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0 개 1,686 한얼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무게를 실어준다. 아기 같다. 언제 봐도 끌어안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고, 나갔다 오면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어렸을 적엔 동생이 있는 것이 너무도 불만이었다 (사실......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툭 하면 ‘맏이인 네가 챙겨야 한다’라느니, ‘걔는 아직 어리니 네가 잘 돌봐줘라’라느니. 왜 어른들이 본인들의 책임을 내게 전가하는 지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것 또한, 지금도 종종 그렇다). 나도 어린애인데 내게 대체 뭘 어쩌라는 거지? 놀아주고, 다치지 않도록 살피라고? 어리다곤 해도 아이에겐 아이만의 생활과 세계가 있는 법이다. 타인에게 신경 쓸 여유 따위 내게는 어른보다도 더더욱 부족했다. 게다가 그때에도 그런 생각은 확고했던 터라, 열심히 뜀박질 하며 뛰어놀다 넘어져 다치던, 부딪혀 다치던 그건 그 녀석의 부주의 탓이니 내가 딱히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다치지 않게 지켜본다 해도 넘어지는 그 순간을 막아줄 순 없는 거니까 (살살 놀라고 잔소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듣는다면 동생들의 존재 의의는 반쯤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셈이다).

 

그런 형국이었으니, 어쩌다가 동생이 다치거나 울어버리면 타박을 듣는 건 나였고, 자연히 난 동생이란 존재를 짐 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은 입학 때쯤이나 되어서였다.

 

맏이들이 보통 일찍 철이 드는 이유는 동생들의 존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철이 뭔지도 알기 전부터 책임 - 그리고 그에 상응하지 못했을 시 받게 되는 무서운 벌의 존재도 - 을 깨닫게 되니까.

 

내 동생.

 

동생을 향한 내 감정은... 사실 나도 알기 어렵다. 가끔은 나보다도 어른스럽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는가 하면, 마냥 한심스럽기만 할 때도 있다. 나를 보는 녀석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형제란 게 무릇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크게 엇나간 일탈 없이 성실하게 자라주어 나 또한 부모님 못지 않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와 나이 차이가 적은 남동생으로, 벌써 나보다 머리가 한 개 반은 크게 자라버렸다. 가로나 세로나 덩치가 엄청나고, 그래서인지 뒤에 세워 놓으면 더없이 듬직하다. 근육질이기까지 하니 타고난 인상이 더더욱 험상궂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머리를 쓰다듬어줘야 할 것 같은 건 왜일까.

 

일가 친척들 중에서도 나는 맏이 축에 속하기 때문에 외가든, 친가든 놀러가면 항상 챙겨줘야 할 어린 동생들이 잔뜩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챙겨주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에 진력이 나버렸다. 대신, 난 종종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냥하고, 취미가 통하고, 같이 있으면 밤 새는 것도 모르도록 함께 신나게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언니가.

 

동생들의 특권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생이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피우면 너무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다. 사실 어느 언니 오빠가 안 그럴까. 간혹 아주 사이가 좋거나, 서로 죽고 못 살 정도로 끔찍이 여기는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워진다. 나와 내 동생 간의 사이는 지금도 썩 나쁘진 않지만, 더더욱 가까워지면 좋을 텐데, 하고.

 

물론, 지금의 우호도로도 만족한다. 서로 필요 이상 참견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신경 써주고 배려하는 사이. 이 정도로도 우린 충분히 우애 좋은 남매가 아닐까.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57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710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51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629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92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74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316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37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816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45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88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707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7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더보기

현재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87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99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2,021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2,018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75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80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300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905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88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93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2,001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503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