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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니 참 여러 스승을 거치면서 지내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스승이었지만, 그 중 특별한 인연으로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지침을 세워 준 스승들이 있다. 15년 동안 어머니처럼 따랐었던 꽃꽂이 선생님부터 시작하여, 뉴질랜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준 하늘, 자연, 서적, 인터넷 정보..들이 특별한 인연이 되어 나의 특별한 스승들이 되었다.
세월의 흐름 따라 내가 바라는 것들이 바뀌어 나갈 때마다 그에 맞는 스승들을 만나 배워나가면서 살았다는 것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다. 그 중 특별하게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들은 특별한 인연의 스승들 덕분으로 여기고 있다.
요 근래에 만난 특별한 인연은 기공수련이다. 운동 신경이 둔한데다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내가 가장 즐겼었던 운동은 걷기 운동이었다. 주로 혼자 걸어 다녔는데, 그 이유는 내 걸음이 무척 느리기 때문에 나와 함께 걷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같아서 혼자 걷기를 좋아했다.
몸치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몸으로 습득하는 일들은 무척 더디고 느린 편이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하는 동작들도 내 몸은 제대로 잘 따라주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전했었던 운동들마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여 초반에 그만 둔 것들이 허다했다.
그러던 중,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기공 수련이었다. 다른 운동과 달리 몸에 큰 무리가 없으면서 몸이 유연해지면서 기운이 나는 것이었다. 간단한 동작이라고 하지만 내 몸은 그 간단한 동작마저도 제대로 잘 따라하지 못했다.
로봇이 움직이듯 어색하고 뻣뻣하고 우스꽝스러운 내 몸 동작을 스스로 느끼면서도 두 시간 정도의 동작을 끝내고 나면 몸이 훈훈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수련자들을 따라 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내 몸이 무척 행복해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몸도 마음처럼 행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인 몸이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내 체험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우주의 먼지와도 같은 우리 존재를 왜 우주라고 말하겠는가? 우주가 물질이면서 물질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몸 역시 물질이면서도 의식인 것이다.
내가 내 몸을 아끼니 딸들이 제일 좋아한다. 화장품들과 온욕에 좋다는 코코넛 오일 등을 사주면서 자기 일들처럼 기뻐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쇼핑을 하다가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사가지고 집에 오면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이스터 휴가를 즐기면서 딸들과 함께 오타키에 다녀왔다. 아울렛 상가들만 모여 있는 도시로 아주 작지만 괜찮은 물건들을 꽤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다. 파미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라서 다녀오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큰 맘 먹어야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긴 하다.
큰애가 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장거리 운전할 일이 없었기에 겸사겸사 오타키를 찾았는데, 오타키만의 특별한 정취에 취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우리 모두 각자 마음에 드는 예쁜 신발들을 사면서, 돈 쓰면서 돈 버는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면서 다녔다.
오는 길에 폭스톤에 있는 네덜란드 상가에 들어가 네덜란드 식품들과 유기농 밀가루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조용한 도시인 파미에 살면서 알게 된 소박한 행복을 마음껏 누린 여행이었다.
오타키에서 굽이 높은 통굽 구두 하나를 샀다. 다리가 자주 부어서 늘 낮은 굽의 편안한 신발들만 사서 신으면서도 가끔은 높은 구두를 신고 내가 하늘로 쑥 올라간 느낌을 받고 싶었다. 그동안 내게 딱 맞고 편안한 통굽 구두를 찾기가 힘들었었는데, 이번 오타키 여행에서 찾게 된 것이다.
기공수련의 특별한 인연과 더불어 하늘이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매일 나에게 다가오는 메시지가 하늘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여겨진다. 그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해가면서 하늘과 많은 연애를 하려고 한다.
특별한 인연인 특별한 사랑으로 하늘 아래 모든 인연들을 소중하게 잘 가꿔가면서 살아가야겠다.
감사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