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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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0 개 4,972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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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는 세상에 똑 같은 모습이나 개성을 지닌 인간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얼굴도 자세히 보면 좌우가 다르다. 이렇게 다른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20세기 중에 범람했던 인간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이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한 방식의 물품이나 건물을 마구 쏟아냈던 것이다.

 

오클랜드는 지형 자체가 신(神)이 창조해낸 걸 작품 같이 오묘하고 경관이 다양하다. 그 위에 세워진 건축물들은 실로 개성적이어서 주택을 구입할 때 어떤 집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한국에 있을 때 아파트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은 적응하기 힘든 요소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극성을 부리던 아파트 생활의 파급에 휩쓸리지 않고 단독주택을 고집하며 어리석은(?)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단독주택 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뉴질랜드 이민을 결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았던 아차산 밑의 주택은 비교적 신개발 단지로 동네 분위기가 쾌적했고 덜 복잡해서 좋았었다. 그런데 입구에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하나 둘 씩 집들이 팔리고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도 팔리더니 다세대로 둔갑하였다. 나는 계속 버티려니 하였지만 어느새 내 집은 다세대 주택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70평(약 210제곱미터) 대지에 두 세대가 살 수 있는 2층 건물이 자리했고 마당에는 관상수 외에도 모과, 대추, 감나무가 있어 수확을 했다. 봄이면 자목련 꽃이 마당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뉴질랜드 단독주택 대지가 대개 250평에서 300평 내외인 것을 생각할 때 매우 좁은 대지였지만 사실은 서울에서 그 정도 대지의 집은 큰 편에 속했다. 대지 200평이 넘는 집은 재벌들이나 소유할 수 있는 규모이다. 결국 이민 올 때 나도 그 집을 다세대 건설업자에게 팔게 되었다. 우리 집이 헐리던 날 동네 사람들이 가을이면 붉게 익어가던 우리 집의 감나무를 회상하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뉴질랜드가 개척되기 시작할 때 영국에서 뉴질랜드 이민자를 모집하면서 뉴질랜드는 기후가 환상적이고 누구나 정원이 딸린 단독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영국도 한반도만한 땅덩어리에 인구가 조밀해 서민들이 정원 딸린 단독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꿈이었다. 기후도 못 말리게 음습해 햇볕 좋은 땅에 내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꾼다는 꿈을 안고 이 나라에 들어 온 것이다. 런던 주위에 수용소 같은 건물이 많이 있는데 정부에서 지어준 집단 연립 주택이다. 환기 불순으로 일 년 내내 습기와 싸워야했고 겨울에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면서 생활해오던 그들이었으니 얼마나 신천지에 대해서 꿈에 부풀었을까? 

 

2011년 새로 이사 와서 살던 옆집이 옥션으로 팔리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오픈 홈 때부터 붐볐는데 옥션 당일에도 마찬가지였다. 800제곱미터 정도의 대지에 지은 지 오래된 집이지만 바이어들이 달려들었다. 결국 당시 시장 시세로는 비싼 값으로 체결된 거 같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 정도 더 올라버린 상태이다.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 하나를 데리고 이사를 왔는데 이사 와서 아들 하나를 더 낳았다. 집을 장만한 게 얼마나 행복했던지 시간 날 때마다 집안 손질을 멈추지 않았다. 애들을 위한 온갖 시설들을 갖추어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 놀도록 풀어 놓고 부모들도 같이 놀아줄뿐더러 동네 친구들을 초청해 같이 놀게 했다. 자기 이민 선조들의 꿈을 실천하고 있는 듯싶다. 한국의 아파트에서 한국적 자녀 교육방식에 길들여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들과 비교되는 바가 크다. 

 

남한 인구 5천 만, 뉴질랜드 인구 450만. 남한 면적 10만 제곱킬로미터, 뉴질랜드 면적 27만 제곱킬로미터로 놓고 볼 때 인구밀도는 약 30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뉴질랜드에서는 넓은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인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던 1992년과 비교하면 24년이 지난 지금은 뉴질랜드 땅 값도 엄청 오른 상태이다. 특히 오클랜드 시내 땅 값은 서울 교외 대지 값과 비교될 정도로 올라 있다. 1000제곱미터 대지를 100만 달러로 볼 때 평당 3천 달러(250만원), 서울 근교 대지 값도 평당 500만 원 정도이니 두 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1992년 당시로 돌아가 오클랜드 땅 값과 서울의 땅 값을 비교하고 현재 시세와 대비해보면 오클랜드 땅은 서울의 몇 십 배 올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환율 인상 폭 까지 대비해보면 더욱 격차가 발생한다. 지나간 얘기지만 이민 와서 교민들이 오클랜드 주변 농장주택이나 시내 주택이라도 땅 큰 부동산을 확보했더라면 현재 더욱 탄탄한 교민 경제 기반이 형성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돈이 될 만한 농장주택이나 풀 섹션 단독주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키위들은 팔고 중국인들은 사들이고, 집 팔아 거금을 손에 넣은 키위들은 시골로 가고 도시는 점점 중국인들로 채워지고……. 키위들은 그들의 조상들이 물려준 부동산을 잘 관리하고 있다가 시절이 좋아 그걸 처분하니 큰 부자가 되어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내게 되었다. 우리 한인들도 기왕이면 넓은 대지의 집을 사서 집을 가꾸고 정원을 가꾸는 것을 취미로 삼아 재산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땅을 확보한 자가 지배하기 마련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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