을 위해 그리고 그 악습과 싸워 승리했던 필자의 사랑하는 한 학생을 소개하기 위해 가능한 한 약한 어조로 이야기 하겠다. 

 

 

웨****크 보이즈.. 최근 캠브리지 코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해 인근 부동산 시장을 ‘매도우위’ 시장으로 이끈 장본인 이기도 하다. 한창 ‘남오문 북서호’ (남쪽 지역엔 오클랜드 보이즈 그래마 북쪽엔 웨스트레이크 보이즈)로 불리며 명성을 날리던 시절 필자는 이제 곧 Y11에 올라갈 학생을 한 명 만나게 된다.

 

M은 BMX를 좋아하고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학생이었다. 처음 만나 상담을 해보니 그 동안 공부에 크게 의지가 있었던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고 가능한 한 지루하지 않도록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일년 정도 지나면 공부 궤도에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사실 상당히 긴 시간이긴 하지만 그간 여러가지 ‘놀기’에 특화 된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뒤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 약간은 길게 보며 진로를 찾아가기로 했다.

 

Y11 시작 되고 한 해의 시간 동안 M이 보여준 학습 의욕과 능률과 실력은, 필자가 판단하는 M의 타고난 가능성에 비해 많이 낮았고 계속되는 약하고 지리한 실망의 시간은 우리 서로를 지치게 했다. 오죽 했으면 필자가 M의 어머니께 개인지도를 그만 두고 싶다고 말씀 드렸을까.. 어찌어찌 해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되긴 했지만 Y12를 같이 시작하는 마음이 그리 즐겁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방학을 지내고 난 M은 그 사이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괄목상대’ 라더니 이런 경우를 말하나?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단연코 확고한 목표의식과 공부에 대한 의지였다. 지난해의 M이 정말 이 아이인가 싶을 정도의 변화는 필자를 신나게 만들었고 우리는 멋진 연말의 결과를 바라보며 멋지게 공부했다.  그런데 간혹 M의 마음이 불편해 보이는 때가 있었다.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진 않았었는데 고학년이 되면 컨디션 난조가 큰 문젯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유를 물었는데 필자는 M으로부터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학교에 한 똑똑한 학생이 있단다. 교장선생님은 이 학생을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게 만들어 학교의 명예를 높이고 싶어한단다. 물론 학교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이 공부하고 노력한 것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 이었다. 학교 외 시험 (예를 들면 경시 대회)의 정보나 자료 그리고 신청자격까지 모조리 그 학생만 독식하도록 배려한다니 공교육기관에서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 서로들 하는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오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전교생이 모두 같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필자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한 두해가 아닌 다음에야..

 

한동안 심적으로 힘들어하던 M이 마음을 잡았다. 학교에서 건드릴 수 없는, 선생님들이 누구 한 사람만 선호해서 점수를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연말 캠브리지 파이널 시험에서 그 녀석을 누르고 말겠단다. 

 

그 해 M은 Y12 수석을 했다. 개인의 영광 뿐 아니라 학교병 치료를 위한 한방의 주사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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